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성병태…‘캔버스트라&연가’초대전, 10월18~23일, 대구 수성아트피아

“미와 새로움, 자유는 인간의 모든 예술이 지닌 특징이 아니라, 예술과 시의 경계지역을 형성하는 회화와 음악의 특징이다.”<타타르키비츠 美學史Ⅲ, W.타타르키비츠 著, 손효주 옮김, 미술문화>

비 그친 오후의 그곳엔 신선한 바람과 진한 커피향이 실내에 뒤섞여 초저녁 어둠이 곧 찾아온 분위기를 연출했다. 뜨겁던 여운이 안개 속에 덮인 것일까. 명징한 선율로 휩싸는 고독한 독백처럼 말러(Gustav Mahler,1860~1911) 교향곡 제1번 D장조 ‘거인(Der Titan)’이 혼란스러움을 진정시키듯 자상하게 흘렀다.

시간의 초월을 넘나드는 아티스트들에겐 ‘약속 없는 성지’라고 불리는 그 카페 앞으로 일순간 강아지와 산책하는 파리지엔 그리고 노년의 아코디언 연주자가 미묘한 회화적 분위에 등장했다. 그 앞길 저편 다리 위, 영원의 언약을 열렬한 키스로 나누는 달콤한 숨소리와 백발 첼리스트의 청춘시절을 떠올리는 듯한 혼신의 연주가 강바람에 물보라처럼 휘날리고 있었다.

기쁨과 안정의 힐링

화면은 오케스트라와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지휘자와 연주자 그리고 다양한 배경인물들의 몰입순간을 포착한 환상적인 구성을 보여준다. 사랑의 찬미를 비롯한 세상의 모든 순간의 아름다움을 빼어난 감수성의 조형언어로 독자적 표현을 보여주고자 하는 것과 다름없다.

지난 2012년 화백의 서울 인사동길 가나아트스페이스 전시 이후 몇 만남 외에 4년여 만에 명동 한 카페서 만났다. 그간의 안녕과 그림 작업에 대해 물었더니 특유의 중저음 톤으로 즉답했다. “이 세상의 모든 아름다운 찰나는 소멸되고 무상으로 일소(一笑)에 부쳐지나 그것을 작가가 포착하여 영속적인 아름다움으로 환치하여 캔버스에 담아내는 것이다. 빛과 음률을 컬러, 오브제, 육감적인 드로잉 등을 통하여 아름다운 감동과 불멸의 기억으로 남게 하여 관람자와 함께 기쁨과 안정으로 힐링을 나누고자 한다.”

화백은 1980년 후반 프랑스 파리, 아카데미 드라그랑쇼미에르서 작품연수를 하고 스페인, 네덜란드, 이태리, 오스트리아 등 유럽 전역 미술관을 일주 탐방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 전통회화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를 통하여 독창적 화풍을 구현하게 된다. 1988년 압구정 현대갤러리에서 캔버스와 오케스트라의 합성어 ‘캔버스트라(Canvastra)’와‘유럽연가’시리즈를 선보인 ‘비색(秘色)의 연가’전에서 국내 애호가들의 인기몰이로 화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1994년 이후 일본 동경, 오사카, 나고야를 중심으로 일본미술작가 대표클럽 중 하나인 ‘이원전’ 정회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했는데 외국작가로는 흔치않게 ‘미술가명감(美術家名鑑, 美術俱樂部1994)’에 수록되어 있다. 특히 2007년 ‘창조적 감성으로 그림을 들으며 음악을 보다’라는 테마로 열린 오사카 ‘리가로열호텔’초대전에서 화가로서 한 단계 더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는 전환점을 맞이한다.

“그 당시 세계의료학술대회가 열린 바 거기에 참가한 각국 의료계 인사들이 전시장을 방문하였고 많은 작품을 구입 소장하게 되었다. 그러한 영향으로 이후 여러 나라에서 전시요청을 받았다”라고 밝혔다.

한편 해외에서 오랫동안 활동하며 ‘성 드로리앙(Sung Drawrian)’이라는 화명으로도 알려져 있는 성병태 작가는 대구출신으로 이번 ‘2016캔버스트라&연가’는 고희에 접어든 그에겐 귀향전시 의미도 함축돼 있다. 10월 18일부터 23일까지 대구광역시 수성구 무학로, ‘수성문화재단 수성아트피아미술관기획초대’로 미술관전관에서 열린다.

화백에게 화업의 길에 대해 묻자 “어떤 계보와 아류에 전혀 연연하지 않는 독자적이고 독창적인 작업에만 전념하는 전형적인 전업 작가다. 붓 한 자루에 의지해서 물결처럼 창작의 삶에 동승하여 흘러가는 것이 화가라는 나의 인생”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권동철 @hankooki.com

#작품캡션

-캔버스트라, 116×89㎝ oil on canvas, 2016

-연가, 92×73㎝ mixed media(each)

-성병태 화백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