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창 초대전 ‘Illusion’…장은선갤러리, 8월 24일∼9월 3일

유리 조각을 통해 양면적인 인간 내면을 깊이 탐구해 온 이후창 작가가 새 작품으로 관객과 소통한다.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24일 오픈하는 초대전 ‘Illusion’을 통해서다.

작가는 유리라는 재료의 물성을 깊이 파악해 이를 철학적인 작품들로 구상한다. ‘상실의 시대’(2008), ‘상실의 시대-타자의 시선’(2009), ‘시선의 중첩’(2010),‘시선의 교차’(2011) 등 개인전을 통해 작가는 타인과 관계 속에서 인간의 존재와 본질을 표현했다.

이번 전시에서도 작가는 ‘나는 누구인가’하는 존재론적 화두를 던지며 다채로운 작품들을 빚어냈다.

작품은 유리구를 활용해 단순하고 기하학적인 조형과 반복적인 형태를 수직으로 쌓은 형상이거나 유리집 안의 얼굴 모형 등이 주를 이룬다.

이들 작품에 접근하면 나를 비롯한 주변 풍경이 비쳐지며 또 다른 상이 만들어진다. 전시명 ‘Illusion’을 떠올리게 하는 시각적 환기 효과는 매우 흥미롭다.

작품 표면이 관람객들을 비추며 만들어내는 새로운 형상은 수백개의 자신들로 타인에 비쳐진 자아를 주체적으로 돌아보게 하는 의미도 지닌다. 이것이 작가가 이번 전시 ‘Illusion’을 통해 던지는 본질에 대한 질문들이다.

투명하게 만든 유리집 안의 얼굴 모습이 담긴 작품도 같은 맥락이다. ‘Look into Myself’ 라는 작품명이 말해주듯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은 이미 타자화돼 있고, 이를 인식해 실존적 자아를 찾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또한 내부와 외부의 시선이 중첩되는 효과를 보여주는 작품은 유리의 불투명성과 투명성을 교차해서 양면적인 인간내면을 보여준다.

이를 두고 고충환 미술평론가는 “작가의 작업은 바로 진아(불교에서 말하는 나라는 진정한 실체)를 향한다”고 평한다. 수많은 우여곡절을 투명한 유리의 질료 속에 담아내고 ‘나는 투명해졌는가’. ‘나라는 실체는 더 또렷해졌는가’ 끊임없이 질문한다는 것. 작가의 작업은 답이 아닌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다.

얼음처럼 투명한 유리조각으로 8월의 늦더위를 잊게 만드는 이번 전시는 9월 3일까지 신작 2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02-730-3533

박종진 기자

#작품 캡션

-ILLUSION, Galss, 높이270cm 가변설치, 2016

- Look into Myself 2016-II, Glass, 20x16x23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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