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오늘의 여성미술’전‥7월13~9월2일, 양평군립미술관

(왼쪽부터)제정자 作=靜과 動, 200×150㎝ Cotton and Acrylic on Canvas, 2014/김경민 作=사랑의 기념비, 100×140×350㎝ Urethane on bronze, 2015/황주리 作=식물학, 130×162㎝ 캔버스에 아크릴릭, 2014
“세계화(globalization)로 이르는 길목에는 항상 지역적인 고유의 가치들이 희석되거나 훼손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것을 지키면서 세계화의 과정에 동참하는 일(glocalization)에는 늘 문화적 동질성과 이질성사이에서 배태되는 긴장감이 뒤따르게 마련이다.”<글로컬리즘과 아시아의 현대미술, 윤진섭 지음, 사문난적 刊>

한국여성미술 형성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작품을 한 자리에서 조망하는 ‘2018 오늘의 여성미술’전이 경기도 양평군립미술관(관장 류민자)에서 7월 13일 오픈해 9월 2일까지 성황리 전시 중이다.

가부장제를 비판하고 여성인권해방을 외쳤던 대한민국 최초 여성서양화가 나혜석(1896∼1948)을 필두로 1920년 전ㆍ후 출생한 근ㆍ현대여성미술도입기 작품세계와 만나 볼 수 있다. 화면을 수놓듯 장식해 나가는 이성자, 인체와 새 등의 유기적 형태에서 발상되는 조각가 김정숙, 운보 김기창과 함께 실험적 작품세계로 한국화를 개척해 온 박래현, 화려하고 낭만적 여성인물화 천경자, 여인상과 모자상의 조각가 윤영자 등이다.

왼쪽)나혜석 作=자화상, 88×75㎝ 캔버스에 유채, 1928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소장 (오른쪽)이성자 作=대척지로 가는 길, 160×130㎝ 캔버스에 유채, 1991(진주시립이성자미술관 소장)
이와 함께 1930~40년대 중ㆍ후반 출생한 작가들로 흰 무명버선의 영혼 제정자, 설치의 연극적 요소에 주목했던 윤석남, 광대한 우주의 창공 에너지를 떠올리는 석난희, ‘광야’연작 조문자, ‘아이가 되어 가는 나를 만든다’는 조각가 이정자 작품도 있다.

여성해방의 담론이 저변에 흐르는 ‘보리밭’의 이숙자, 퍼포먼스 등을 통해 여성과 남성 등 이분법적 틀을 극복하고자 했던 정강자 화백의 작품도 만난다. 또한 1950~60년대 심영철, 황주리, 김인옥 등과 70년대 출생의 작가작품도 함께한다.

출생시점의 근접성은 성장과정에 있어서 사회적 공유점이 많다는 뜻이다. 가부장적 분위기가 지배했던 시대의 가정환경과 급변하는 사회구조 속에서 작가로 성장하며 대적해야 했던 편견들, 남성 편향적 미술권력구조 속에서 부딪혔던 좌절감 등을 숙명적으로 안고 작업으로 승화시킨 한국여성작가 45명의 작품으로 구성되었다. 이와 함께 미국, 이집트, 멕시코, 프랑스 등 12개국 여성작가작품도 함께 전시하여 의미를 배가시킨다.

이형옥(양평군립미술관 학예실장)
새로운 개념예술모색

오늘날 여성미술은 남성주의를 벗어나 민족적, 국가적 정체성, 창조적 개별성 등 특수하고도 고유한 창작세계를 확장시켜 독자적 작품으로 부각시키고 있다. 이번 전시가 세계화와 함께 현지화를 추구하는 글로컬(Glocal) 문화시대에 여성미술가들이 사회조건에 대한 보편적 가치와 비판적 시각을 확장하고 공간적, 예술적 환치에 대한 경험을 새롭게 쓰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바쁜 전시일정 가운데 인터뷰에 응해준 이형옥 학예실장은 “여성미술가들의 창작예술과 사회공동체 활동에 대한 인식을 확장하고 더 나아가 여성이 주체가 되는 지역문화 창달을 위한 현대여성미술 단면에 가치를 두어 조명하고자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글로컬 문화사회의 이론과 담론을 통해 편협과 이질성을 극복하고 타 분야와의 관심을 교차시키면서 지역, 민족, 젠더적 억압을 노출할 때에 현대여성미술의 방향과 새로운 개념예술이 창조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