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 바움 '남도의 빛나는 작가들' 신춘기획전, 3월2~26일까지

△(상단 좌측부터) 김선두 作=느린 풍경-아지랑이, 윤형호 作=기억을 건너는 시간, 신철 作=기억풀이-꽃놀이 △(하단좌측부터)박희숙 作=觀-산을 보다, 황재형 作=취우부종일, 영희 作=그녀-빨강머리 앤
남도의 수려한 산과 바다 그리고 인간미 진한 애향을 둔 '남도의 빛나는 작가들'의 신춘기획전이 열린다. 전남보성, 장흥, 청산도, 해남, 목포, 광주출신인 화가 황재형,김선두,신철,한홍수,윤형호,박희숙,박현수,영희 등 중견작가 8명의 작품을 한꺼번에 만나 볼 수 있는 자리다.

김선두 화백의 화면(사진 상단왼쪽)은 자상한 밀어같이 포근하다. 나지막한 언덕을 넘어서면 싱싱하고 해맑은 봄날청풍이 닫힌 심성을 활짝 열어준다. 머지않아 연두색 싹이 돋아나고 사람들은 완만하게 휘어진 길을 천천히 걸으며 깊은 호흡을 할 것이다. 장지위에 펼쳐진 '느린 풍경'은 참된 삶을 성찰하게 하는 시간으로 인도한다. 화가 윤형호 작품의 동백꽃에, 비가 내린다. 누가 봄을 낙화유수(落花流水)라 했던가. 무심히 걸어가는 노란레인코트소녀가 어찌 '나' 아니라할 것이냐!

신철 작가의 작품은 열심히 살면서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어느 날 잊고 살았던 기억의 단편이 온통 마음을 흔드는 묘약처럼 앞에 서있다. 티 없이 순수했던 시절의 그리움을 그림에서 만나는 순간 스스로 관대해지는 자아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박희숙 작가의 화면(사진 하단왼쪽)은 무결함을 간직하려는 듯 그 어느 것도 허락하지 않을 날카롭고 뾰족이 솟아오른 풍경너머 선명한 기운이 밀려온다. 블랙과 블루, 화이트 등 한정된 색채를 가미한 예각의 까칠함이 나름의 질서를 이뤄내고 공간을 열어주고 어긋남과 맞서는 쾌감을 선사한다. 황재형 화백은 1982년 30대 젊은 나이에 강원도 태백으로 들어가 광부의 삶에서 동시대의식을 주목했던 작가다. 작품 '취우부종일'은 부제가 '소나기는 하루 종일 내리지 않는다'이다. 삶의 행로에서 소나기처럼 예상치 않게 쏟아지는 시련이 있지만 그것이 지나가면 햇빛이 들고 꽃들이 화사하게 피어나듯 어려움이 오더라도 곧 희망의 날들이 온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일터에서 돌아오는 식구들의 끼니를 마련하려 부엌으로 들어가는 엄마의 그림자가 시선을 끌어당긴다.

영희 작가의 작품 속 여인은 입술을 깨문 쓰라림, 매혹의 미묘한 떨림으로 무엇을 응시한다. 마음의 색을 담은 '앤'의 우아한 포즈엔 설렘이 묻어난다. 한편 전시를 기획한 김혜식 관장은 "새 봄 새로운 다짐과 맑은 정신의 확산을 남도출신 화가들의 회화세계를 통해 공유하고자 했다. 마음의 위로와 희망을 함께 나눌 수 있기를 기원 한다"라고 말했다. 3월2~26일까지 서울시 종로구 인사동 10길, 갤러리 바움(Gallery Baum). (02)720-4237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