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현재를 이루는 시간의 속살은 어떻게 비치는가. 헤아릴 수 없이 미묘한 점들이 무엇으로 이뤄지는 그곳은 바다와 대지. 그리고 마음의 촉각이 새들의 더듬이를 따라 동행하는 저 바람결에 휘날리는 생의 무게. 또 우수에 젖은 바다 그 깊은 울림으로 유영하는 변화무상에 일렁이는 조각배 하나, 존재여! 첼로거장 파블로 카잘스(Pablo Casals)가 연주한 엘가 첼로 협주곡(Elgar Cello concerto)이 물 위를 흐른다.
젖은 눈망울을 투과하는 보석처럼 빼곡한 밤하늘 은하수들이 우아한 몸짓의 춤으로 낙하 할 때 마다 찬란한 광휘의 운율이 가슴으로 들어와 박힌다. 마침내 번민의 물결이 지나간 자리에 솟아나는 저 평화로운 산자수려(山紫水麗)에 깃든 영혼불멸을 일러 겨레의 역사라 부르지 않던가.
지나가는 일들에 대한 흔적
신문용(ARTIST SHIN MOON YONG)작가는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고 목포대학교 교수(1978~2012)를 역임했다. 1984년 현산 미술관(광주)에서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선화랑, 국립현대미술관, 동숭동 문예진흥원미술회관, 갤러리 아트셀시, 이마주 갤러리, JBC화랑(동경) 등 국내외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특히 89년 ‘국립현대미술관 이달의 작가’선정기념으로 1개월 동안 ‘바다’시리즈를 전시, 물결작품의 정점을 이뤘다.
이번 마흔다섯 번째 ‘Logical Landscape(논리적 풍경)’기획초대 개인전은 1월 12일 오픈해 3월 9일까지 강원도 홍천군 서면 종자산길 소재, 힐리언스 선마을 효천갤러리에서 100호 이상 대작6점 등 총 15여점의 단색화작품을 선보인다.
“과거부터 심심할 정도로 단순함 속에 이미지를 구축해 왔다. 색의 중요성을 포인트로 인정할 뿐 전체흐름에 대한 바탕으로 복합적 칼라를 시도해 본적이 없다. 아마도 단순한 의미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인 것 같다. 색보다 거기서 보이는 형태가 섬세하면서 강하게 어필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한편 화업 40년이 넘는 화백에게 화가의 길에 대한 소회를 청했다. “작업에 대한 의욕은 갈수록 강해지는데 체력에 대한 갈망이 제일 크다. 내 능력의 한계가 어디까지인가도 궁금하지만 나이 들어가면서 체력이 버텨주기를 바랄 뿐이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