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김정란 ‘WITH'전, 갤러리 ‘팔레 드 서울’에서 24일까지

고독과 우울을 떨쳐내고 꽃길 펼쳐진 길을 동행하는 동자(童子)와 강아지. 친구인 이들의 눈동자는 생기발랄하고 희망찬 열정느낌으로 다가온다. 아이는 종교적 대상이 아니다. 오히려 옷이나 까까머리로 인해 어떤 틀을 만들어 버리는 인식에 작가는 주목하고 있다. 이른바 타인에 투사된 인격을 일컫는 페르소나(persona)를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아이의 옷과 동자승을 동일선상에 놓는 그러한 관념을 벗어버리면 단지 인간일 뿐이라는 그 지점에 ‘친구’연작 메시지가 스며있다. 자의건 타의에 의해서건 자신을 구속하고 억압하는 상징적인 표상을 일깨우는 것과 다름 아닌 것이다.

김정란 작가는 작업이 까다로운 비단위에 ‘인간’을 그린다. 지난 2006년 경향갤러리 ‘꽃보다 아름다운 인물’전시에서 동자가 처음 등장했다. 그 당시에는 귀여운 미적대상으로서의 어린이를 그렸었다. 이후 작업연구를 하던 중 동자승이 있는 사찰에서 직접 그들을 보게 되었다고 했다. “어린이지만 약간 낯선 느낌이었다. 많은 생각이 짧은 순간 스쳐갔다. 환경이나 규범 그리고 동자승이 입은 옷이 오버랩 되면서 작품적으로 많은 영감을 얻었다. 이후 생각을 정리하면서 ‘현대인’이라는 존재가 과연 자신의지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있을까하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라고 토로했다. 그리고 건저올린 사유가 바로 보편적 인간의 감성이다.

작업은 비단에 아교와 백반을 밑칠작업하고 그 위에 아주 가는 면상필로 선묘를 뜬다. 채색은 선염법(渲染法)을 사용하는데 아주 흐린 담채(淡彩)를 수십 번 붓질해서 인물의 피부질감을 표현한다. 그리고 진한채색은 비단 뒷면에서 색칠하는 배채법(背彩法)을 즐겨 사용한다. 작가는 “비단은 종이처럼 표현이 단번에 나오지 않는다. 수십 번씩 되풀이하여 농도를 조절하면서 덧칠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섬세하고 많은 공이 들어간다. 대신에 종이가 표현해 낼 수 없는 피부의 매끄러운 질감을 드러내기 때문에 비단채색작업을 선호 한다”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신작에서는 자연을 배경사진으로 접목시켰는데 한국화가 김정란(KIM JUNG RAN)의 열여덟 번째 개인전은 2월16~24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 소재, 갤러리 ‘팔레 드 서울(Palais de Seoul)’에서 열린다. (02)730-7707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