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과 백남준의 만남’…DDP 디자인박물관, 11월 9일∼2017년 2월 5일

일제 강점기에 국보급 문화재를 지키낸 간송 전형필(1906∼62)과 1960년대 비디오 아트의 창안자이자 선구자인 백남준(1932~2006)이 해후했다. 간송미술관의 컬렉션과 백남준의 작품이 한 자리에서 만나 전혀 새로운 예술적 변주를 보여주고 있다.

11월 9일부터 서울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 배움터 2층 디자인 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간송과 백남준의 만남 : 문화로 세상을 바꾸다’는 가장 전통적인 우리의 옛그림과 가장 현대적인 미술이 만나 다양한 상상의 세계를 열어준다.

전시에는 김명국, 심사정, 최북, 장승업에서 백남준에 이르기까지 17세기부터 20세기의 명작이 함께 선보인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명작을 진열한 것이 아니라 연관성 있는 작품을 매칭해 관객에게 흥미와 상상력을 이끌어내게 한다.

가령 백남준의 ‘달에 사는 토끼’와 함께 전시한 오원 장승업의 ‘오동폐월’은 ‘달’을 모티프로 했다.

‘달에 사는 토끼’에서 나무로 만든 토끼는 TV에 비춘 달을 한없이 응시하고 있다. ‘오동폐월’ 은 오동나무 너머로 달이 뜬 풍경을 담은 그림으로 나무 아래에는 노란 국화 한 송이가 피어 있고, 개가 달을 향해 짖는다.

백남준은 “달은 인류 최초의 텔레비전이다”라고 했는데 토끼가 바라보는 텔레비전은 장승업의 개가 바라보며 짖는 달과 통한다고 할 수 있다. 텔레비전이라는 과학으론 달에 토끼가 살고 있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개가 짖고 있는 달엔 여전히 토끼가 있을 것이라고 상상한다.

두 대가는 달이라는 소재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과 시적 감수성이 과거의 일이나 현재의 일 같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는 것을 말해주는 듯하다.

조선말 대표적인 화원화가인 장승업의 정물화 ‘기명절지도’와 백남준의 설치 작품 ‘비디오 샹들리에 1번’은 기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닮았다.

촉나라로 가는 여정을 담은 조선 남종화의 대가 심사정의 국보급 그림 ‘촉잔도권’과 백남준의 ‘코끼리 마차’는 이상향을 찾아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백남준의 ‘머리를 위한 선(禪)’ 은 자신의 머리카락에 잉크를 흠뻑 적셔 종이에 머리로 그은 선으로 일종의 참선(參禪) 의식이다. 이는 조선 중기 화단의 대가 김명국이 그린 ‘철괴’라는 주인공이 도교의 팔선인(八仙人) 중 한 명으로 서로 통한다.

백남준 작품에 담긴 뜻은 조선시대 그림에 담긴 주제와 일맥상통한다. 이는 백남준의 미디어아트가 최첨단의 기술을 도구로 삼고 있으나 그 DNA는 전통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백남준의 작품에는 그가 꿈꾸는 미래, 이상향이 담겨있는데 다름아닌 우리 조상들 정신, 우리의 정체성이다.

이번 전시의 간송 미디어관에서 조선시대 화원들의 산수화를 VR로 체험하면 백남준과 함께 조선의 첩첩산중 골짜기를 거닐고 물결위를 노니는 듯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2월 5일까지. 02-2153-0000.

박종진 기자

#작품 설명

-장승업의 ‘오동폐월’과 백남준의 ‘달에 사는 토끼’

-백남준의 ‘비디오 샹들리에 1번’과 장승업의 ‘기명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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