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백 신작 ‘심청’... 4월 7일∼5월 22일 대학로 나온씨어터

판소리 다섯마당 중 하나인 ‘심청가’는 ‘효(孝)’를 메시지로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널리 알려진 작품이다. 현대에 와서도 많은 문학작품으로 재창작됐을 뿐 아니라 최인훈의 ‘달아 달아 밝은 달아’, 오태석의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등 희곡과 공연도 우리에게 익숙하다.

그런 ‘심청가’를 새롭게 해석한 이강백 작가의 신작 ‘심청’이 지난 7일부터 내달 22일까지 서울 대학로 나온씨어터 무대에 오른다. 이강백의 희곡은 절제되고 함축적인 언어를 통해 차분하고 성찰적인 방식으로 삶의 날카로운 경계를 짚어낸다. 작가는 ‘심청가’를 모티프로 했지만 ‘효’ 대신 ‘죽음’이라는 관점에서 새롭게 다가갔다.

작품 ‘심청’에서 선주는 일평생 9척 상선으로 중국과 무역을 해오며 해마다 어린 처녀들을 제물로 바쳤다. 주인공 간난은 겉보리 스무 가마에 팔려 온 마지막 제물로 절대로 바다에 빠져 죽지 않겠다고 버틴다.

선주는 수많은 심청이들의 죽음과 간난의 죽음, 그리고 얼마남지 않은 자신의 죽음까지받아들이면서 간난을 통해 삶에 대한 욕망과 의지를 새롭게 발견한다. 간난 역시 인당수의 제물로 팔려 온 자신의 삶과 처지를 되돌아보며 하루를 살아도 간난이로 살고자 한다.

선주는 죽음을 마주하며 간난의 삶의 보았고, 간난은 자신의 비루한 삶을 인식하며 죽음의 두려움에서 벗어난다. 선주와 간난은 서로의 상황을 통해 타인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향해 나아간다. 그리고 선주는 죽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간난의 삶이 온전할 수 있게 도와주려 한다. 간난은 죽음의 공포에서 벗어나며 딸을 판 원망스러운 아버지도 용서한다. 두 사람은 서로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죽어야 하는지 깨닫는다.

우리 사회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시대에 평균수명 90세를 바라보면서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후를 위한 개인적, 사회적 준비에 관심을 쏟는다.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할 겨를도, 여유도 없이.

죽음 앞에 선 우리들의 모습은 심청(간난)의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죽음은 느닷없이 찾아들고, 차별이 없기에.

‘심청’은 삶만 보고 내달리는 우리 모두에게, 어떤 모습으로 자기 앞의 최후를 맞이할지를 묻는다. 삶의 포장에만 급급하고 죽음을 애써 경시하는 이 시대의 우리에게 ‘심청’은 삶과 한 몸인 죽음을 직시하고 깊은 성찰을 권한다. 02-742-7563

박종진 기자

*사진 캡션

‘심청’포스터

‘심청’ 선주

‘심청’ 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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