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고매한 생기 순고한 멋의 마음씨

원로여류화가 김정자 기획초대전, 11월16~28일, 혜화아트센터
  • 바위와 연화(Lotus with Rocks), 50×160㎝ Collage, 2007
“명심하라. 이 세상에서 당신은 어떤 것도 빨리 혹은 쉽게 알 수 없다. 모든 것은 신비이며, 달빛 속에 숨겨진 자기만의 비밀스러운 향기와 혼자만의 노래가 있다.”<메리 올리버 ‘달빛’, 부활을 살라 中, 유진 피터슨(Eugene HoPeterson)著, 양혜원o박세혁 옮김, Ivp刊>

바위와 연화(蓮花) 그리고 저 나지막한 언덕너머 유장하게 흘러가는 강물이 꽃 그림자를 품고 한 시절의 생을 노래하겠지. 문인화적 분위기의 엔틱스러움이 물씬 풍기는 화면은 다정하면서 고졸함의 깊은 미감을 선사한다. 두터운 종이에 채색하고 그 위 콜라주로 연꽃을 안착시켰다. 얇게 동판을 잘라 광택을 떨어트린 색감의 맛엔 오랜 경륜의 본질을 보는 식견이 위치한다. 안료 효과와는 또 다른 현대성의 고상한 품격이 그것을 뒷받침하고 있다.

“은퇴를 하고 이제 꽃을 그려야겠다고 생각했었다. 연꽃이 먼저 떠올랐는데 기왕이면 모란도 함께 가자고 해 시작했다. 일생 강의를 했지만 학생들을 가르치듯 체계적으로 내 작업을 풀어내려 하였다. 이를테면 아카데미즘부터 인상파, 큐비즘 등 미술유파의 역사흐름을 반영하려 했다.”

  • 연화 콜라주, 165×100㎝, 2006
배우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김정자(1929~) 작가는 일본 동경도립제일여고수료, 평양 서문여고를 졸업했다. 숙명여자대학교 미술학부를 수학했는데 당시 남관, 도상봉, 김병기 선생에게 사사받았다. 52년 도미(渡美), 오클라호마주립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귀국 후 서울대학교 미술대학 교수(1959~94년)로 기초디자인을 지도했다. 58년 동화백화점(신세계 전신)을 시작으로 세비도, 화랑춘추, 자생당화랑(동경)과 현대화랑(서울), 토론토대학(캐나다) 등에서 개인전을 가졌다.

“미국 갈 때 공부를 마치면 한국교육에 힘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나는 일본에서 출생했고 열일곱 살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내가 한국 사람이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말과 생활환경이 낯설고 서툴렀다. 그때 어머니가 습자, 주판 등 당시의 과외를 시켰는데 그런 훈련들을 통해 정신과 육체적으로 나를 강한 사람으로 만드셨다. 감수성 예민했던 시절에 바라본 한국의 아름다움은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그것을 훗날 꼭 표현하겠다는 것을 스스로 가슴 깊이 품고 있었다.”

이번 김 화백의 아홉 번째 개인전은 서울시 종로구 대학로 혜화역 인근, 동성100주년기념관내 혜화아트센터에서 11월 16일 오픈해 28일까지 전시 중이다. 초기작품을 포함해 주로 90년대 중반 이후부터 현재까지의 100여점을 선보이는데 화업 발자취를 조명해 볼 수 있다. 한편 영락교회에서 주일예배를 마친 화백을 을지로 조용한 카페에서 만났다. 구순(九旬)이 가까운데도 인터뷰 내내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고 집중했다.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는데 망설임 없이 답을 주었다.

  • 김정자(金靜子) 화백
“나에게 미술은 그냥 살 수 있는 방법이다. 작업은 한도 끝도 없는 것이어서 다음에 할 것이 무언인가를 자꾸 생각하게 한다. 완성했을 때 굉장한 축복으로 느끼고 내가 할 수 있었다는 것에 감사하다.”

그리고 미술가의 길을 가는 후학들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미술은 학문이다. 기초가 튼튼해야 된다. 유명해지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이 목표가 되어야 한다. 현재의 세계적인 미술흐름을 예리하게 간파하고 있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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