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을 뚫고 턱으로 빠지는 노래 - 김소라 프로젝트’ 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5월 25일∼7월 10일

루이지 루솔로, 존 케이지, 백남준 등 선구적인 현대 미술가들이 ‘소리’를 현대미술 내부로 적극적으로 수용한 이래, 소리는 동시대 현대미술의 흥미로운 매체가 됐다.

김소라는 관계 맺기와 소통 과정을 비디오, 사운드, 설치, 퍼포먼스 등을 통해 표현하며 인간과 주변 세계에 대한 열린 해석을 시도해온 대표적인 개념미술작가다.

김 작가는 ‘소리’가 지닌 의미와 울림을 오롯이 전하는 전시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에서 5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연다. ‘무릎을 뚫고 턱으로 빠지는 노래-김소라 프로젝트’전에서 김 작가는 시각 이미지를 배제하고 비물질적인‘소리’만으로 전시 공간을 채운다.

김 작가는 소리를 “신체와 그 신체를 통과하는 공기ㆍ대기ㆍ우주로 이루어진 것으로, 소리를 낸다는 것은 우주적인 사건이자 지극히 신체적인 방식으로 다다른 정신적인 영역”이라고 설명한다.

김 작가는 소리가 온전히 신체를 관통하는 ‘무릎을 뚫고 턱으로 빠지는 노래’를 만들어주기를 여덟 명의 음악가들에게 요청했다. 협업작가인 황병기, 강태환, 계수정, 박민희, 방준석, 손경호, 최태현, 알프레드 하르트는 가야금, 색소폰, 피아노, 정가, 전자기타, 드럼, 전자음악 등 각기 다른 사운드 퍼포먼스를 통해 작가의 글자악보에 화답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여덟 개의 소리는 음악감독 장영규의 후반작업(포스트 프로덕션)을 통해 하나의 소리 작품으로 재구성됐다.

김 작가는 모든 계획과 의지를 내려놓았을 때 나는 소리, 즉 ‘비움의 소리’를 지향한다. “내가 소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가 나를 온전히 사용하도록 소리의 흐름 위에 몸을 던져 부유하는 일이다. 의지를 버리고 아무런 계획을 하지 않은 채, 소리가 나를 뚫고 빠져나가도록 온전히 내버려 두는 일이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욕심과 욕망을 비우고 비움의 상태가 되는 것이며, 소리가 내 몸을 통과 하도록 그저 시간을 흘러 보내는 것”이다. (작가 노트)

여덟 명의 음악가들에게 제안해 마련된 전시는 여덟 개의 음원의 다양한 변주이다. 자유롭게 중첩된 소리 꼴라주’는 전시장 문이 열리고 닫히는 8시간 내내 지속된다.

관람객은 때로는 단일한 소리의 울림을 때로는 서로 섞인 소리와 마주하면서 청각적 경험을 넘어 촉각적, 신체적으로 지각하게 된다. 이와 함께 논리적인 연속성 대신 자유롭게 교차된 비언어적인 소리는 다양한 변화의 가능성과 열린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소리, 신체, 공간에 대한 사유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소리로 축조된 공간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02)2188∼6232

박종진 기자

*사진 캡션

-전시장

-협업 음악가인 황병기ㆍ강태환ㆍ계수정의 사운드 퍼포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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