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고독과 서정 그 인간본질의 현화

극사실주의 1세대 서양화가 이석주‥“나의 리얼리즘예술관은 선친의 영향”
  •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 평전’표지. 유민영 지음, 768쪽, 태학사, 2016.
“설사 그가 입 밖에 내어 말하지 않아도 하고 싶은 말(獨白)을 가슴속에 듬뿍 안고 있는 인물. 그러나 그것을 좀처럼 입 밖에 내지 않고 연극에 끌려만 가고 있는 인물에게서 나는 극(劇) 인물의 진정한 모습을 본 것이다.…그러한 과거의 압박을 받고 그것을 아프게 느끼며 생활하는 인물의 행동에서, 때로는 침묵으로 변하는 극 흐름 속에서 나는 연극의 진정한 가치를 느꼈다.”<이해랑 평전 中>

연극과 미술을 포함한 예술은 인간과 대우주를 이해하는 보다 근원적가치관의 교훈에 연동한다. 직관의 깊은 울림 그 감응의 예술세계를 함께 가는 동지이자 서로에 영감을 주는 뮤즈로서 한국연극의 거인 이해랑(李海浪,1916~89)과 하이퍼 리얼리즘(극사실주의) 1세대 이석주 작가는 부자간으로 한국 근·현대리얼리즘을 관통해 온 큰 힘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된다.

이해랑은 연극인으로서는 전무후무한 이 왕가(李 王家)의 후손이다. 능원대군의 11대손으로 조선후기 시조작가 이세보가 작은 증조부다. 1935년 도일하여 일본대학 예술과에 입학했으나 일본천황에 대한 사쿠라다몬사건 혐의를 받아 체포, 수개월 동안 고문당하고 석방된다. 45년 해방과 함께 낙랑극회, 47년 김동원 등과 극예술협회를 조직했다.

그는 연극배우로 37년 춘향전을 시작으로 62년 E.오닐 작 ‘밤으로의 긴 旅路’에 이르기까지 67여편에 출연했다. 또 연출가로 49년 명동시공관 ‘桃蘭記’를 비롯하여 89년 호암아트홀 ‘햄릿’에 이르기까지 한국무대예술사의 굵직한 이정표가 될 만한 수작 83편을 연출하면서 한국리얼리즘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해랑은, 리얼리스트이자 인생론자로 여성해방운동에 영향을 끼진 헨리크 입센, ‘사할린 섬’저자 안톤 체호프 등에 평생 심취했다. 평전을 지은 유민영(柳敏榮) 전 예술의전당 이사장은 이렇게 적고 있다. “그는 예술지상주의자고, 정통미학자다. 그는 연극을 사회적 기능측면에서 보기보다는 삶을 윤택하게 만드는 것을 최고덕목으로 보았다.”

  • 이석주 作=사유적 공간, 181.8×227㎝ oil on canvas, 2017
◇지나친 과장과 감정의 절제

한편 한국미술사에서 추상표현주의가 한창이던 1970년대 후반 홍익대 재학시절부터 일관되게 하이퍼리얼리즘(Hyperrealism)작업을 해 온 이석주 작가는 “우리가 다른 존재와 맺는 관계는 ‘인식관계가 아니라 존재관계’라는 사르트르의 표현에 영향을 받았다”라고 했다.

무의미의 일상과 무자각, 소통의 부재 속 소외된 자아의 존재에서 극사실회화의 타당성을 찾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70년대 후반 암울한 느낌의 ‘벽’, 군중과 아웃사이더의 시각에서 본 도시풍경, 80년대 극대화된 욕망의 ‘일상’, 90년대 초현실적분위기 ‘환(Illusion)’시리즈 등이 그것이다. 그리고 책, 시계, 말 등의 이미지가 고전명화를 이어주는 매개체로 시간과 공간성을 느끼게 해주는 근작 역시, 존재와 시간에 대한 사유가 주제다.

  • 이석주 화백
“선친의 예술본질에 대한 깊은 인식이 화가로 성장하는데 상당한 영향으로 작용했다”라는 이석주 화백은 평전에 이렇게 밝히고 있다.

“나의 리얼리즘에 대한 이해가 어느 정도 성립된 후 나는 아버지의 리얼리즘을 가깝게 느끼게 되었다. 지나친 과장이나 감정의 남발이 절제된 무리 없는 진행이 아버지가 추구하셨던 점이 아닐까. 돌아가시기 10여 년쯤 전에는 아버지와 내가 서로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많은 대화를 통해 나의 작업에도 도움을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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