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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어원(語源) 이야기] 방탄소년단(BTS)이 받은 '勳章'(훈장)

‘勳’엔 ‘공로’ ‘흥’의미… ‘방(흥)탄소년단’ 문화훈장 받을 자격
고대 ‘勛(훈)’자로 쓰여…‘勳功徽章’의 준말
  • 10월 24일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는 세계적 케이팝 그룹인 방탄소년단(BTS) [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문화체육관광부는 10월 24일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대중문화 발전에 기여한 배우 이순재씨와 세계적 케이팝 그룹인 방탄소년단(BTS) 등에게 문화훈장 등을 수여한다. 역대 최연소로 문화훈장을 받는 BTS의 경우, 외국의 수많은 젊은이들로 하여금 우리말로 된 가사를 떼창하게 하는 등 한류 및 한글 확산, 한국어 보급에 탁월한 공로를 세우고 있다.

문화훈장을 영어로 보통 Cultural Medal이라 하는데, 정확히는 Order of Cultural Merits이다. 여기에서 복수로 쓰인 Merits는 ‘공로’ 또는 ‘훈공(勳功)’을 뜻하며, Order는 ‘순서’의 뜻에서 나아가 ‘순서→순위→훈위(勳位: 공훈의 순위)→훈장(勳章: 훈위를 나타내는 휘장)’의 발전과정을 거쳐 ‘훈위’ 또는 ‘훈장’을 의미한다.

훈장의 유래를 살펴보면, 훈장은 초기에는 신분을 밝히는데 사용된 것이었다. 즉, 최초의 훈장은 유럽 중세시기 전쟁터에서 기사들의 표지(標識)를 구별하기 위해 이용된 일종의 문장(紋章)이었다. 당시 귀족들은 저마다 독특한 문장을 고안한 뒤에 자기들 방패와 겉옷, 깃발과 인장 위에 제작해 넣고, 전투 중에 피아를 식별하는 용도로 사용했다. 그러던 것이 세월이 지남에 따라 그것은 마침내 ‘전공이 혁혁한 군인의 표지’로 발전하게 되었다.

세계에서 역사적으로 가장 오래된 훈장은 영국 국왕 에드워드 3세(Edward III, 1312~1377)가 1348년경 제정한, 공을 세운 기사단에게 수여하는 명예훈장인 가터 훈장(Order of the Garter)이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영국 명예 제도에서 가장 높은 1급 훈장으로, 극소수만이 획득할 수 있으며 국왕만이 수여할 권리를 가지고 있다.

이 Order에 대해 중국어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勳位(훈위)’ 또는 ‘勳章(훈장)’이란 새로운 한자어를 만들어 번역한 것은 일본이다. 일본은 메이지 유신(1868)을 거치면서 아시아를 초월한 부국강병의 나라가 되기 위해 서양문화 따라잡기에 국력을 집중하였다. 1870년경에 이르러 영국을 비롯한 서양 각지로 유학을 떠났던 인물들이 속속 귀국하면서, 그들은 서양의 학문과 언어들을 본격적으로 번역하기 시작하니, ‘勳章(훈장)’ 또한 그 중의 하나이다.

훈장(勳章)은 ‘훈공휘장(勳功徽章)’의 준말로, 훈공을 세운 이에게 국가가 수여하는 명예의 휘장이다. 일본에서는 훈장이란 용어가 1875년도에 일본헌법에 처음 등장하니, 그 종류로는 국화장ㆍ욱일장ㆍ서보장ㆍ보관장(寶冠章)ㆍ금치훈장이 있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문화훈장은 현재 금관ㆍ은관ㆍ보관(寶冠)ㆍ옥관 및 방탄소년단이 받는 화관의 5등급으로 구분된다.

중국 청나라의 경우, 1863년 금으로 만든 별 모양의 훈장 및 은패를 제조하여 내란을 평정하는데 공을 세운 외국인사에게 수여한 것이 중국 훈장의 시초이다. 그러나 그 때 중국은 훈장이란 말이 아닌 ‘寶星(보성)’이란 용어를 사용했다. 중국대륙에서 ‘勳章(훈장)’이란 한자어는 중화민국 북경 정부의 제도에서 1912년에 ‘大勳章(대훈장)’ 등을 통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다.

  • 한성순보(漢城旬報)1884년 6월 23일 23면
우리나라 대한제국의 경우엔, ‘한성순보(漢城旬報)’ 1884년 6월 23일자 23면에 최초로 ‘勳章(훈장)’이란 용어가 등장한다.

그 뒤, 1896년 7월 28일자 독립신문에서는 “각국에는 훈장이라는 것이 있어 만일 내외 국민 중에 무슨 일을 잘 하여 그 일로 인연하여 나라에 도움 주는 일이 있다든지, 백성들에게 편리한 일이 생기던지, 국가에 명예가 빛날 일이 있다든지, 세계인민에게 도움을 주고 공덕이 있는 일을 행하였다면 임금이 그 사람을 세상에 드러나게 하는 표적을 주시는 것을 훈장이라 하는지라”고 하였고, 또 독립신문 1899년 8월 24일자에서는 “표훈원에서 훈장을 네 가지로 만드는데 하나는 금척(金尺)으로 하고 하나는 태극(太極)으로 하고 하나는 이화 (李花)로 하고 하나는 응표(鷹標)로 하여 금척훈장은 황족 중 훈공 있는 이와 혹은 외국 임금과 각 공ㆍ영사에게 상으로 주고, 태극과 이화 훈장은 문관 중 훈공 있는 이에게 상으로 주고, 응표 훈장은 군인 중 훈공 있는 이에게 상으로 주도록 마련이 된다더라”고 알렸다.

勳(공 훈)자는 허신의 ‘說文解字(설문해자)’와 전국시대 청동기 ‘중산왕방호(中山王方壺)’의 문장에서 증명되듯, 고대에는 모양이 다른 ‘勛(훈)’자로 쓰였다. 지금 중국에서 쓰는 ‘훈장’의 간체자를 보면, ‘勳’이 아닌 ‘勛’에서 취한 것임을 알 수 있으니 옛글자의 부활이다. 勛(공 훈)은 員(원ㆍ운)과 力(힘 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고대에는 員은 圓(둥글 원)의 고자였다. 주의할 점은 勛(공 훈)자에서의 員은 ‘원’이 아닌 ‘운’으로 발음되고 그 뜻은 ‘더하다’의 뜻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고로 勛은 ‘힘을 더하다 → (훈구대신처럼) 힘을 다해 왕업을 돕다 → (왕업을 도와 일으킨) 공’의 뜻을 나타낸다.

勳(훈)은 熏(불길 훈)과 力(힘 력)자로 이루어져 있으며, 여기서의 熏(훈)은 불길이 연기와 함께 성하게 일어나는 모양을 나타낸다. 따라서 勳(훈)은 勛(공 훈)자와 마찬가지로 왕업이 불길처럼 흥하게 일어나는데(熏) 힘을 쓴 ‘공로’를 뜻한다.

세계적으로 계속해서 기적을 일으키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놀라운 에너지는 바로 ‘흥’이다. 그래서 방탄소년단을 흥탄소년단이라고도 하는데 그들이 한국의 대중문화를 세계에 널리 전파한 공을 인정받아 명예의 상징인 ‘훈장’을 받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이를 계기로 한국의 고급문화들이 만방에 널리 전파되어 인류를 보다 유익케 하는 ‘홍익인간’의 정신이 구현되기를 바란다.

대종언어연구소 소장 박대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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