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4ㆍ3 이젠 우리의 역사’특별전, 3월30~6월10일,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강정효 作-질곡의 세월-침묵, 97×149㎝ Photo, 1996. 유족들 모습과 험난함을 상징하는 덩굴이미지를 합성한 작품.
“님 그리던 마음도 봄꽃이 되어 하얗게 님의 품에 안기었구나/우리 누이 같은 꽃 애기동백꽃 봄이 오면 푸르게 태어나거라/붉은 애기동백꽃 붉은 진달래 다 같은 우리나라 곱디고운 꽃/남이나 북이나 동이나 서나 한 겨레 싸우지 마라.”<애기동백꽃의 노래, 최상돈, 글을 쓰고 노래를 부르는 제주토박이 뮤지션>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제주4ㆍ3 70주년기념사업위원회, 제주4ㆍ3 70주년범국민위원회가 공동주최한 ‘제주4ㆍ3 이젠 우리의 역사’특별전이 서울시 종로구 세종대로, 대한민국역사박물관3층 기획전시실에서 3월30일 오픈하여 6월10일까지 열리고 있다.

‘제주4ㆍ3사건 진상조사보고서’내용과 기초자료에 근거해 기획한 이번 전시는 제주도민증, 미군정청 포스터, 마산형무소 수용자신분장, 제주도지구 계엄선포에 관한 건 등의 관련사료, 희생자 유품, 회화, 판화, 설치작품 등 약200여 점이 전시 중이다.

제주4ㆍ3사건(濟州四三事件)은 1947년 3ㆍ1절 기념행사에서 경찰 발포로 민간인이 숨지자 제주사회가 들끓었던 것에서 시작됐다. 48년 제주는 5ㆍ10총선거에서 선거무효가 선언된 유일한 지역이었고 그해 10월 제9연대의 포고문, 11월에 계엄령이 선포되어 무차별적 진압작전이 전개되었다.

어린이, 노인, 여성을 포함해 2만5000~3만 명에 이르는 주민들이 희생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악몽은 연좌제로 대물림되어 40여 년 동안 입에 담는 것 자체도 허용되지 않다가 80년대 후반부터 진상규명노력이 활기를 띠어 2000년 ‘제주4ㆍ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공포되었다. 2003년 ‘제주4ㆍ3사건 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되었고 2014년 ‘4ㆍ3희생자추념일’이 지정되었다.

박경훈 作-통곡, 59×94㎝ Woodcut Print, 1988.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주진오 관장은 “제주도민의 오랜 상처와 아픔이 전시를 계기로 화해와 치유의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제주4ㆍ3이 대한민국의 역사로 확실히 자리매김할 수 있기를 기대 한다”고 밝혔다.

역사, 균형 있게 볼 필요 있다

이번 전시는 정치와 이념을 떠나 평화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총6개 주제로 조명하고 있다. △프롤로그:애기동백꽃의 노래=제주에서의 ‘그날’에 대한 기억 △1부:저기에 있는 봄=일제강점기의 저항(해녀항일운동), 광복과 인민위원회의 헤게모니 장악, 친일관리재임용 및 경제난과 군정당국과의 마찰 △2부:흔들리는 섬=3ㆍ10총파업, 평화협상결렬

△3부:행여 우리여기 영영 머물지 몰라=5·10총선거좌절과 정부수립, 계엄령과 초토화 작전, 대량학살, 주민들을 앞세운 진압활동, 지역공동체의식파괴 △4부:땅에 남은 흔적, 가슴에 남은 상처=계속되는 그림자, 연좌제, 남은 자들의 고통, 4ㆍ3에 대한 여러 시각들 △에필로그:너도 누군가의 꽃이었을 테니=다음세대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내용 등으로 구성 되었다.

한편 전시장을 방문했을 때 현대사를 보여주기 위해 사진, 사건을 표현한 예술작품, 문서, 사건기록의 다큐멘터리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접근하고 있는 신선하고도 탄탄한 기획력이 전해졌다.

이용석(李容碩) 학예연구관(문학박사)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이용석 전시운영과 학예연구관은 “제주4ㆍ3에 대한 역사를 균형 있게 볼 필요가 있다. 왜곡되거나 잘못 알려졌던 부분에 대해 전시를 통해 생각을 바꿔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지길 바란다. 피해자 입장에서 역사를 이해하면 그분들의 영혼을 달래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전시장 방문을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명주 학예연구사가 메인 큐레이터로 많은 노력을 했고 전시운영과 직원들의 수고에 거듭 감사드린다”라고 덧붙였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