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늘근도둑 이야기’ … 유니플렉스 3관, 2월 26일까지

날마다 밝혀지는 현실의 일들이 그 어느 드라마보다 재미있다는 씁쓸한 요즘, 가끔은 현실에서 벗어나거나 아예 깊이 뛰어들어 카타르시스라도 느껴보고 싶어지곤 한다.

아마 이런 이중적 감정에 적절히 응해줄만한 연극이 무대에서 꾸준히 관객을 맞고 있다. 서울 대학로 유니플렉스 3관에서 공연 중인 ‘늘근도둑 이야기’이다.

1989년 시작해 26년째 이어지고 있는 ‘늘근도둑 이야기’는 강신일, 문성근, 김승욱, 이대연 등 내로라하는 중년 배우들이 거쳐갔으며, 공연 때마다 동시대 상황을 날카롭게 풍자해 서민들의 애환을 대변해왔다.

이번 작품은 대통령 취임 특사로 풀려난 ‘더늘근 도둑’과 ‘덜늘근 도둑’이 높으신 분의 미술관에서 금고를 털려다 실패해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다뤘다. 부조리하고 답답한 현시대를 향한 ‘사이다’ 돌직구와 해학적인 풍자로 관객들의 웃음과 공감을 자아내는 뼈대는 여전하다.

박철민, 민성욱, 태항호 중심 배우들의 면모와 오랜 기간 서로 호흡을 맞춰온 거침없는애드리브와 폭발적인 시너지는 관객들을 단박에 매료시킨다. 촌철살인의 대사들로 현 사회의 이슈를 상기시키며 공연 중간중간 관객과 소통하는 시도는 작품에 대한 완성도와 몰입도를 높여준다.

이번 극과 인연이 깊은 박철민은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기 위해 대본을 반복적으로 보며 연기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다고 말했다. 웃음을 자아내더라도 가볍지 않은 시대 공감의 묵직한, 그러면서도 힐링이 되는 웃음을 전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저에서 다른 배우들도 호흡을 맞추다 보니 극의 무게를 한층 더한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낯익은 얼굴이 무대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감동을 주는 것은 그 때문이다.

기존 배우에 새로운 배우들로 무장한 색다른 힐링극 ‘늘근도둑 이야기’는 2월 26일까지 이어진다. 02-3672-0900

박종진 기자

-사진 위, 연극 ‘늘근도둑이야기’ 공연 장면

-사진 아래, 왼쪽부터 박철민, 민성욱, 태항호 (사진제공=나인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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