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구 개인전 ‘Inner-Space’…12월 13일까지, 아라아트센터

주체와 대상 사이 중간의 공간에 특별한 관심과 시각을 갖고 작업을 해온 윤종구 작가가 자연의 공간으로 들어가 그것을 온전히, 그리고 또 다른 공간으로 변주해 작품에 담았다.

서울 인사동 아라아트센터에서 전시 중인 윤 작가의 개인전 ‘Inner-Space’에선 그런 작품을 모처럼 풍요롭게 감상할 수 있다.

작가는 물리적 공간 너머의 공간을 그린다. 공간 속 공간을 탐미한다. 자유로운 선들은 집요한 과정을 구축한 결과물로 작가가 생각하고 있는 자연을 닮고 있다. 작가는 화면 가득 불규칙 하고 미세한 손놀림의 흔적들을 통하여 작은 빈 공간들을 면밀히 채워, 수많은 의식과 무의식의 경계를 그 안에 담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흔적은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 할 수 있으며, 몸과 정신의 통합적인 반응이자 전체적으로 투영된 현상을 보여준다.

작가의 이번 작업은 ‘이너스페이스(Inner-Space)’를 주제로 자연에서 미시(micro)와 거시(macro)의 시선으로 총제적인 우주를 바라보는 전시이다.

작가의 화면은 여러 겹의 밀집 공간들이 만든 덩어리로, 현대물리학이 우주 생성 과정을 설명하는 빅뱅이론(Big Bang)에 등장하는 ‘초고밀도 세계’를 연상시킨다. 모든 물질이 뒤섞여 혼돈의 상태이며 하나로 응축된 에너지만이 존재하는 절대적인 상태를 표현했다. 이는 작가가 아침 산행에서 자연의 빛이 만든 시공간을 탐미하며 체화한 결과이기도 하다. 동양의 자연관은 만물이 모두 기(氣)로 이뤄져 있고 텅빈 것처럼 보이는 공간도 빈틈없이 기로 가득차 있다고 본다. 공간의 기는 끊임없이 움직이고 그 순간마다 새로운 자연을 생성해간다. 작가는 그런 자연과 이를 바라보는 작가 사이의 공간, 두 개의 중심 사이에서 파생하는 자유를 그려내고 있다.

작가가 표현한 이너스페이스는 작가가 사색한 흔적이고 성찰의 기록을 보여준다. 작가는 숲길을 걸으며 직감하고 성찰한 기운을 담아 화면에 일상이 놓친 다양한 미지의 공간을 조형화한다. 인간의 잃어버린 감성의 회복을 자연에서 찾고 기운생동한 필력으로 날렵하고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곡선으로 그렸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작가가 표현한 숭고하고 진중한 내면의 아름다움을 만나 볼 수 있고, 만물의 기운과 자연, 우주를 다시 재조명해 보는 기회를 갖게 될 것이다. 02-735-9938

박종진 기자

#작품 캡션

-메인 ; Bluedrawing16-12 Ballpoint pen on Paper 145×145cm 2016

- Bluescape16-12 Ballpoint pen on Canvas 171×91cm 2016

- Trace of the wind16-05 Acrylic on Canvas 454×181cm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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