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최규성의 대중문화산책

국내 캐럴송의 장구한 역사를 살펴보다

크리스마스나 년 말이 되어도 과거처럼 들뜬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제는 캐럴음반 발매자체가 뉴스가 되는 세상이 되었지만 90년대까지만 해도 년 말이 되면 코믹 캐럴을 필두로 무수한 캐럴 앨범이 분위기를 달궈주었다. 1966년에 발표된 코미디언 서영춘과 여성듀엣 갑순을순의 <징글벨>은 최초의 코믹 캐럴송이라 할 만 하다. 고 서영춘의 형인 작곡가 서영은의 창작 캐렬을 기존의 징글벨에 리믹스한 버전이다. 코믹 캐럴송이 대중적으로 각광을 받은 시기는 심형래 등 80년대 인기개그맨들의 캐럴송이 나오면서부터다. 당시 유명개그맨이나 가수들의 캐럴음반은 기본적으로 몇 만 장씩 팔려나갔다.

캐럴송은 구한말에 유입된 기독교 역사와 궤를 같이 한다. 일제강점기에는 교회를 중심으로 캐럴송이 불려 졌지만 음반이나 방송을 통해 대중화된 것은 해방 후 미군주둔과 때를 같이한다. 과거 이 칼럼을 통해 국내 최초로 발매된 캐럴송 음반을 소개했었다. 그때 미처 체크하지 못했던 음반이 추가로 발견되어 오류를 수정하고자 한다. 국내 최초로 캐럴송 음반을 발표한 가수는 <사의 찬미>를 발표했던 윤심덕임은 변함이 없다. 그녀의 <사의 찬미> 유성기음반은 1926년 8월에 일동축음기에서 발매되어 한국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았다. 윤심덕과 그녀의 애인 김우진의 동반자살사건 때문이었다.

불과 2개월 후, 일동축음기는 윤심덕의 캐럴송 음반을 2장이나 발매했다. 음반번호 B-099로 발표된 <파우스트노엘>과 음반번호B-101로 발표된 <싼타크로쓰>다. 1926년 10월 18일 매일신보에서 확인되듯 현재까지는 이 두 곡이 확인된 음원기록상 최초의 캐럴송이 확실해 보인다. 그동안 두 노래가 담긴 유성기 음반은 실체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 <싼타크로쓰>는 제목만 봐도 캐럴송으로 짐작할 수 있지만 <파우스트노엘>은 뒷면에 수록된 찬송가 <갈리리>와 더불어 찬송가일 것으로 추측했었다. 무슨 뜻인지 모호했던 ‘파우스트’는 영어 ‘First'에 대한 20년대 당시의 일본식 발음이다. 그러니까 우리에게 익숙한 캐럴송인 이다. 여하튼 90년 전에 정식 캐럴음반이 등장했다는 사실은 놀랍다.

물론 찬송가 음반은 캐럴송보다 1년 앞선 1925년 10월에 안기영이란 가수에 의해 먼저 발표되었다. 이후 캐럴송 음반은 1934년 12월 ‘요한’이라는 가수에 의해 다시 이어졌다. 1935년 8월에는 가곡 <고향생각>, <희망의 나라로> 작곡가로 유명한 현제명이 직접 취입한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콜롬비아레코드를 통해 발표했다. 1941년에는 클래식 음악가들인 현제명, 김현준, 김자경, 김수정이 혼성사중창단으로 부른 <첫번크리쓰마스>,<고요한 밤 거룩한 밤>가 빅터레코드를 통해 발표되며 대중화의 발판을 마련했다.

캐럴송이 폭넓은 대중에게 불리어지게 된 것은 해방이후 미군을 통해 유입된 빙 크로스비 같은 외국 팝가수들의 캐럴 음반들을 통해서다. 한국전쟁 후인 50년대에는 대중가요 작곡가 한복남, 전오승, 하기송 등에 의해 창작 캐럴송이 만들어졌다. 그때 송민도, 현인, 김용만, 김정애 등에 의해 한국적 이미지의 캐럴앨범들이 속속 발표되기 시작했다.

60-70년대는 록과 포크의 전성시대였다. 당시 많은 록밴드들이 독특한 캐럴 연주음반을 냈다. 전통적인 캐럴송을 롱 버전의 사이키델릭 록 사운드로 편곡한 록밴드 히파이브와 라스트 찬스, 키보이스의 캐럴음반들은 희귀함과 음악성으로 인해 지금도 고가에 거래되고 있다. 또한 포크가수들 뿐 만 아니라 트로트가수 이미자, 남진, 나훈아, 배호, 하춘화도 이 대열에 동참했고 자매듀엣으로 유명한 바니걸스는 ‘지난 해본 산타할아버지’라는 트로트 버전의 재미있는 이색 캐럴송을 발표했을 만큼 캐럴음반의 수요가 급팽창했었다.

한국 최초의 캐럴송으로 여겨지는 윤심덕의 ‘파우스트노엘’이 12월 27일 일요일에 KBS TV 쇼 ‘진품명품’에 소개 될 예정이다. 최근 윤심덕의 <사의 찬미> 유성기 음반이 일본 야후 경매에서 5천만이 넘는 가격에 낙찰이 되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과연 국내 최초의 캐럴송 유성기의 가격은 얼마나 나올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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