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희로애락 그, 생의 심화

[인터뷰]연극학자 유민영‥예술경영은 국가융성과 직결
  • 연분홍, 빨강코스모스가 가을바람에 수줍어서 일까. 오랜 기다림처럼 봉오리를 활짝 연 삼성노블카운티 산책로에서 포즈를 취한 유민영(柳敏榮) 서울예대 석좌교수 및 단국대 명예교수. <사진=권동철>
“전나무의 하늘대는 잎새 사이로 떠도는 아침 구름! 저 안에 살고 있는 게 무얼까? 어린 영혼의 무리로구나.”<파우스트(Faust),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정서웅 옮김, 민음사 刊>

국문학자이자 연극평론가인 유민영 교수는 우리시대 연극계 대표적 석학이다. 노(老)학자가 집필에 몰두하고 있는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삼성노블카운티로 가는 차장 밖, 오후의 가을햇살이 호수의 수면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아 있었다.

유 교수는 지난해 850쪽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의 ‘예술경영으로 본 극장사론(劇場史論)’을 태학사에서 발간, 학자적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오늘날 구시가지도 재생시켜 명품거리로 만들어 사람을 끌어 모으는데 전국 약229개의 잘 지어놓은 극장(문예회관)에 시민들이 제집 드나들 듯 살아있는 곳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결국 제도개선 및 유능한 인재발탁과 활용으로 귀결되는데 정부나 지자체 직영보다는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독립법인화가 현재로서는 이상적인 제도로 본다. 공연예술이 제대로 발전해야 건강한 문화가 바탕에 자리 잡고 국가융성의 힘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조국의 발전에 힘이 될 것인가

유민영 교수는 서울대 및 동대학원 국문학과 졸업했고 오스트리아 빈 대학 연극학과 수학했다. 단국대 예술대학장 및 문화예술대학원장, 서울예술의전당이사장을 역임했다. 주요저서로 한국연극산고를 비롯하여 한국현대희곡사, 한국근대연극사, 한국연극운동사, 한국인물연극사, 한국연극의 아버지 동랑 유치진(柳致眞) 평전, 한국연극의 거인(巨人) 이해랑 등 다수를 집필했다.

“근대에는 공연예술을 무대서 배우가 보여주는 것만 생각했다. 국문학을 하다보니까 이 분야를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학문화가 전무했다. 이후 1960~90년대 말까지 학술 및 연극비평을 항상 현장과 병행, 정리했다.

극장, 인물, 희곡의 역사 등 기록을 쓰는데 중점을 둔 것은 과거의 실패와 성공이 미래공연예술을 열어 가는데 타산지석이 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과거엔 개인의 명예보다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의 예술행위가 조국(祖國)의 발전에 얼마나 힘이 될 것인가를 먼저 생각했다.”

  • 주요저서.
이와 함께 ‘이해랑 탄생 100주년 기념평전’ 관련, 연극배우이자 연출가인 이해랑(李海浪)선생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70년대 초 삼청동 입구에 문예진흥원이 들어서면서 자리를 마주하는 기회가 생기기 시작했다. 당시 60세를 바라보는 장년기였음에도 권위의식을 전혀 내비치지 않았다. 이동극장을 이끌고 6년 동안 예술운동을 펼치고 예총회장 다섯 번, 현역의원, 문예진흥원 탄생 산파역할을 한 것도 당시엔 눈치 채지 못했다.”

그리고 “이해랑 선생은 창조행위를 하나의 수행과정처럼 조용하고 엄숙하게 진행하신 것이 특징이다. 연륜이 더해갈수록 작품도 더욱 심원해져 단순화시키는 것처럼 느껴졌다. 무대예술을 인간본질을 연구하는 것이라 여겼는데 선생은 도덕적으로 건강했다. 나는 그것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한편 유민영 교수의 예술관에 대한 고견을 부탁했다. “인생의 희로애락을 탐구하는 것이 예술의 본래기능이다. 예술이 사회를 개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런 면에서 나는 예술보편론자다. 주역의 ‘독립불구(獨立不懼) 돈세무민(遯世無悶) 홀로 있어도 두렵지 않고 세상과 동떨어져 있어도 걱정하지 않는다.’ 글귀를 가슴에 품고 있다.

팔순을 넘어 큰 소용돌이 속에서 사는 것 보다 학자로서 내 마지막을 정리하고 심화시키는 생각으로 지낸다. 뒤돌아보니 공연예술의 학문적체계화라는 일생목표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본다.”

  • 페이스북
  • 트위터
  • 구글플러스
  • 카카오
배너
2018년 09월 제2745호
  • 이전 보기 배경
    • 2018년 09월 제2745호
    • 2018년 09월 제2744호
    • 2018년 09월 제2743호
    • 2018년 08월 제2742호
    • 2018년 08월 제2741호
    • 2018년 08월 제2740호
    • 2018년 08월 제2739호
    • 2018년 07월 제2738호
    • 2018년 07월 제2737호
    • 2018년 07월 제2736호
  • 이전 보기 배경
저번주 발행호 다음주 발행호
  • 지면보기
  • 구독안내
  • 광고문의
  • * 지면문의
    전화 : 02-6388-8088
    팩스 : 02-2261-3303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 온라인 광고
    전화 : 02-6388-8019
    팩스 : 02-2261-3303
    메일 : adinfo@hankooki.com
    주소 : 서울시 마포구 월드컵북로56길 19 드림타워 10층

많이 본 기사

주간한국 유튜브 채널

서진의 여행 에세이

정선 몰운대... 호젓한 산골, 문향이 깃들다 정선 몰운대... 호젓한 산골, 문향이 깃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