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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대종의 어원(語源) 이야기] 여권(旅券)

15세기 프랑스어 passeport에서 비롯…우리는 1884년 한성순보(漢城旬報)에 최초로 보여
  • 2018년 12월 19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외교센터로 이전한 외교부 여권영사민원실에서 방문객들이 창구에 여권 관련 민원을 접수하고 있다.(연합)
한국 여권 소지자가 별도로 비자 없이 여행가능한 나라는 역대 최대인 189개국인 것으로 조사됐다. 1월 8일 국제 이주컨설팅업체인 헨리앤드파트너스(H&P)가 발표한 최신 ‘헨리 여권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싱가포르와 함께 189로 2위에 올랐다.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지수 190의 일본이 차지했다.

여권을 나타내는 영어 passport는 15세기, 어떤 나라에 들어가거나 떠나기 위해 항구를 통과하는 허가서를 뜻하는 중세 프랑스어 passeport에서 비롯됐다. 체임버 영어어원사전에서처럼 passport는 늘이면 permission to pass out of port(항구 밖으로 통과하는 허가)가 되는데, 중세 유럽에서 패스포트의 본뜻은 항구나 도시의 성문을 통과할 때 필요한 허가서였다.

‘외국여행권’의 준말인 ‘여권(旅券)’이란 용어는 일본이 만든 한자어로, 자국 국민이 외국을 여행하는 동안 그 신분 및 국적을 증명하고 상대국에 보호를 의뢰하는 국가 문서를 뜻한다. 우리나라에선 1884년 6월 2일자 한성순보(漢城旬報)의 “1883년도 세입세출예산… 海外旅券其他免計手數料(해외여권기타면허수수료)”에 최초로 보인다. 이는 일본이 1878년 2월 20일 ‘해외여권 규칙’이란 법령을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여권’이란 단어를 사용한 때로부터 6년 뒤의 일이다.

그 이전 조선왕조에서는 통행증을 뜻하는 말로 공인(公引), 문인(文引), 통부(通符), 행장(行狀), 문빙(文憑), 절전(節傳) 등의 용어를 사용했다. 참고로, 사실상 일본 최초의 여권은 1866년 에도 막부가 미국으로 도항하는 곡예사 일행에게 발행해준 것이나, 이때의 명칭은 여권이 아니라 ‘면허장’이었다.

한편, 중국에서는 역사상 부(符), 전(傳), 도첩(度牒), 노증(路證), 통관문첩(通關文牒), 안전증서(安全證書), 통행증(通行證) 등 여러 용어를 썼다. 그러던 것이 청나라 때(1845) 처음으로, 통행증의 증명 신분에 따라 국경관문 검사기관에 보호와 배려를 제청하고 통행의 편의와 필요한 협조 기능을 부여해 ‘보호(保護)’와 ‘관조(關照: 마음 씀)’의 합성어인 ‘호조(護照)’라는 말을 passport의 번역어로써 채택, 지금에 이르고 있다.

북한의 경우, 우리와 똑같이 ‘旅券’이라고 하나, 본래 정음대로 ‘려권’이라고 발음하면서 그것을 문화어라고 하니 이는 통일을 대비해 숙고해볼 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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