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가 김현정‥‘당신, 스스로 빛나는!’초대전, 7월 11일~7월 17일, 서초구청 서초플라자

졸고 있는 건가? 섬약한 곡선의 줄기에 겹겹 쌓여 피어난 연보라 꽃의 타래난초 맨 꼭대기에 작은주홍부전나비 한 마리가 대롱대롱 매달린 듯 앉아 있다. 줄기가 잔바람에 휘어지며 곡예하듯 아슬아슬한 순간 휜 탄성을 박차고 튀어오르듯 주황빛 날개에 박힌 암색무늬들이 투명한 햇살의 허공에 활짝 펴졌다. 그러자 날개 사이 형형색색 뿜어져나오는 폭죽 같은, 오오 저 꽃불! “빛을 보기 위해 눈이 있고 소리를 듣기 위해 귀가 있듯이 시간을 느끼기 위해 가슴이 있다. 가슴으로 느끼지 않은 시간들은 모두 사라진다.”<‘불확실한 날들의 철학’중에서, 나탈리 크납 지음, 유명미 옮김, 어크로스>

우아하고 세련된 감수성에 고급스러운 아늑한 분위기를 더해 영원성을 담은 알. 청아한 스카이블루, 발돋움하는 설렘의 연한 핑크, 소록소록 잠든 아이의 숨결 같은 아우라가 은은하게 심상을 인도한다. 동심원, 도넛모양 토러스(Torus)인가. 안의 날갯짓, 밖의 보드라운 결이 해후할 순간은 뜻밖에 평온하고 담담하다. 의례는 간결하고 지금은 서로 다른 곳을 향하지만 언젠가 만날 땐 더 눈부신 빛살의 궤적을 선사할 것을 약속하며 제 길을 떠났다.

여백공간의 결은 관념의 벽을 스스로 허물고, 깨어나서 새로운 세계를 만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과 바람의 불확실 속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으로 얽혀 있는 그물을 일시에 거둔 환골탈태의 흔적이다. 동시에 그런 중심에 나비와 무한창공이 하나로 되어 비상(飛上)하는, 오묘한 우주세계와 맞닿아 있다. 작가는 “빛과 그림자, 사랑과 이별, 삶과 죽음…. 비운다는 것은 무엇인가. 그동안 ‘나’를 지탱해 온 믿음들 이를테면 부조리한 의식의 고백, 숭고한 마음의 희생 그런 파편들을 다시 촘촘하게 꿰맞춰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의 또 다른 이름인 것을”이라고 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애무처럼 빛을 투과시킨다. 원형(圓形)의 틀 안에서 날갯짓이 뚫고 나가야 할 생명력에 대한 열망 그 맑고 깨끗한 근원을 만나기 바로 전에 쏟아지는 빛의 파동에너지에 힘입어 ‘자아’는, 팔랑팔랑 날아오른다. “…나비는 언제나 내 영혼의 깊은 곳을 찾는다. 그가 말했다. ‘가능하면 더 깊은 곳을’ 어느 날인가 나는 그가 수줍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을 들었다. ‘나는 금이 간 영혼을 사랑해.’ 어째서지? ‘잘 몰라, 하지만 어쨌든 그들에게선 좋은 냄새가 나.’ 그리고 그는 날아갔다.”<나비의 꿈, 김정란 시, 문학과 지성사>

LED 방법 형식과 현재성

작가는 LED(발광다이오드)의 원색을 자신만의 독특한 장치로 3차원 공간에 나비를 조형화시키고 다시 2차원평면으로 환원시킨다. 빛이 색(色)으로 가는 것인데 색분해와 그것을 다시 재조합하는 반복으로 색채와 다이내믹한 입체감을 획득해 낸다. “빛과 색의 만남과 결별을 화면에 운용해 내는 것에 대한 지속적인 탐구를 이어오고 있다. LED의 스킬한 방법적인 형식과 작가로서의 직관적 감각이 빚어내는 해체와 융합의 순환 그 무한한(infinite) 생명력을 나비에 부여하고자 했다. 그러한 현재성은 늘 신선함을 발현하는 변화의 원동력”이라고 밝혔다.

나비작가 김현정(Butterfly Artist, Navi Kim)은 상명대학교 미술대학 한국화 전공 및 동대학원 조형예술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Flying Light’, ‘Rebirth’등의 명제로 금보성아트센터, 가나아트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가진 바 있다. 이번 스물세 번째 ‘당신, 스스로 빛나는!’초대전은 7월 11일 ~7월 17일까지 서울시 서초구 남부순환로 소재, 서초구청 1층 서초플라자에서 20여점을 선보인다.7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사진캡션

△Rebirth(부활), 70×91㎝, pigment print, facemount by lamina, 2015 (each)

△인물사진=김현정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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