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만에 재발매된 김추자 1978년 리사이틀 앨범 <2>

(파트1에서 이어옴) 1973년부터 전국순회공연에 나선 김추자는 재기의 기틀을 다졌다. 타의 추종을 불허했던 열정적인 공연으로 인해 인산인해의 물결이 이어졌다. 당시 그녀는 무대에 오르면 ‘30초 만에 양말에 구멍이 나고 5분 만에 구두밑창이 거덜 날 정도’라는 입소문처럼 특유의 격렬한 댄스와 열정적인 퍼포먼스로 화제를 모았다.

다시 한 번 MBC TV에서 기획한 리싸이틀 쇼 프로그램을 방영했을 땐 전국의 다방에서 마치 권투중계처럼 안내문을 붙여 호객을 했을 정도로 김추자 공연은 당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이었다. 그해 12월 연말, 작사가였던 전우중 MBC PD가 연출하고 윤형주, 이수미, 이용복, 박상규가 게스트로 출연한 리싸이틀이 대한극장에서 열었다. 처음으로 아무 사건사고 없이 성공을 거두었다. 이후 1975년 ‘광복 30주년 기념예술제 노래의 대행진‘까지 김추자는 열정적인 춤과 노래로 공연 트라우마를 극복했지만 또다시 대형사건에 휘말렸다.

저 유명한 ‘가요정화운동’으로 불리는 '대마초 가수 사건'에 연루되었던 것. 벌금 20만원에 약식 기소되어 풀려났지만 연예협회로부터 무기한 제명처분을 받고 활동금지의 족쇄가 채워져 날개가 꺾었다. 속절없이 2년의 세월이 흐른 1977년. 방송, 음반을 제외한 밤무대에 한해서 해금조치가 내려졌다. 밴드 영사운드의 리더 출신으로 막 ‘안타프로덕션’을 창립한 안치행이 김추자의 컴백 리싸이틀을 기획했다. 1978년 6월 대한극장 김추자 재기 리사이틀 무대. 뜨거운 관심 속에 총 관객 3만 명이 운집한 역사적인 공연이다.

고 이종환이 사회를 맡고 신중현과 엽전들, 조용필과 그림자, 최헌, 조경수가 게스트로 참여했다. 김추자는 6인조 백밴드를 대동해 그 어느 때보다 강렬하게 춤을 추었다. 늘 그랬듯 컴백 리싸이틀은 자신의 건재함을 알리려 했던 비장한 승부수였다. 공연 중에 무대의상이 흘러내려 가슴부위가 노출 된지도 모른 채 무아지경으로 춤과 노래에 몰입했던 김추자는 어김없이 주간지의 핫이슈를 장식하며 세상을 후끈 달구는 스타성을 발휘했다.

이번에 재발매된 라이브 앨범은 바로 그 1978년 대한극장 김추자 리싸이틀 공연을 기록하한 실황음반이다. 3장의 김추자 리싸이틀 앨범 중 온전하게 라이브의 질감을 전해주는 유일한 음반이다. 트랙리스트 보면 신중현, 이봉조, 김희갑 등 그녀가 인연을 맺은 유명 작곡가들의 모든 히트곡이 망라된 하이라이트 음반임을 알 수 있다. 이 음반이 실제로 발매된 것은 공연이 끝난 후 2년의 시간이 흐른 1980년이다. 1월에 발매된 초반은 김추자의 섹시한 커버사진과 당시로서는 흔치 않은 라이브 질감을 재현한 음반이었다. 고 이종환과 김추자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유일한 대담 음원도 진귀하기 그지없다.

3월에는 공연사진으로 커버가 바뀐 재반 형식의 다른 앨범이 제작되었다. 라이브 질감을 찾아볼 수 없는 그녀의 히트곡들을 편집한 가짜 리싸이틀 음반이다. 무려 35년 만에 다시 빛을 본 이번 재발매음반은 생생한 라이브 분위기를 전했던 초반의 마스터음원을 사용해 고해상도의 사운드를 구현한다. 오리지널 음반에서는 편집되어 누락된 음원을 일부 복원한 점은 흥미롭다. 1978년 김추자 리싸이틀에 우정 출연했지만 활동금지 상태라 음원이 편집되어 미공개 음원으로 남아 있던 신중현과 엽전들의 트랙은 이 앨범의 핫 이슈다.

2곡의 미공개 라이브음원 ‘그 언제였나-모를일이야’, ‘헤이쥬드 메들리(헤이쥬드-빗속을 거닐며-월남에서 온 김상사)’가 이번 앨범의 양면 마지막에 보너스 트랙으로 추가된 점은 특별함을 부여한다. 발매 당시 이 라이브 음반은 녹음상태가 좋지 않아 사후에 보컬을 더빙하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복원된 마스터 음원에서 김추자 보컬이 거의 들리질 않는 이유다. 연주를 담당했던 신중현과 엽전들의 트랙도 편집과정에서 일부 소실되어 온전한 버전은 아니라는 아쉬움은 선명하다. 하지만 활동금지 기간에 공연에 한 해서만 활동이 허용되었던 김추자와 신중현과 엽전들의 미공개 음원을 복원시킨 이 앨범의 가치는 ‘엄혹했던 시절에 망실된 소중한 대중음악유산의 복원작업’이라는 점만으로도 평가할 만하다.

글ㆍ사진=최규성 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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