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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어원(語源) 이야기] 難民(난민)

청나라 비막문강(費莫文康)이 지은 고전소설 ‘아녀영웅전(兒女英雄傳)’에 등장
難=‘진흙 근’(왼쪽)’+‘새 추’(오른쪽)… ‘塗(진흙 도)’ →‘도탄(塗炭)’의 지경에 빠져 이주하는 철새 유사
  • 유엔난민기구(UNHCR)의 특사인 앤젤리나 졸리가 3일 서울시 중구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 서울사무소에서 배우 정우성과 서울사무소 직원들을 만나 세계 난민현황과 올해 5월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신청자에 대한 대한민국 정부의 결정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연합)
인류적 차원의 선행은 위대한 사랑의 표현이자 큰 덕이다.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가 며칠 전 우리나라를 찾아, 유엔난민기구(UNHCR)의 특사 자격으로 UNHCR 친선대사인 배우 정우성을 만나 금년 5월 제주도에 도착한 예멘 난민신청자들에 대한 우리 정부의 처우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 정부는 지난 달, 해당 난민 신청자 중 339명에겐 인도적 체류를 허가하였으나, 일부에 대해선 불인정 또는 보류 결정을 내린 상태다.

‘난민’의 ‘난’은 “난리 났다”할 때의 ‘亂(어지러울 란)’자가 아닌 “곤란하다”할 때의 ‘難(어려울 난)’자를 쓴다. 어원에 앞서 難자와 관련 눈여겨볼 대목이 있다. 難자의 바른 음은 ‘난’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艱難’이란 말을 ‘간난(후에 ㄴ 탈락하여 ‘가난’으로 변음됨)’이라 적지만, ‘困難’이란 말은 ‘난’이 아닌 ‘곤란’이라 적고 ‘골란’이라 읽는다는 점이다. 북한에서는 困難을 ‘곤난’이라 적고 ‘곤난’이라 읽는다. 이러한 비일관적 표기와 발음으로 인해, 현재의 우리말은 외국인들이나 어떤 이들에겐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한자어 ‘難民’의 최초 출전은 청나라 도광연간(道光年間:1821∼1850) 때 만주족 문학가 비막문강(費莫文康)이 지은 고전소설 아녀영웅전(兒女英雄傳) 제2회로, ‘재난(災難)을 당하여 떠돌아다니는 인민(人民)’의 뜻으로 쓰였다.

난민을 영어로는 refugee라고 하는데 1680년대 프랑스어 refugie에서 비롯되었다. refugee는 처음엔 1685년 낭트 칙령의 철회 후에 영국 등지로 이주한 프랑스의 칼빈주의 신교도를 일컫는 말로 쓰였다. 그러다가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전쟁의 참화에서 탈출하기 위해 서쪽으로 향하는 플랑드르 민간인들을 보고 ‘집에서 도망한 사람’이란 의미를 적용하여, 그때부터 refugee는 ‘망명 신청자’의 뜻으로 의미발전하게 되었다.

어원파악이 가장 어려운 글자들 중 하나인 ‘難(난)’자의 왼쪽은 ‘진흙 근’이고 오른쪽은 ‘새 추’이다. 필자는 難의 ‘진흙’을 ‘塗(진흙 도)’에서 나아가 ‘도탄(塗炭)’으로 보고, ‘새’는 ‘철새’로 본다. 매우 어려운 도탄의 지경에 빠져 이주하는 철새들과 타국으로 떠돌며 망명을 신청한 불쌍한 난민들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문제는 난민(難民) 중에 섞여 들어와 못된 짓을 하여 혼란을 주는 범죄자들이다. 그들은 ‘亂(어지럽힐 란)’자를 쓰는 난민(亂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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