꽃보다 아름다운 순순한 마음의 창

同行(동행), 91×116㎝ 장지에 석채, 2015
은근하면서도 동력을 발산하는 화폭운용으로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이뤄가는 이상적 세계를 추구하는 임종두 작가가 초대전을 갖는다. 작품 속 여인의 머리는 꽃으로 장식되어 있으나 초목으로 보았을 땐 꽃이 피는 부분일 수도 있는 은유가 스며있다.

사람이 마음을 느꼈을 때 청아한 심성을 가지는 것처럼 그는 꽃보다 아름다운 인간의 마음을 그리기위해 또 다른 창(窓)을 만든 것이다. 그러한 시간은 너무나 짧기에 그 순간을 영원히 느끼고자 하는 마음을 누가 탓할까. 여인의, 인간의 가장 고매한 시절의 한 때를 잡아놓음으로써 쇠약함과 슬픔을 위로받고 누구나 그런 감정으로 돌아가고 싶은 감흥이 깊게 전해져오는 것이다.

그는 원색과 순색을 섞지 않고 그대로 쓴다. 장구한 내구성도 필요하기 때문에 30여회 이상을 중첩해서 올린 여인얼굴은 붉다. 한국화를 그리는 화가들 사이에선 적주단홍(赤朱丹紅)이라는 말이 회자되곤 하는데 작가는 이 색깔을 모두 화면에 응용한다. 얼굴색이 그러한 것은 우연히 발견된 부분도 있지만 이러한 색감의 깊이를 희구한 부단한 실험과 노력에서 얻은 귀중한 결실로 보아야 할 것이다. “대인자(大人者)는 불실기적자지심자(不失其赤子之心者)니라/대인군자는 어린아이의 천진난만한 동심을 잃지 않는 사람이다.”<맹자(孟子), 우재호 옮김, 을류문화사> 이 구절처럼 화면의 붉은색은 그가 찾았고 진정 원했던 적자지심(赤子之心)의 순진무구한 색채임을 말해준다.

조용하고 지극히 겸손한 작가의 성품처럼 “그림도 그런 마음 쪽으로 가야한다”라고 완곡하게 말했지만 어디 그림뿐이랴. 화가도 또 모든 사람들 역시 그런 순순한 마음을 찾아가야 하지 않을까.

화가 임종두는 지난 1992년 28세에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화단에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동안 관음, 동행, 숲, 화화, 신비, 비천 등 독창적 연작을 발표해 오며 주목받았고 이들을 아우르는 삼합(三合)으로 삶의 아름다움을 전체적으로 성찰하고자하는 따듯한 감동메시지를 전한다. 이번전시는 12월2일부터 13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2길, 본 화랑(BON GALLERY)에서 열린다. 02-732-2366

‘同行(동행)’, 60.6×72㎝ 장지에 석채, 2015


권병준,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