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불 60주년 기념:이응노, 낯선 귀향’국제전, 7월13일~9월30일, 대전 이응노미술관

(왼쪽)군상, 167×266㎝ 한지에 수묵, 1986 (오른쪽)고암 이응노(顧菴 李應魯) <사진=이응노미술관
“아득히 지나가 버린 시절이 이렇게 또렷이 떠오르다니! 오늘도 내 손은 붓을 잡고 내 눈은 당신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다. 지금도 그때처럼, 그린다는 것으로 나는 여전히 행복하다.”<이응노 어록 中>

올해는 이응노 화백이 1958년 서울 소공동 중앙공보관서 ‘도불전(展)’을 개최한지 60주년 되는 해다. 그는 50대 중반 프랑스로 이주하면서 동아시아미술에 유럽추상주의를 접목하는 파격적 변신을 도모했다. 동ㆍ서양 예술양식을 넘나들며 ‘콜라주’, ‘문자추상’, ‘군상’시리즈를 선보였고 서양추상화를 독창적 재해석으로 프랑스, 독일, 스위스 등 유럽화단의 갈채를 받았다.

최근 몇 년간 프랑스에서 이응노의 미술사적 탐구가 활발히 이뤄졌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5년 세르누쉬 미술관(Musée Cernuschi)의 ‘서울-파리-서울’ 및 2017년 ‘이응노-군중 속의 사람’, 퐁피두센터 ‘이응노 기증전’, 테사헤롤드 갤러리 ‘기호의 춤-이응노ㆍ조루즈 노엘ㆍ마크토비’전 등이다.

특히 화백이 64년 세르누쉬 미술관과 함께 ‘파리동양미술학교’를 설립해 프랑스인들에게 서예와 수묵화를 가르치며 한국의 미술문화 전파에 힘썼는데 마엘 벨렉(Mael Bellec)은 그 미술관의 학예연구사로 지난해 파리 이응노 회고전 및 이번 전시기획자이다.

밤나무, 313×263㎝ 태피스트리, 1972
“이응노는 한국민속 문화와 문인화를 계승했고 다이쇼(大正), 쇼와(昭和)시대 일본회화를 공부했다. 또한 한국근대미술 근간을 세우는데 기여했고 한국미술을 망각하지 않은 채 프랑스미술의 일부로 자리매김했다. 이응노 예술이 다양한 방식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자 한다.”

복합ㆍ다층적인 독자성

고암 이응노(1904∼89)는 충남홍성에서 출생했다. 염재 송태회, 해강 김규진 선생에게 사사 받았다. 1937~38년 일본도쿄 가와바타미술학교(川端画学校), 혼고양화연구소(本鄕洋畵硏究所), 덴코화숙(天香畵塾)을 수학했다. 39년 서울 화신화랑에서 ‘남화 신작’개인전, 45년 고암화숙을 개설한다.

1948~54년 홍익대 미술학부와 서라벌예술대학서 강의했다. 67년 동백림사건으로 2년6개월 옥고를 치렀다. 85년 ‘이응노-박인경’부부순회전을 가나가와현립 현민갤러리(요코하마), 산요갤러리(도쿄)에서 가졌고 도미야마 다에코(富山妙子) 대담집 ‘이응노-서울ㆍ파리ㆍ동경:그림과 민족에 대한 사색’을 출간했다. 89년 파리에서 생을 마감했다.

화백은 동양화의 전통적 필묵을 바탕으로 현대적 추상을 장착한 한국현대미술의 거장이다. 그의 작품은 뉴욕현대미술관, 스위스 라 쇼드퐁 시립미술관, 프랑스국립조형예술센터, 파리장식미술관 등 세계 20여개 미술기관에 소장돼있다.

한편 이번 ‘고암 이응노 도불60주년기념:이응노, 낯선 귀향’국제전은 지난 7월 13일 오픈해 9월 30일까지 80일간, 대전시 서구 둔산대로 이응노미술관(LEE UNGNO MUSEUM)에서 열리고 있다. 세르누쉬 미술관과 퐁피두센터가 소장하고 있는 국내에 소개된 적이 없는 29점을 포함해 총 90여점을 전시 중이다.

이지호 관장
전시장 입구엔 여름 한낮 뜨거운 태양아래 청솔 한그루가 푸름을 뽐내고 있었다. 월요일이 휴관임에도 인터뷰에 협조해 준 이응노미술관 은 전시의미를 이렇게 전했다.

“이응노의 작품들은 전통 문인화와 서예, 일본의 니홍가(일본화), 파리 화단의 앵포르멜추상미술 등 문화와 시대적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특징이 있다. 그에 따라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미술사에 위치할 수는 없다. 이번 국제전을 통해 세계가 주목하는 이응노의 복합적 다층적인 작품세계를 부각시켜 그 독자성과 가치를 전달하고자 한다.”

권동철 @hankooki.com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dckewon5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