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박상미‥‘공존 공간’개인전, 30일까지 이화익갤러리

홍자색 상사화, 마린 블루빛깔의 탐스런 수국 꽃이 부드러운 해풍에 넘실넘실 춤추듯 흔들대며 한 시절 흥겨움을 노래한다. 정원은 영혼을 순화시키는 식물이 자라는 밑자리. 그곳에선 모두가 함께, 숨 쉰다. “…식물은 여전히 최선을 다해 오염된 공기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고, 먼지와 독성 물질에 덮인 잎으로 햇빛을 빨아들이며, 사람들을 위해 산소를 만들어 낸다. 그리고 꽃으로 너무나 자주 우리의 일상을 밝혀준다. 확실히 자연은 회복력이 있다. 우리의 희망은 그것이다.”<희망의 씨앗, 제인 구달, 게일 허드슨 著. 홍승효, 장현주 옮김. 사이언스북스>

자연이 내준 인간의 공간, 건물은 원래 자연이 위치해 있던 곳이다. 식물을 진열하고 장식하고 옮기거나 판매도 하는 이른바 도시 속 자연의 가축화 그것을 소재로 한 작품들은 마치 식물을 집단적 유기체로 여기는 식물사회학(phytosociology)의 인식을 떠올리게 한다. 화면오른쪽 작품 하단은 작가가 재구성했지만 키우는 식물의 광합성 작용을 돕듯 아스팔트나 시멘트 혹은 테이블 위에 한번쯤 그렇게 해 봄직한 장면을 보여주고 있다. 식물은 스스로 의지가 아니라 시들만 하면 햇빛을 쬐어주며 적절한 맵시로 다듬어지기도 하는데 바로 작가가 주목하고 있는 이 시대 도시화된 자연이다. 이들은 딱딱한 공간의 결핍을 우아한 품격의 감각으로 돋보이게 하는 현대사회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존재로 진화하고 있기도 하다.

좌측 작품은 어느 독특한 인테리어소품 한 장면을 연상시킨다. 커피를 마시다 혹은 와인 한잔을 들고 건배 후 우연히 천정에 거꾸로 매달린 화분들을 보게 된다는 것의 낯섦 그러면서도 묘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아름답거나 혹은 그렇지는 않지만 어쨌든 아름답게 하려고 설치한 역설을 상기시키듯 눈앞에서 늘어진 잎사귀들이 흔들거린다.

작가는 “자연 그대로의 자연이 아닌, 유락(愉樂)을 즐기려는 인간의 이기심에 온 식물이다. 화분에 빨강색을 준 것은 그들에게 시선을 바라는, 소외된 것에 좀 더 포인트를 주고자 하는 애정 어린 색채선택이었다. 인간사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인데 그들이 주인공임을 부각시키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정원, 청아하고 미스터리한 식물체

잘 다듬어진 초록잔디가 보드라운 융단으로 초대하듯 펼쳐져 있다. 꽃들은 향기롭고 식물들이 화단의 가장자리를 따라 질서정연하게 자란다. 아침햇살이 막 지나간 후의 눈부심이 잎들 위에 여운처럼 부서지며 머문다. 그러한 풍경은 인간의 집과 식물이 서로 어울림을 유지하는 가교로서 정원의 존재를 상기시킨다. 흙과 나무 등 여러 요소들이 연계되어 무리를 이루고 사람들이 머무는 도시공간에서 만나는 정원은 식물과 인간이 공생하는 공진화(coevolution)의 공간임을 깨닫게 한다. 계절마다 날씨에 따라 매일매일 신선한 이야기를 쏟아내는 그곳은 쾌적함과 활력을 제공한다.

작가는 “정원에서 즐거움을 느끼고 관리도 하며 보살펴주고 정성을 기울인다. 인간들의 손에 키워지고 다뤄져야 하고 영양분도 받아야 하는 도시의 자연은 그런 것이 자연스러운데 그러한 공존이 오늘날의 산수(山水)가 아닌가 생각해본다. ‘정원’연작은 이렇듯 서로 주고받으며 동시에 최소한의 것에 대한 책임을 짐으로써 연속적인 연대감을 공유하는 관계성에 대한 미학”이라고 밝혔다.

한국화가 박상미(PARK SANG MI)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03년 첫 개인전에서 빽빽하게 들어선 ‘나무숲-경이로움’ 명제서부터 ‘숲-lights me’, ‘between the scene’, ‘scene-장면(場面)’ 등 식물과 인간의 교감에 대한 다채로운 해석의 독창적 회화세계에 천착해 오고 있다. 이번 열여덟 번째 개인전 ‘공존 공간(共存空間)’은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소재, 이화익갤러리(LEE HWAIK gallery)에서 6월15~30일까지 열린다.

권동철 미술칼럼니스트

#작품캡션

△좌측=coexistence with nature, 91×72.7㎝, indian ink_korean color on jangji over panel, 2016 △(우측)=91×72.7㎝

△共存空間-garden, 100×100㎝

△화가 박상미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