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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어원(語源) 이야기] 制裁(제재)

制= 未(木)+ 刀(칼 도)…칼로써 나뭇가지를 쳐내 원하는 모습으로, ‘판결하다’ 뜻
裁=옷감(衣)을 치수에 맞춰 알맞게 잘라 옷을 짓는 모습, ‘재단하다' 의미
  • 9월9일 리용호 북한 외무상이 미국 뉴욕 유엔본부의 제73차 유엔총회에서 기조연설에서 북한에 대한 유엔의 제재를 해제해줄 것을 요구했다.(연합)
최근 시국은 유엔과 미국의 대북 제재를 완화하기 위해 북한이 무던히 애를 쓰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안보리 결의 2375호는 북한과의 모든 합작투자, 협력 사업을 금지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비록 비상업적 공공인프라 사업에 한해 제재를 면제한다는 예외 조항이 있으나, 이를 위해선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15개 이사국의 만장일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징벌하다, 단속하다’를 뜻하는 制裁(제재)라는 말의 출전은 <자치통감(資治通鑑)> 928년 때의 기록 “安重誨用事, 稍以法制裁之(안중회는 권력을 장악하고선, 점차 법에 따라 제재하였다)”이다. 안중회는 중국 후당 명종 임금의 최고 고문으로 활약했던 인물이다. 전하는 바에 따르면, 문맹이었던 명종의 신임을 받아 국정을 좌지우지하였던 안중회 또한 반문맹이었다고 한다.

制(제)자에서 刀(칼 도) 왼쪽에 있는 자형은 청동기 금문에서는 ‘未(미)’ 또는 그것의 생략형인 ‘木(목)’의 형태로 나타난다. 고로 ‘制’는 칼로써 나뭇가지를 쳐내고 나무를 원하거나 올바른 치수대로 재단하는 모습을 형용, 그러한 모습에서 ‘재단하다→만들다, 판결하다’ 등의 뜻을 나타낸다.

그리고 裁(재)는 옷감(衣)을 치수에 맞춰 알맞게 잘라 옷을 짓는 모습에서 ‘재단하다(마름질하다), 절제하다(정도에 넘지 않도록 알맞게 조절하여 제한하다)→제재하다, 단속하다’ 등을 뜻한다. 그러니 정리하면, 制裁(제재)는 범죄행위와 같은 거친 일에 대해 판결하여(制) 강력한 단속을 하는 것(裁)을 말한다.

제재를 영어로 sanction이라 하는데, 그것은 ‘법령을 공포하다, 승인하다, 비준하다, 신성시되게 하다’를 뜻하는 라틴어 sancire에서 비롯되었다. sancire의 과거분사형이 명사로 변하면서 sanction이 된 것이다. 이 단어에서는 중세 때 교회의 성인들이 어떤 안건에 대해 승인함으로써 법률적 성스러움을 갖추는 법령 비준의 모습이 느껴진다. 물론, 오늘날 유엔의 각국 주요 요인들에 의한 벌칙적 규제 또한 유엔의 심의를 거치고 재가된 것이다.

청말의 사상가이자 정치가였던 양계초(梁啓超)는 “제재하는 주체가 있으면 반드시 복종하는 객체가 있다(有制裁之主體,則必有服從之客體)”고 하였다. 그러나 객체가 거꾸로 자신이 주체가 되겠다고 하면서 여러 주체들을 향해 복종하라고 요구한다면, 누가 봐도 사태의 원만한 해결은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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