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오페라앙상블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 5월 6~7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조선 숙종시대, 당쟁이 난무한 시대의 울분을 회화로 풀어냈던 공재(恭齋) 윤두서(1668~1715)의 삶이 창작오페라로 되살아난다.

서울오페라앙상블이 오는 5월 6~7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초연하는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을 통해서다.

오페라 ‘붉은자화상’은 우리나라 초상화의 걸작이자 윤두서의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국보 제240호 ‘자화상’을 모티프로 했다. 해남 윤씨 집안의 종손으로 태어난 윤두서가 1693년 진사시에 합격했지만, 당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출사를 포기하고 서화에 뜻을 담아 ‘자화상’ 같은 예술적 성취를 이룬 삶의 이면과 당대를 현대오페라로 재해석했다

‘붉은 자화상’은 시대와의 불의에 정면으로 맞섰던 천재화가 공재의 회화 세계, 그의 딸 영래와 수제자 영창과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격동의 시대를 몸소 겪으면서도 마침내 자신의 자화상을 완성시킨 윤두서의 삶을 노래한다.

작품은 자신의 그림에 회의를 느낀 현대의 화가 윤현이 여행길에 남도땅 해남의 녹우당을 찾으면서 시작된다. 녹우당은 고산 윤선도의 고택으로 그의 증손인 윤두서는 그곳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세상을 떠났다. 윤현이 300여년 전 윤두서가 자화상을 그리는데 사용했던 거울인 백동경을 만지는 순간, 그 앞에 자화상 속 윤두서가 나타나고 윤현은 백독경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고향으로 낙향한 공재는 그림이 뜻대로 그려지지 않아 번뇌하다가 역모죄로 비명횡사한 수제자 영창이 남긴 화첩, 그것을 들고 바다로 뛰어들어 시신으로 돌아온 딸 영래를 접하고 마침내 붓을 든다. 빈 화폭을 채운 것은 부끄러운 자신을 비추는 거울인 자화상이다.

오늘의 화가 윤현은 조선의 화가 공재에게 묻는다. “당신에게 자화상은 무엇입니까?”

공재는 “자화상, 시대를 향한 거울”라고 답한다.

공연에 앞서 지난 6일 서울 동숭동 대학로 예술가의집 다목적홀에서 열린 ‘조선화가 윤두서의 회화세계와 현대 창작오페라와의 만남’을 주제로 한‘붉은 자화상’ 세미나에서 발제에 나선 작곡가 고태암은 “그림을 통해서 극 이야기가 전개되고, 그림을 통한 윤두서 자신의 고뇌가 내포하는 것이 이 작품의 아이덴티티”라며, “극의 내용이 그림으로 시작해 그림으로 끝나기 때문에 그림에 대한 음악적 고민과 다양한 표현방법을 위해 많이 고민했다”고 밝혔다.

이번 작품의 연출가인 장수동 서울오페라앙상블 예술감독은 ‘한국창작오페라의 세계’라는 주제로 국내 오페라 70년 역사를 정리하면서 “소재의 자유로움이 한국오페라의 세계화와 참신한 작곡가의 발굴을 위한 선결조건”이라며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의 의의를 전했다.

‘붉은 자화상’은 윤두서의 삶과 예술을 통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스스로의 초상을 묻는다.

박종진 기자

*사진

- 창작오페라 ‘붉은 자화상’ 시범공연 모습. (서울오페라앙상블 제공)

-윤두서 자화상(국보 제24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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