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김성혜 ‘일월도’연작 작품세계

화려한 삼천리금수강산이다. 흙, 꽃, 나무, 동물, 잠잠히 흐르는 시냇물을 바라보며 이웃들이 평화롭게 살아간다. 권위와 덕을 상징하는 왕이 사랑한 그림 ‘일월오봉도(日月五峯圖)’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의 ‘일월도’는 삼라만상 이야기를 다 끌어안고 있다.

화면 한가운데 번민을 씻어내는 거침없이 쏟아지는 폭포를 배치했고 물 색(色)대신 섞임 없는 순결한 음양기운이 돋치는 오방색의 두터운 마티에르로 입체감을 강조했다. 그 물살을 거슬러 솟구치는 부조와 골드색으로 처리한 물고기는 물보라 자욱한 황홀한 여명의 시간에 역동의 생명력으로 꿈틀대는 대계(大界)의 신비로움을 드러내고 있다. 풍염한 좌우 산등성이엔 오천년을 한반도에 살아 온 겨레의 순박한 심성에 번지는 목단향기가 부귀영화를 기원한다. 하단은 거친 부조화를 뛰어넘어 당당히 요동치는 물의 출렁임처럼 하나로 어우러지는 오색찬란한 희망의 화합정신을 예찬하고 있다.

“누군가. 한 그릇의 옛날 냉수를 조심조심 떠받들고 걸어오고 계시는 이. 한 방울도 안 엎지르고 받쳐 들고 오시는 이. 구름 머흐는 육자배기의 영원을, 세계의 가장 큰 고요 속을, 차라리 끼니도 아니 드시고 끊임없이 떠받들고 걸어오고만 계시는 이. (중략) 조국아. 네 그 모양 아니었더면 내 벌써 내 마지막 피리를 길가에 팽개치고 말았으리라.”<미당 서정주 전집1 시, 조국, 은행나무>

한편 작가는 지난 2012년 상서로운 봉황을 완전한 꽃의 세계와 동일시한 ‘빛-Sonido’연작을 발표함으로써 신선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2013년 가을, ‘일월도’를 첫 발표하면서 화단의 주목을 받았고 이후 다양한 스토리의 작품으로 연속적인 변화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광야를 달려와 비로써 내 자신 안에 바로 선 듯 하다. 하얀 캔버스는 엄중한 물음을 늘 내게 묻는다. 그 광활한 공간이 허락할 때 비로써 나는 붓을 들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영롱하고 거룩한 그림을 그리고 싶은 것이 숨길 수 없는 소망이다.” 김성혜 작가는 홍익대 미술대학을 졸업했고 2015한국구상대제전, 금보성아트센터 초대전 등에서 개인전을 21회를 가졌다.



권병준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