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고미술협회 종로지회‘진품명품전’…아라아트센터 10월 17∼22일
환수 고미술품, 11억원대 희소 도자, 회화, 고가구 등 800여점 선보여
이번 전시는 고려건국 1100주년과 환수문화재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내용과 지향점, 출품작 등에서 이전의 고미술품 전시와는 큰 차이를 보인다.
우선 고미술 전시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관객(대중)과 호흡하고 현대와 동행하는 부분에 무게를 뒀다. 단순히 고미술품을 나열하는 전시가 아니라 대중이 관심을 갖고 생활의 일부로 받아들여 우리 문화의 진수를 만끽하고 자부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공간 디자이너인 마영범 디자이너와 신경욱 인테리어에게 이번 전시에 걸맞은 디스플레이 일부를 맡긴 것도 ‘고미술의 대중화’라는 전시 취지와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강민우 종로지회장은 “그동안 고미술이 정체된 데는 대중과 거리가 있는 행보를 해온 측면이 적지 않다”며 “젊은층을 비롯한 다양한 계층에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현재 우리의 삶과 함께하는 모습을 보여야 고미술이 확장되고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민우 회장은 “이번 전시에서 역점을 둔 것 중 하나가 ‘고미술의 생활화’로 선진국처럼 생활 속에 고미술이 안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려고 한다”며 “현대 디자이너에게 그에 부합하는 섹션 코너를 맡기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전시작 중 손꼽을 만한 ‘조선시대의 지직화(직조회화)’, ‘분청자 선각박지철채 엽문 편호’ 등이 대표적이다. 지직화는 일반적인 회화와 달리 그림을 그리고 자른 뒤 직조(weave)해 표현한 양식의 희소 작품으로 이번 전시에 나온 ‘운용도’(18세기)는 우리가 잊고 있던 것을 일본이 정리해 놓은 것을 환수해온 매우 귀한 자료이다. ‘분청자 선각박지철채 엽문 편호’는 국보 206호(국립 중앙박물관 소장) 분청자 선각박지 철채 모란문 자라병과 같은 기법으로 제작된 극소수의 명품이다.
또한 일본에서 환수해온 16세기 갑옷과 투구 세트는 용문양이 자수되어있는 것으로 보아 왕실의 유물로 보여진다.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간 건지 누구의 갑옷인지 연구되어야 할 유물이다.
종로지회 관계자들은 이번 전시가 이전과 다른 큰 차이를 ‘세대교체’라고 말한다. 전시를 기획하고 해외 고미술품을 환수하는 등 주요 역할을 60대 이하 인사들이 중심이 돼 추진해 앞으로 이들이 고미술계를 이끌어갈 것이라는 전망이다.
윤종일 총무는 “고미술시장 구성 인원의 평균 연령이 70대이다 보니 전시나 고미술 유통 등에 여러 문제가 있었는데 이번 전시는 종로지회 중심인 50대 회원들이 주축이 돼 진행했다”며 “이번 전시가 세대교체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실 그동안 고미술계는 특정 인사의 장기집권에 따른 부작용과 잇따른 진위 시비로 신뢰를 잃었고, 전시 또한 시스템화되지 않아 일반인에 다가가지 못했다.
하지만 직선제 선거로 고미술계가 투명해지고 젊은 인사들이 고미술에 참여하면서 적잖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이번 종로지회의 ‘진품명품전’은 그러한 고미술계 과도기를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모멘텀이 될 전망이다.
강민우 회장은 “국보급이나 보물급 고미술품 외에는 국내외 거래를 자유롭게 해 우리 문화를 해외에 알리는 것이 국격을 높이고, 해외 우리 문화재 환수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해외 박물관의 중국관이나 일본관과 비교해 조악한 작품이 대부분인 한국관을 보면 부끄럽고 화가나기도 한다”고 했다.
고미술이라는 우리 문화의 정수를 통해 문화발전과 문화강국이 되려면 고미술 관계인(기관)들과 정부 기관의 공동 노력도 필요하다. 현재처럼 정부 기관이 우월한 입장에서 고미술 관계인들을 감시나 제재 대상으로만 본다면 협치는 불가능하고, 문화 발전은 요원하다.
그런 의미에서 해외 환수문화재가 상당한 ‘진품명품전’은 전시적 가치와 함께 관련 분야의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박종진 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