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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담론과 더불어 크는 존재

[인터뷰]박평종 교수 “하이테크놀로지디지털시대 ‘슈도 작가’, ‘저자 기능’에 주목해야”
  • 박평종 교수는 “담론이 없다면 작가는 없다”라고 말했다. “담론의 계기를 제공하지 못하는 자는 ‘작가 기능’을 수행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는데 담론규칙을 만들고 수정하는 자는 결국 작가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진=권동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디지털정보실라운지에서 지난 12월 15일 ‘한국 사진사의 쟁점들’이라는 흥미로운 주제의 세미나가 열렸다. 빈자리가 없는 방청석은 그 자체로 뜨거운 관심의 열기를 반영했다. 이날 ‘무엇이 사진사에서 작가를 규정하는가?’를 발표한 박평종(중앙대학교 인문콘텐츠연구소)연구교수를 만나 ‘한국 사진사의 역사적 비평적 담론’을 중심으로 인터뷰했다.

-‘작가’를 역사적 범주에서 연구했다. “작가(author)지위는 시대와 맥락에 따라 부단히 변한다. 프랑스 사진가 으젠 앗제(Eugene Atget, 1857∼1927)는 파리의 오래된 풍속과 풍경을 촬영하여 화가들의 밑그림으로 공급했다. 생전에는 ‘자료’였지만 뉴욕현대미술관에 ‘작품’으로 컬렉션 되면서 그의 이름은 ‘작가’와 동의어가 됐다. 한국 역시 과거 ‘영업사진사’는 당대에 예술가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들 없이는 한국사진사가 구성될 수 없고 컬렉션을 논할 수 없다. 과거에 작가가 아니었던 이들의 생산물이 ‘작품’으로 등재될 수 있는 합당한 근거는 무엇일까, 고민했다.”

-한국 사진사에서 중요담론으로 꼽는 것이 있다면. “면밀한 고증과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적인 입장을 취하면서 해방이전 한국 사진사를 정리한 도서가 있다. 최인진 저서 ‘韓國寫眞史 1931∼1945’(눈빛 刊, 1999)가 저술가치가 높다. 일제강점기 사진문화는 그 자체로서 근대성의 상징이었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 시기 한편에서는 사진이 초상제작수단이 아니라 ‘표현’하려 했다는 점인데 주목할 만한 성취를 이뤄내지 못했지만 예술사진운동의 주역인 경성사진사협회원들이 그들이다.”

-한국전쟁은 사진사에서 어떤 경계점인가? “해방 이후 1950년대로 접어들면서 한국사진은 과거를 지양하고 미래가치를 모색하면서 사진양식이 형성되는데 바로 리얼리즘이다. 해방직후 이른바 ‘사회주의 리얼리즘’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소멸하는 반면 한국전쟁 이후 생활주의리얼리즘사진을 추구한 임응식(1912~2001)을 중심으로 정착된다. 육명심은 ‘한국현대미술사’의 ‘사진’편(국립현대미술관, 1978)을 집필하면서 ‘1950년을 경계로 그 이전은 살롱사진(Salon Picture) 그 이후를 리얼리즘경향의 시대’라고 규정했다.”

-사진과 회화, 아방가르드 담론의 등장시기가 있다.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사진 양 진영의 논쟁이 펼쳐진 1965년 1월 ‘사진 예술의 본질과 지향점’ 좌담회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리얼리즘사진은 사실적 기록성을 주장하며 사진과 회화의 명확한 구분을 주장한다. 반면 이형록 등과 현대사진연구회원들은 회화적 표현방식을 사진에 가미한다고 해서 본질을 훼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엔 매체의 순수성(사진의 본질)이라는 모더니즘의 주요의제와 형식주의실험 및 아방가르드정신을 강조하는 ‘형식주의적 모더니즘’ 담론이 복합적으로 섞여 있다. 이 리얼리즘과 모더니즘의 충돌지점에서 한국 사진은 주목할 만한 작가들을 배출한다.”

-1980~90년대 한국사진의 쟁점은 무엇이었나?“이 시기는 ‘찍는 사진/만드는 사진’ 대립구도에서 형성된다. 전자는 기계적 예술이므로 촬영 이후의 수작업을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고, ‘만드는 사진’은 기록과 재현의 시대 이후 사진이 표현의 패러다임에 진입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구본창 등은 현대미술에 등장하는 다양한 기법을 사진에 적용했다. 대립구도를 통해 표출된 것은 ‘사진의 독자성’에 관한 담론과 본질적으로 다르지 않다.”

-하이테크놀로지디지털시대 새롭게 탄생하는 ‘작가’를 어떻게 보고 있나.“오늘날의 작가 개념과 지위에 관해 주목하고 있는 것이 있다. 이름은 부여받았으나 작가기능은 수행하지 못하는 ‘슈도(Pseudo) 작가’인데 이 층은 점점 두터워지고 있다. 또 하나, 저자가 사라진 이후 ‘저자 기능’이 그 자리를 대체했다는 미셀 푸코의 주장이다. ‘저자 기능’은 현실의 개인이 아니라 복수의 자아, 복수의 주체와 관계하고 법적 제도적 시스템과 연결되어 있고 모든 담론에 동일한 방식으로 작용하지 않으며 시대와 문명의 형태에 따라 변화무쌍하다. 새 담론을 창출하는 자는 아닐지라도 담론한복판에 참여하는 자이고 새로운 예술양식을 제시하지는 않아도 그 양식을 비틀고 수정하여 다른 양식으로 대체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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