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한류 열풍 '현주소'세계 속 '한류' 지구촌 달궈

세계 86개국 한류 팬 3500만 명… 전년보다 63% 증가해
아시아 팬 '최다'… 불법 다운·정부 규제·반한 정서 대책 필요
미주 팬 '한국식 힙합' 인기로 전년보다 182% 대폭 늘어나
유럽 내 한류 열풍 '이견'… 아프리카·중동 한류 '초입 단계'

지난달 26일 외교부 산하기관인 한국국제교류재단(KF)은 전 세계 한류 동향을 진단하는 자료집인 '2015 지구촌 한류현황'을 공개했다.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외교부 및 105개의 재외공관과 함께 현지의 한류 현황을 조사한 내용을 '2015 지구촌 한류현황'에 담았다고 소개했다.

이 자료집에 따르면 지난해 케이팝(K-Pop)을 듣고 한식을 즐긴 세계인은 3559만여 명이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3% 증가한 수로 지역별로는 아시아ㆍ오세아니아(2621만여 명), 아메리카(758만여 명), 유럽(162만여 명), 아프리카ㆍ중동(17만여 명) 순이었다.

한편 KF는 한류 열풍을 경계하는 움직임과 한류 콘텐츠의 불법 유통 문제에 대한 대응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한류를 지속할 콘텐츠로 웹드라마(온라인을 통해 서비스되는 드라마)와 킵합(한국식 힙합)을 언급한 가운데 전 세계 한류의 최신 동향과 현지 한국인들이 전하는 실상을 함께 살펴봤다.

한류 최대 소비지 아시아

중국, 일본 등에서 시작된 한류 열풍은 영역을 넓히며 아시아 전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국과 일본에 가장 많은 수의 한류 팬들이 활동하고 있었으며, 베트남 또한 이에 못지않은 한류 사랑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은 한류 관련 동호회(63개)와 회원수(617만여 명)를 가장 많이 보유한 국가다. 최근 중국 내 한류 열풍은 예능 프로그램에서 두드러지는데 지난해 중국 방송사인 CCTV와 심천위성 TV가 각각 중국판 '무한도전', '한중드림팀'을 국내 방송사와 공동 제작에 나서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중국 정부의 엄격한 해외 프로그램 규제와 인터넷 상의 콘텐츠 불법 복제가 중국 내 한류 성장에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제약이 적은 웹드라마 제작과 중국 현지 플랫폼과의 협력 등을 통해 새롭게 접근하는 게 중요하다고 KF는 강조했다.

중국과 같이 중화문화권인 대만의 경우 한류 붐이 요식업으로 이어지고 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방영 이후 한국식 치킨을 판매하는 식당이 늘었고 강호동 678 백정구이, 공릉 닭 한 마리, 신마포 갈매기살 등의 프랜차이즈들이 대만 전역에 가맹점을 냈다.

일본에서는 동방신기, 소녀시대, 빅뱅 등의 활약으로 케이팝이 강세다. 지난해 열린 '제29회 일본 골든디스크 대상'에서 동방신기와 소녀시대는 각종 상을 수상해 인기를 입증했으며, 지난해 11월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은 도쿄ㆍ오사카ㆍ후쿠오카ㆍ나고야에서 콘서트를 개최해 100만 명의 팬들을 동원했다.

일본 내 한류 열풍은 뿌리가 깊지만 그만큼 반한 정서도 만만치 않다. KF 측은 "반한 여파가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NHK는 '기황후'를 끝으로 한국 드라마 방영을 중단했고 도쿄 내 5개 지상파 역시 대부분 중단했다. 외교적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한류 진원지인 중국, 일본 외에 동남아시아에서도 한류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표 한류 국가인 베트남은 1997년 드라마 '첫사랑', 1998~1999년 '의가형제', '모델' 등으로 한류가 최초로 상륙한 이후 드라마를 벗어나 영화, 케이팝, 패션, 화장품, 식품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류 전파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말 베트남에선 한국에서 인기를 끌었던 영화 '수상한 거짓말'을 한국-베트남 제작사의 공동제작을 통해 '내가 니 할매다'로 리메이크했으며 영화 개봉 후 2주 간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베트남에선 한류 붐을 경계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한 언론 단체는 한국 아이돌 팬덤으로 인한 문제점을 보도하며 자국의 문화에 대한 관심과 보호를 촉구했고, 한 방송사는 케이팝 걸그룹의 선정적인 퍼포먼스를 문제삼기도 했다.

미얀마는 한류 소비가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는 국가 중 하나로 미얀마 최초 한류 전문 채널인 '포 레이디스(For Ladies)'를 개설해 2015년 1월 첫 방영을 시작했다.

드라마로 시작된 태국 한류는 일본, 중국 등에 비해 그 역사는 짧지만 무한한 성장동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게 KF의 설명이다. 태국에서의 한류는 이곳 사회, 문화, 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특히 젊은 층에게 크게 어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주, 한류 선도하는 킵합

미국을 비롯한 아메리카 대륙에서는 킵합이 '대세'인 것으로 드러났다. 킵합은 '힙합의 본고장' 미국에서도 많은 팬층을 거느리고 있으며 킵합의 인기는 케이팝과 한국어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전반적인 관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 음원 시장에서 케이팝은 입지를 다지고 있다. 그룹 투애니원(2NE1)의 씨엘과 그룹 샤이니의 종현이 각종 매체에 의해 호평을 받았으며 지난해 1월 유명 음악 잡지인 빌보드지는 아이콘, 마마무, 지소울, 주영, 여자친구 등에 대한 심층 분석과 함께 기대를 드러냈다.

또한 그룹 투애니원의 씨엘과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이 디플로, 미시엘리엇 등 미국의 유명 래퍼들과 여러 차례 협업을 진행하며 실력을 인정받았고, 래퍼 키스 에이프는 곡 '잊지마'를 통해 지난해 8월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에 대서특필됐다.

이와 관련, 미국 뉴저지주에 거주하는 안모씨(여ㆍ27세)는 "미국에서 싸이는 인지도가 매우 높고 빅뱅, 투애니원, 엑소는 젊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며 "중국, 일본 음악보다는 확실히 인기 있다. 케이팝이 특이하고 개성있는 노래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어 "케이 힙합도 인기가 꽤 있는데 에픽하이, 빈지노, 박재범, 다이나믹듀오가 인기 있다"며 "미국 내 한국 노래방은 중국 노래방보다 비싼데 한국인이나 교포 외에도 케이 힙합을 부르러 오는 외국인들이 은근히 많다"고 덧붙였다.

남미에서는 케이팝이 한류를 주도하고 있다. 브라질의 경우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를 통해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투애니원, 빅스, 방탄소년단 등이 인기를 얻고 있으며 최근 상파울루, 브라질리아 등 대도시에는 200여 개의 케이팝 커버 댄스그룹이 활동 중이다.

더불어 케이팝의 인기가 한국어 학습 열풍으로 이어지고 있다. KF 측은 "(지난해) 브라질 내 최대 한류 커뮤니티인 케이팝 스테이션은 '웰컴 투 코리아'란 주제로 약 2500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어 말하기 대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멕시코 경우 케이팝이 새롭게 관심을 끌며 인기 상승곡선을 타고 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 열풍 이후 유키스, 엠블랙, 슈퍼주니어, 샤이니, 씨엔블루, 틴탑 등 다수의 그룹이 멕시코에서 콘서트를 열었으며 한국 문화로의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유럽 현지 반응 온도차

KF는 '2015 지구촌 한류현황'에서 한류 열풍이 유럽에서도 확산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현지 반응은 미지근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랑스, 영국, 스페인 등에 거주하고 있거나 최근 거주했던 이들에게 문의한 결과 한류 열풍을 체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평했다.

프랑스 경우 2011년 6월 파리에서 열린 국내 아이돌 기획사 에스엠의 콘서트 '에스엠타운 라이브 월드 투어 인 파리'가 1만 4000여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고 알려졌다. 이에 프랑스 일간지 르몽드와 르피가로가 한류 열풍을 연일 보도했다는 얘기까지 덧붙여졌다.

한국 영화 또한 프랑스에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설명됐다. 홍상수 감독의 '자유의 언덕'(2014)과 이선균 주연의 '끝까지 간다'(2015)는 현지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으며 지난해 전도연 주연의 '무뢰한'(2015)이 칸국제영화제에 초청돼 관심을 끌었다고 했다.

그러나 프랑스 현지에 거주하는 교민의 반응은 조금 달랐다. 파리시에 거주하는 정모씨(여ㆍ29세)는 "프랑스에서 한류 열풍은 잘 못 느끼고 있다"며 "미디어나 다른 곳에서 본 적이 없는 거 보면 (한국에서의) 생각보다 별 거 아닐지도 모른다"고 전했다.

이러한 반응은 지난해 영국에 거주했던 이도 유사했다. KF 측은 영국의 방송사 BBC 등의 언론에서 싸이, 빅뱅, 그룹 투애니원의 씨엘 등을 집중 조명했으며 한류 열풍의 여파가 한식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오모씨(여ㆍ27세)는 "영국에서는 (싸이의 노래) '강남스타일'을 아는 정도다. 싸이 말고는 (한국 문화)에 대해 거의 모른다"며 "극소수의 한류 마니아가 있을 수 있지만 영국 내에서 한류 열풍은 없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최근까지 스페인에 거주했던 이 또한 비슷한 얘기를 전했다. KF는 "한류 문화 팬층은 계속해서 늘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지만 한모씨(여ㆍ27세)는 "한류를 느낄 수 없었다. 한국 문화를 좋아하는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다들 한류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전했다. 다만 "싸이는 다 알고 있다. 스페인 방송에서 싸이 노래는 여름 퍼레이드할 때 쓰기 좋은 음악으로 소개됐다. 음악 전문 케이블 프로그램에서 소녀시대 뮤직비디오가 나온 적은 있다"며 "그러나 스페인 내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인기는 아직 체감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한류 새싹' 아프리카·중동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종교상의 이유 등으로 한류 문화 콘텐츠가 진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한국 드라마가 케이블 채널 위주로 방영되고 있지만 시청자 수가 제한돼 있으며 케이팝 경우 인지도가 낮다고 KF는 설명했다.

특히 아프리카에서의 한류는 '초입 단계'라고 평가했다. 지난해부터 아프리카에서는 한식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으며 남아프리카공화국 일간지 프리토리아 뉴스를 통해 김밥, 잔치국수, 만두, 된장국, 부대찌개, 삼겹살 등이 소개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여성 로렌 메이클이 케이팝 커버댄스로 자국 내에서 스타 반열에 올랐으며 그가 차린 케이팝 카페가 한류를 전도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를 계기로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케이팝과 한식에 대한 인기가 상승 중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집트에서는 한식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고 소개했다. 이집트 일간지 줌후리아가 지난해 4월 한식에 대한 소개와 이집트의 한식 요리사에 대해 보도했다고 밝혔다. 또한 김밥, 불고기, 떡볶이, 김치. 호떡이 이집트인에게 인기 있는 한식이라고 했다.

아랍에미리트의 경우 이슬람 국가 특성상 자본주의적이고 자극적인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전제했다. 그러나 점차 케이팝, 한국 드라마를 비롯한 한국 문화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가 심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스라엘에서는 한국 드라마가 한류 팬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파악했다. 2006년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이 큰 인기를 끌었으며 이후 '궁', '커피프린스', '꽃보다 남자', '신사의 품격' 등의 드라마가 꾸준히 이스라엘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소영 기자 ysy@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