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철 초대전 ‘회수(繪繡) - 그리움을 그리다’…장은선갤러리 5월 3∼20일

장지 위에 바느질과 붓을 이용해 독창적인 구성과 질감의 회화작업을 해온 김순철 화백이 5월 3일부터 서울 인사동 장은선갤러리에서 신작 20여 점을 선보인다.

김 작가는 금분, 은분으로 꽃밭을 만들고 그 위에 도톰하게 만든 실로 한 땀 한 땀 바느질해 작품을 완성한다. 촘촘한 붓질과 꼼꼼한 바느질은 단순한 ‘채움’이 아니라 ‘채움과 비움의 연속’이다.

작가는“꿰매고 긋고 지우고 칠하고 긁어내고 닦아내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흔적들은 많은 사라짐 속에도 존재하는 내면의 영원성을 느끼게 한다”고 말한다.

그런 과정은 겹겹이 얽힌 미세한 감정의 결들을 드러내는 자신과의 대화이며, 마음을 비워내면서 옹이처럼 얽힌 속내를 삭히는 치유(治癒)와 자정(自淨)의 시간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자신으로의 관찰과 의식을 집중하고 명상적인 눈으로 자아와 세상을 읽음으로써 무언가 담길 수도 있고 비워질 수도 있는 내면의식의 변이를 함축적으로 풀어내 작품화한다.

김 작가의 작업은 전통 회화에서 보면 파격에 가깝다. 하지만 전통 회화의 구조체계를 유지하면서 공예를 접목해 새 영역을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평면 캔버스 위로 드러난 부조 형태의 상징적인 항아리나 다완이 그렇고, 작업 과정의 비움과 채움은 전통 회화의 근본과 맥락이 닿아있다.

유근오 미술평론가는 김 작가의 회화가 ‘질료 자체의 물성에 함몰되거나, 질료를 단순히 형상의 보조제로 전용시키지도 않으면서 양자 간의 ‘조응’을 이끌어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평한다.

유 평론가는 “전통의 존엄과 현대의 혁신을 가로 지르는 탁월한 감성적 에너지로 일상의 오브제를 새로운 예술의 층위로 확장시켜 가고 있다”며 김 작가의 예술세계를 높이 평가하기도 했다.

작가는 자신의 작품에 대해 “우리 고유의 주체적인 미감과 우리 그림의 진정한 개념을 도출하고 점점 잊혀져 가는 느린 문화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켜 정당한 정체성을 지닌 시대적 미의식으로 이해되길 기대한다”고 설명한다.

그가 소박한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다완, 항아리를 화면의 중심부에 배치하고 풍성함이 돋보이는 만개한 모란과 매화꽃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 ‘About wish’ 라는 이름을 단 것은 앞서 그의 소망을 담은 것이기도 하다.

봄날, 김 작가의 소망을 가득 담은 신작은 5월 20일까지 감상할 수 있다.

한편, 김 작가는 홍익대 동양화과 학사와 석사를 졸업했으며, 독일 Forum Gallery, 쉐마미술관, 마로니에미술관 등 개인전 27회와 싱가폴 AAF Singapore, 독일 Art Karlsruhe, 한국 소마미술관, KIAF 등 단체전 300회를 참여하며 국내외에서 활발한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 중국 베이징예술박람회 은상, 대한민국미술축제 특별상 등 다채로운 수상경력과 국립현대미술관(미술은행), 기업은행, 경향신문사 등 여러 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02-730-3533

박종진 기자

*작품 캡션

‘About wish’ 1710, 85x85cm, 장지에 채색과 바느질

‘About wish’ 1715, 80x80cm, 한지에 채색과 바느질

‘About wish’ 1637, 27x27cm, 장지에 채색과 바느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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