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인 연출 ‘왕과 나’… 8월 3∼31일,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

조선시대 숙종의 후궁 장희빈의 이야기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음악극 형태로 각색한 작품이 선보인다. 극단 ‘떼아뜨르 봄날’(대표 이수인)이 전통 사극 형식에서 벗어나 희비극이 가미된 음악극으로 풀어낸 ‘왕과 나’로 오는 8월3일부터 31일까지 서울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눈빛극장에서 공연한다.

‘왕과 나’는 장희빈(장옥정)과 숙종의 비극적 연애사를 청춘남녀의 애틋한 ‘상열지사’로 시작해 피비린내 날 정도로 지독하고 참혹한 ‘부부싸움’이라는 틀로 재구성했다.

조선 19대 왕인 숙종은 신참 나인 장옥정에게 한눈에 반해 불 같은 사랑을 한다. 장옥정은 왕의 총애를 받아 후궁이 되고, 원자를 출산하지만 숙종은 장옥정과의 부부관계가 점점 지겨워져 사사건건 싸운다. 이들의 불안한 관계는 당쟁과 연결되면서 파탄으로 막을 내린다.

작품은 왕과 왕비라는 사극적이고 고정된 관계보다 부부라는, 그리고 원초적 날것으로서의 남녀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숙종과 장옥정의 영원 불멸할 것 같던 사랑이 파탄되는 과정을 통해 아무리 위대하고 숭고한 인물도 부부싸움의 참담함과 허망함과 치사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단순히 ‘비극’이 아닌 사랑이라는 이름의 이기적 욕망의 발현과 파괴적 발전의 메커니즘에 진지하게 접근한 인간에 대한 탐구가 인상적이다.

공연은 남녀관계를 민낯으로 그리며 음란함과 꽤 야한 성적 농담을 연상케 하는 대사와 움직임이 있지만 거북하지 않게 즐길 수 있을 정도여서 오히려 참신하고 전복적이다. 또한 재치 있고 진솔한 대사,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리드미컬한 집단적 움직임과 풍성하고 조화로운 소리의 향연은 음악극의 색다른 묘미와 감흥을 전한다. 여기에 흥겨움 속에 배인 그로테스크한 긴장감과 페이소스는 인간과 인생의 슬프고 우스운 진면목을 발견하게 한다.

15명의 배우들이 때로는 캐릭터로서 때로는 해설자로서 역할을 끊임없이 바꿔가며 짧고 함축적인 대사들을 주고받는다. 장희빈의 경우만 해도 세명의 배우가 단순히 대사 하나를 나누는 게 아니라 아예 배역 자체를 셋으로 나눠 새로운 인물을 그려낸다.

배우들의 일인다역과 시시때때로 노래와 구음이 깔리고 여기에 기타, 북, 아코디언, 하모니카 등 배우들이 직접 현장에서 연주하는 소리가 섞여 들면서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방불케 한다. 또한 대중가요부터 아리아까지 폭넓은 선곡도 보는 즐거움뿐만 아니라 듣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02-742-7563

박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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