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장희정… ‘꽃-수려함’초대전, 6월15~7월17일, 갤러리 훈

“그대는 자유로운 산꼭대기에 올라 가려 한다. 그대의 영혼은 수많은 별을 갈망한다. 동시에 그대의 사악한 갖가지 충동도 자유를 갈망한다. 그대의 들개들은 자유의 몸이 되고 싶어 한다. 그대의 정신이 모든 감옥을 해방시키려 할 때, 그 들개들은 자신의 굴속에서 욕망에 사로잡혀 울부짖는다.”<니체의 인간학, 나카지마 요시미치 지음, 이지수 옮김, 다산3.0 刊>

사진인가 그림인가? 멀리서 보아 사진이라고 생각하거나 그림으로 여기다 붓 자국을 보는 순간 잠시 혼동을 느낀다. 극사실주의도 아닌 모호하지만 의미망의 아우라가 느껴지는데 디지털프린트 위 유화물감작업이다. 재료는 혼합매체로 사진과 그림이, 섞여있다. 그래서 꽃 사진도 동산에 핀 생물에 비하면 가짜이고 그림역시 물감을 얹었다. 이 두 가지를 혼용했기 때문에 완벽한 눈속임인 셈이다.

화면의 꽃은 판타스틱하게 더할 나위 없는 매혹으로 피어오르고 완전함의 긴장이 품은 그 패러독스에 무엇을 함의하고 있다. 진실의 겹으로 가장한 부조리처럼 내용면에선 레이어가 켜켜이 쌓여있어 한 겹씩 풀어가면서 ‘수려한’ 내면으로 들어가는 갈피를 잡아야한다. 그래야만 정치, 경제, 환경,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노출되고 얽혀있는 현대인의 다각적 관계와 개체로써 나와 너의 내밀한 융합심리와 마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평범해 보이는데 가까이 와서 보면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을 그리고 싶다. 음식 맛을 내기위해 조미료를 넣는 것처럼 그림에 인공적 색깔을 부여했는데 실재의 꽃과 사진의 색채가 아님에도 사람들은 진짜 꽃으로 생각한다. 꽃을 떠 올릴 때 ‘이런 색깔’이라고 스스로 규정하는 자기모순 때문일 텐데 겉과 속마음, 진실과 거짓말 등 나의 작업을 통해 의도한 이중성과 맥을 같이 한다.”

현대미술에 대한 비꼬임

작품은 전체를 물감으로 표현하지 않고 프린트상태 일부분을 그대로 남겨둔다. 그렇게 하여도 그린 것과 사진부분을 잘 구별하지 못한다. 작가입장에서는 “그것을 알아차렸으면 하는 바람 같은 것도 있다”고 했다. 재미나기도 하지만 완벽한 거짓말이 바탕에 깔려 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화면에 없는 부족한 색채를 보충한 칼라아크릴액자까지 하나의 작품으로 완결되는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어글리한 것이 오늘날 미술의 한 코드라는 인식이 있는데 솔직히 나는 그것이 좀 못마땅하여 아름다운 것을 걸어놓고 현대미술을 얘기하고 싶었다. 그런 점에서 비꼬임이 배어있다.”

장희정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와 뉴욕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1996년 ‘CATCH 22 Gallery(뉴욕)’에서 첫 개인전 이후 일민미술관 등에서 개인전을 15회 가졌다. 2001~2012년의 긴 시간동안 공장서 만들어진 천을 이용해 그 위에 민화풍으로 덧그린 꽃그림 연작을 발표해 콜렉터들의 각광을 받았다. 2012년부터 사진으로 소재를 옮겨와 현재까지 작업하고 있다.

화랑미술제(2006~2017), 한국국제아트페어(2014~2016) 등 주요국내ㆍ외 아트페어에 참여했다. 근작 백자, 항아리 등과 컬러풀한 표지의 책 등을 매치한 동ㆍ서양을 시각적으로 확연하게 인지할 수 있는 연작들 역시 대단한 인기를 얻고 있는데 특히 올 상반기 화랑미술제에서 솔드 아웃 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번 ‘꽃-수려함’초대개인전은 6월15일부터 7월17일까지 서울시 강남구 청담동 소재 ‘갤러리 훈’에서 열린다.

한편 인사동에서 인터뷰한 작가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겉으로 보이는 것과 완전히 다르다. 돈을 엄청 들여 고급교육을 받았는데 하는 일은 완벽한 노동이다. 그것이 아이러니다. 또 작품판매가 잘 될수록 모든 일상을 접고 그림만 그려야 한다. 지금은 밥 먹고 잠자고 그림 그리는 것밖에 못한다.”

권동철 @hankooki.com

#작품설명

-흰색 핑크 마젠타 배합, 68×79㎝(each) 캔버스 위에 혼합재료, 2017

-흰색과 블루사이, 56×56㎝, 2017

-장희정(JANG HEE JEONG)작가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