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묵언의 수행과 노동으로 드러내는 ‘만물의 본질’

박종용 ‘흙 개인전’…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1월 19∼29일
  • 박종용 화백(사진=문화저널21)
화업 50년이 넘는 박종용(67) 화백이 15회에 이르는 개인전 중 가장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전시를 연다. 오는 19일부터 29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관에서 열리는 ‘흙 개인전’이다.

전시작들은 일반적인 서양화와 동양화의 요소를 모두 갖추었으면서도 그 경계를 넘어서는 경지에 닿아있다. 작품 재료도 붓ㆍ물감(아크릴)ㆍ캔버스나 먹과 종이 대신 흙, 마대천 등이고 작업 방식도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 있다.

무엇보다 박 화백의 예술세계가 획기적 전환을 이룬 점이 주목된다. 그 예술적 변화가 박 화백 개인에 머물지 않고 미술계가 눈여겨 봐야 할 만큼 의미를 지녔다.

  • 무제-100호-162x130-2018년
박 화백은 동양화를 전공한 부친과 전업작가(동양화)인 친형의 영향 등으로 일찍 미술에 입문했다. 50년 화업 대부분을 동양화에 정진했고, 산수화(山水畵)를 기본으로 특히 불화(佛畵)와 호랑이 그림에서 탁월한 역량을 인정받았다.

박 화백의 이번 ‘흙-개인전’은 여러 면에서 이전 전시ㆍ작품들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종래 구상 위주의 대상을 객관적으로 묘사하는 데서 한층 나아가 전혀 다른 예술세계를 연 듯하다.

동양화를 주로 해온 박 화백은 객관적 재현 너머의 정신 세계를 추구하면서 ‘본질’과 ‘근원’에 천착해왔다. 전시작들이 파격적인 변화를 보인 근인도 거기에 있다.

  • 무제-100x100-2018년
이번 전시를 통해 박 화백이 전하려는 핵심 메시지도 같은 맥락에 있다. 흙, 돌, 나무 등 지극히 자연적인 소재를 활용해 가급적 인공을 자제하고 본체를 그대로 드러낸다. 자연의 본질 표현에 매진해 찾아낸 진실, ‘결’을 주제로 한 연작들이 대표적이다.

결은 나무나 돌, 살갗 따위에서 조직의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를 말한다. 세상의 만물은 각기 자신만의 고유한 결을 지니고 있다.결은 세상 만물이 태어나 오랜 시간,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며 만들어진 결과이다. 결은 단순한 외면상의 패턴이 아니라 그 물체의 역사이며 그 자체이다.

박 화백의 작품은 켜켜이 쌓인 역사와 시간의 무게를 순연하게 드러내기에 그 앞에 서면 저절로 숙연해진다.

  • 무제-100호-130x162(3)-2018년
흙으로 빚은 크고 작은 원형 형태로 이뤄진 작품들은 ‘결’에 내재한 정신을 승화시킨 듯하다. 억겁의 시간과 무수한 환경의 변화를 이겨내고 존재하는 결에는 종교와 같은 숭고함이 깃들어 있듯이.

이들 작품은 마치 ‘만다라(曼茶羅)’를 연상케 한다. 범어 Mandala에서 ‘Manda’가 ‘진수’ 또는 ‘본질’을 뜻한다고 할 때 박 화백이 추구해온 예술세계와 맥이 닿아있다. 불교와도 인연이 깊은 박 화백은 실제 만다라를 염두에 둔 측면이 있다고 한다.

박 화백은 매순 간 정신을 집중해 정교하게 한 점, 한 점 열정을 다해 점을 찍어나가며 결을 형상화해나간다.

  • 무제-30호-90.9x72.7(3)-2018년
작품은 집중된 맑은 정신으로 숨을 내쉬고 들이쉬는 것까지 조절하며 완성된다.“정신이 맑아야 합니다. 호흡과 템포가 맞지 않으면 작품을 이어갈 수 없죠. 흐트러진 정신은 작품에 그대로 나타나게 돼, 그 땐 모든 걸 멈추고 물러섭니다.”

한마디로 박 화백의 회화 과정은 고도의 정신집중과 열정의 결정체이다. 그래서 박우찬 미술평론가는 “박 화백의 작업은 단순한 예술활동을 넘어 묵언(默言)의 수행이자 노동의 기록이기도 하다”고 평한다.

  • 무제-30호-90.9x72.7-2018년
그의 작품은 전시명과 같이 흙이 주재료다. 캔버스 위에 마대천을 씌우고 고령토를 혼합해 바른 다음, 그 위에 아교와 석채를 혼합한 후 그림을 찍어낸다. 그런 작업을 5회 이상하며 호흡을 고르고 작업한 끝에 작품이 완성된다. 그 과정에 흙과 물을 정밀하게 조정해야 하고, 바람과 시간의 인내도 담겨있다. 자연의 근원적 요소들이 작가의 몸과 정신을 통해 창조되는 것이다.

물질과 속도가 지배하는 현대사회에 박 화백의 작품은 조용히, 그러나 강력하게 다가오며 관객을 평온하게 순화시킨다. 그의 작품들을 일본 등 외국에서 먼저 알아보고 주요한 공간에 자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설치, 2018년
박 화백의 이번 전시는 개인적으로 새로운 예술세계를 연 것이기도 하지만 정체되고 답습된 우리 미술계에 신선한 자극을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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