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 조방원 화백 '일생묵노'… 6월24일까지, 도립 전라남도옥과미술관

(상단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청산백운 142.8×56.6㎝, 장강범영 142.6×56.8㎝, 석산귀초 142.6×56.4㎝, 산사우제 141.4×58.4㎝
남종화 대가인 한국화가 아산(雅山) 조방원 화백(1926∼2014)의 '일생묵노(一生墨奴)'전시가 화제다. 운림산방(雲林山房)은 의재 허백련, 남농 허건 선생이 그림을 익힌 한국 남종화의 성지로 아산은 1945년 남농문하로 들어가 그림을 배웠다. 최하림 시인은 평전을 통해 "아산의 초기 산수에서 강렬한 필선들이 서로 부딪치고 소리 내면서 1950년대라는 고통스런 시대를 우리로 하여금 떠올리게 하면서도, 강렬한 선들의 뒤에서 책 읽는 은은한 소리가 들리는 듯 한 것은 운림산방의 전통 속에 아산 산수가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썼다.

또 문순태 소설가는 평전에서 화백과 나눈 대화도 겸했다. "먹그림의 세계는 절망과 답답함과 분노와 불안을 없애 주는 용화세계(龍華世界)와도 같은 평화로움이 느껴졌다. 나를 사로잡은 먹그림은 어둠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참으로 현란한 아름다움의 눈부심이었다. <먹의 세계는 곧 하늘이네. 먹의 세계는 천심인 거지. 자네가 먹그림을 좋아하자면 앞으로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걸세. 먼저 노장(老莊)을 읽게. 그래야 먹그림이 보이지.> (중략)

아산은 천(天) 사상에 심취했다. 천지현황, 즉 천은 곧 현(玄)이라는 것을 꿰뚫고 현의 색깔이 바로 묵(墨)과 적(赤)의 유현한 빛깔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늘은 큰 덕을 감춘 곳이며 현의 색깔은 '가뭇없음', 즉 끝이 없음의 허무와 아름다움으로 파악한 것이다. 현의 색깔을 나타내고 하늘에 감추어진 큰 덕을 드러내자면 무심필(無心筆)로 탈속한 도의 경지에 이르러야 함을 알았다.

한편 이번 전시는 지난 1월24일 오픈하여 오는 6월24일까지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 소재, 도립 전라남도옥과미술관의 개관20주년기념특별전으로 열린다. 김정삼 학예실장은 "화백은 '매 순간이 비워내야 하는 정진의 시간'이라며 노장사상의 무위세계를 이상으로 삼고, 먹 하나만으로 필력의 반복과 피나는 연습을 통해 먹의 푸르고 맑음을 찾아 고졸함으로 완성하셨다. '눈은 영혼으로 통하는 창문이다'라는 말처럼 관람객의 눈과 마음을 통해 문화를 향유하며 먹그림으로 예술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했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