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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세종어제명칭시가’ 훈민정음 창제 575년만에 발굴


세종대왕의 부국(富國)을 염원하는 노래 …애민ㆍ부국 정신 담겨
‘어제훈민정음’ 편을 ‘예의본(例義本)’으로 보는 건 잘못
세종대왕과 훈민정음에 대해 잘 모르고, 왜곡된 인식도 많아
  • 세종대왕이 ㄱ ㄴ 등 초성 23개 글자에 명칭을 붙이며 부국의 염원(정신)을 담아 노래한 세종어제명칭시가(御製名稱詩歌). 박대종 해석.
금년(2018)은 세종대왕이 즉위(1418)한 지 600주년 되는 해로 매우 뜻 깊은 해이다. 마치 그에 발맞추기라도 한 듯, 전 세계 곳곳에서 외국의 수많은 사람들이 방탄소년단의 한글 가사를 떼창하여 우리말이 울려 퍼지고 있으니, 그 근원인 세종대왕과 불후의 명작 훈민정음에 깊이 감사한다. 오늘날 K팝을 통한 한류 확산은 세종대왕이 없었더라면 불가능한 일이다.

현재 중국 정부는 2000년에 1차 완료된 하상주단대공정(夏商周斷代工程)의 간략본(줄여서 ‘간본’)을 보다 상세히 설명하고 정정한 번잡본(줄여서 ‘번본’) 제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처럼 세종께서는 1443(癸亥)년 단독으로 세계사적 쾌거인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곤, 그 활용 예와 의미들을 간략히 기술한 간본을 작성하였다. 그리고는 신하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그것을 브리핑한 바, 당시 상황에 대한 정인지의 증언은 다음과 같다.

“계해년 겨울에 우리 전하께서 정음 28자를 창제하시고는, 신하들에게 그 용례와 의미들을 간략히 들어 보이며, 명칭을 훈민정음이라 하였다… 그리고는 간본에 보다 상세히 해석을 가한 번본을 작성하여 여러 사람들을 깨우치도록 우리들에게 명하였다.”

이러한 명에 따라 집현전 8학사(정인지, 최항, 박팽년, 신숙주, 성삼문, 강희안, 이개, 이선로)들은 세종대왕이 준 간본과 지침을 골자로 하여 훈민정음 번본작업에 착수하였다. 그 후 3년간의 수고 끝에 1446년 음력 9월 상순, 마침내 상세한 해석본인 번본이 완성되니, 오늘날 우리가 훈민정음 해례본이라 부르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집현전 8학사들에게 건네졌던 1443년 당시 훈민정음 간본은 당연히 인쇄본이 아닌 세종대왕 친필본이었을 것이다. 1446년 음력 9월에 번본 작업을 완료하면서 8학사들이 애초의 간본을 세종대왕께 돌려주었는지 아니면 집현전에서 보관하였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아쉽게도 그것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그 내용은 완전히 훈민정음 번본(해례본)에 녹아 들어가 있음은 물론이다.

1940년 기적적으로 발견된 훈민정음 해례본을 보면, 정인지를 비롯한 집현전 8학사들이 세종대왕의 1443년 간본에 자신들의 해석을 덧붙인 부분 외에 임금의 글을 단 한 글자도 손대지 않은 부분이 있음을 알 수 있다. 임금이 지은 글을 뜻하는 ‘御製(어제)’가 명기된 맨 앞 넉 장 분량의 ‘御製訓民正音(어제훈민정음)’ 편이 바로 그것이다.

  • 국보 제70호 훈민정음 해례본(간송본) 중 낙장된 어제훈민정음 편 제1장에 대한 박대종의 복원본(2018). 정기를 살리기 위해 모든 글자는 물론 내외의 선까지도 세종대왕 당시 그대로의 것들로 복원하였음.
‘어제훈민정음’이라는 제목과 ‘國之語音(국지어음)’으로 시작하는 그 부분에는 ‘用例(용례)’의 줄임말인 ‘例(예 례)’자와 ‘義(뜻 의)’자는 단 한 글자도 없다. 반면, ‘어제훈민정음’ 편 뒤 ‘훈민정음해례’ 제목의 총 29장에 달하는 부분에는 ‘例(예 례)’자는 6회, ‘義(뜻 의)’자는 24회나 실려 있다. 그러니, 정인지 서문에 나오는 ‘例義(예의)’라는 말을 근거로, ‘어제훈민정음’ 편을 ‘예의본(例義本)’으로 보는 견해는 잘못이기 때문에 시급히 정정해야 한다.

1443년 세종께서는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오는 우리나라의 말소리를 정밀하게 연구한 끝에 총 23개의 초성 자음을 포착하였다. 당시 중국 명나라의 31개 초성 자음보다는 8개가 적은 것으로, 세종은 글자 제작 후 7음(①아음, ②설음, ③순음, ④치음, ⑤후음, ⑥반설음, ⑦반치음)의 순서에 따라 다음과 같이 배열하였다.

ㄱ ㄲ ㅋ ㆁ, ㄷ ㄸ ㅌ ㄴ, ㅂ ㅃ ㅍ ㅁ, ㅈ ㅉ ㅊ ㅅ ㅆ, ㆆ ㅎ ㆅ ㅇ, ㄹ, ㅿ

2018년 지금까지도 중국은 위 글자들에 해당하는 표음문자를 만들지 못하고 있지만, ㄱ ㄴ ㄷ에 해당하는 음가는 물론 그 음가들에 대한 명칭은 있었다. 그러나 세종대왕은 중국이 고래로 사용해온 명칭들(예를 들어 ㄱ 음의 중국 명칭은 ‘見’, ㄹ은 ‘來’)을 버리고, 자주적으로 자신이 창제한 위 문자들에 대한 명칭을 다음과 같이 정하였다.
  • 민정음 어제훈민정음 편에서 세종대왕이 정한 23개 자음의 명칭. 지금껏 알려지지 않았지만, 풍요로운 부국을 염원하는 위대한 정신이 담겨 있다.
세종대왕이 글자 명칭을 정할 때 아무런 의미 없이 정하셨을 리가 없다. 어떤 중요한 메시지와 의미를 담았음은 물론이다. 필자는 세종대왕이 정한 23개 초성자음에 대한 그 의미를 알아채고는 전율하지 않을 수 없었다. 君(ㄱ)에서 穰(ㅿ)까지의 23개 글자는 그 전체가 세종대왕의 정신과 염원이 담긴 하나의 시문(詩歌文章)이었다.
  • 세종대왕이 ㄷ의 명칭으로 정한 斗宿(두수)의 모습. 고천문 28수 중, 북방7수의 하나로 북두칠성과 비교해 남두육성이라고도 부른다.
ㄷ의 명칭인 ‘斗(두)’는 천상 28수 중 두수(斗宿), 곧 남두육성을 의미한다. 주의할 것은 남두육성은 북두칠성과는 다른 별자리로, 두수는 두성이라고도 한다. 세종 때 간행된 천문학서인 ‘천문유초’에서는, 두성이 크게 밝으면 임금과 신하가 한마음이 되고 천하가 화평하다고 한 바, 이것이 바로 세종께서 ㄷ의 이름으로 ‘斗’를 삼은 까닭이리라. 국자 모양의 두수로써 허공 은하수의 큰물을 퍼내어 방방곡곡 풍년 들게 하고 싶다는 최고의 염원을 글자 명칭에 담으셨으니, 그 정신에 감동치 않을 수 없다.
이러한 점들을 발견하고 그저 세종대왕의 위대한 가르침과 훌륭한 정신에 후손으로서 존경심과 함께 깊이 감사할 따름이다. 세종 즉위 600주년을 맞아 세종대왕의 훌륭한 정신이 깃든 노래가 부디 방방곡곡 울려 퍼지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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