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 생명나무엔 실과들이 열리고 형형색색 꽃들이 신비로움을 가득히 뽐내며 속삭인다. 누가 화려한 것은 독(毒)이라 했나. 내 눈엔 화려한 것만 보이고 보드라운 공기는 흙길을 촉촉이 적시어 부드러운 감촉이 영혼의 평온을 선사하누나. 숲길을 걷는다. 정말 조물주께선 상상하지 못하는 괴상하고 요상한 별의별 꽃들을 많이도 만들어 놓으셨네.
강물을 올라가는 저 날렵한 물고기들은 청춘의 시절 뜨거웠던 열망과 어찌 다르다 할 것인가. “빈센트 반 고흐는 ‘정상적인 것은 포장된 도로와 같은 것이며 그 길을 걷기는 좋을 수 있지만 그곳에 풀과 꽃이 자랄 수 없다’라고 했다. 난 생명이 살 수 없는 길은 가지 말아야지 했다. 모나코여행에서 별별 물고기들이 가득한 수족관을 본 적이 있는데 순간 ‘모더니즘 회화(Modernist Art)’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 후 붓질 가는대로 그려도 그런 꽃은 우주 어딘가에 있을 것만 같았다.”
“6ㆍ25전쟁 동안 나는 아버님 본가인 경북 울진군 평해(平海)서 피난생활을 했다. 솔밭과 바닷가내음, 시골언니들과 나물 캐러 다니고 논 메뚜기, 골뱅이잡기 등 감수성 예민하던 시절 자연과의 교감은 예술적 감성의 기초가 되었다. 이화여중ㆍ고 시절엔 장운상 선생님께서 내 그림 솜씨를 칭찬해 신나서 그렸다. 그 즈음 차츰 미술의 세계에 들어선 것 같다. 여고시절엔 문미애, 김병기 선생님께서 아낌없이 지도해 주셨다.”
96년 조선일보미술관 귀국전에서 다양한 인체표현의 ‘콤퍼지션(composition)’시리즈를 발표하여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2002년 인사아트센터 ‘The Way’연작전(展)에서 삼베 등 천 작업을 하기도 했다. 2015년 미술세계초대기획전에서 열여섯 번째 개인전이자 화업40년의 다양한 작품을 집결하여 대규모 전시를 가졌다.
한편 서울 강남구 압구정역 인근 CK-Art Space(씨케이 아트 스페이스)에서 2월 1일 오픈해 28일까지 열리는 ‘명불허전-판화, 소품’전에 출품한 작가를 전시장에서 만났다. 쾌활하며 시원시원한 성격이 그대로 인터뷰에서 묻어났다.
화가의 길에 대한 소회를 청했다. “예술 작품이라는 것은 독창성과 개성이 있어야 하고 사람들의 공감까지 얻어야 한다. 세 박자가 맞아야 하는데 실로 어렵다. 절묘한 선을 가는 그 길을 표현할 방법이 별로 없다. 뭔가 팔자소관이 있는 것 같다. 신앙인으로써 나는, 그것을 충족시킨다는 것은 진실로 하나님이 허락하셔야 한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