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식 초대전…선화랑, 5월 10∼23일

뉴욕 전철 창문을 통해 비친 성냥갑 같은 작은집들. 그 집엔 각기 다른 얼굴의 공존하고 있다. 하얀 집엔 백인, 까만 집엔 흑인, 노란 집은 동양인 등이 조화롭게 살아간다.

김명신 작가는 곧바로 작업실로 달려가 사람의 표정을 하고 있는 그 집을 미친 듯이 그렸다. 그의 연작 ‘이스트 사이드 스토리’ (East Side Story)는 이렇게 탄생했다.

지극히 도시적인 ‘뉴욕’의 모습은 일견 작가의 종래 작업과는 상반된 인상이다. 그의 작품의 주제는 ‘자연’이다. 그는 “인간이 태어난 곳도 자연이고 안주할 곳도 자연이다. 자연을 나의 작업의 주제로 설정한 이유는 도시 문명의 거부감에서 시작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도시의 개발과 확장이 생활의 편리를 가져다주지만 인간의 순수성을 잃게 해서다.

작가는 오랫동안 그가 태어난 곳의 기쁨과 슬픔을 담은 ‘고데기 연작’에 천착했다. 도시화로 사라진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을 표현주의 방식으로 화폭에 담은 그의 시리즈는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에게 꿈과 추억을 안겨주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 작가에게 수많은 인종이 모여 사는 뉴욕은 이상적인 ‘세계향’으로 역동하는 도시의 에너지와 자연의 순수를 함께 지닌 곳으로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뉴욕에서 자신의 작품세계를 대표해온 고데기 시리즈를 뛰어넘는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한 작가는 ‘이스트사이드 스토리’에 몰입했다.

수차례 뉴욕을 찾아 작품화한 이스트사이드 스토리는 자유로우면서도 대담한 화면구성과 뛰어난 색체감각으로 인해 현지 화단의 호평을 받으며 뉴욕과 마이애미의 유수한 갤러리에서 전시가 이어졌다. 마이애미의 메이저화랑인 디아스포라 바이브 갤러리의 로지 고든 관장은 “극도로 정제된 화면에 많은 이야기가 담긴 작품들을 보고 그는 디지털 세계에서 여유로움을 주는 전도사(Gateway Storyteller)이다”고 찬사를 보내기도 했다

잃어버린 순수와 마음의 고향을 과거의 고데기에서 그렸다면 현재의 이스트사이드는 샘솟는 희망과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도시에서 잃어버린 꿈을 도시에서 찾는 역설로, 고데기 시리즈의 무채색 위주의 색감과 달리 이스트사이드 스토리는 화사한 컬러로 긍정적인 삶의 이미지를 재해석하고 있다.

자유분방하게 달리는 나이프와 특유의 마티에르는 여전하고, 그렇게 그려진 집들은 두드러지게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여유롭고 온화하다. 관객이 참여할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넓히면서 그 집과 함께하는 여러 인종과 그들의 조화를 떠올리게 하는 작의(作意)가 읽힌다. 또한 뉴욕이라는 다양한 인종이 뒤섞여 살아가는 글로벌 도시에서 생각과 이념의 차이로 인한 분열과 갈등을 넘어 화합하면서 살아가는 삶의 깨달음을 넌지시 제시하는 듯하다.

세상에 따스한 시선을 던지는 김면신 작가의 환경이 고스란히 녹아든 자연주의적 색감이 돋보이는 신작 40여점이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이달 23일까지 선보인다

박종진 기자

*작품 캡션

- East Side17-MY04 162.2X130.3cm Oil on canvas 2017

-East Side17-MA07 259.1X193.9cm Oil on canva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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