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비감의 눈동자에 어린 고매한 혼

화정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서화특별전 ‘서여기인(書如其人)’, 2월 24일까지
  • 오언시 병풍, 72.5×38.0㎝(8폭) 종이에 먹. 이광사가 당시(唐詩)를 행서로 쓴 것으로 글자마다 짜임의 변화를 주어 움직임이 강하고 운필이 빨라 경쾌하여 시원한 느낌을 준다.
“대숲은 어둑하고 감잎은 푸르러 온종일 따뜻한 바람이 마당에 불어오네. 새벽녘 관음굴에는 불공하는 등불 걸리고 아침 되어 재일(在日)등에 상선이 몰려드네. 베개 베고 누운 채 울타리에 국화 심게 하고 지팡이 짚고서 낚시해 온 물고기를 세어보네. 외진 마을이라 번잡한 세상사 없나니 내 생애 여유 있음을 알겠노라.”<소재장구 원교집 권3. ‘절해고도에 위리안치 하라’ 中, 이종묵ㆍ안대희 지음, 이한구 사진, 북스코프 刊>

원교 이광사(圓嶠 李匡師, 1705~1777)는 조선후기 서화가로 본관은 전주다. 소론이었던 그의 집안은 영조 즉위(1724)로 노론과 당쟁에 지면서 험난한 생의 궤적으로 치닫는다. 당시 십대 후반 이광사는 양명학자인 정제두를 찾아 강화도로 가는데 이는 강화학파라는 학맥으로 이어진다. 18세기 명필 백하 윤순에게 필법을 사사 받은 그는 후일 한민족의 기골이 느껴지는 우리만의 동국진체를 완성했다.

“원교는 노년의 귀양지에서 ‘서결’이란 서론을 저술했다. 여기서 그는 위지의 해행초와 진한위의 전예를 두루 학습하라는 오체겸수를 주장했고, 이에 왕희지를 배우려면 왕희지 이전의 전예금석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서 원교는 서첩을 쓸 때 가능한 오체를 아울러 쓰고 서법의 요체를 말한 명구를 첩(帖) 앞뒤에 크게 쓰곤 했다.”<이완우,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교수>

  • 이광사, 해행전예첩, 25.2×19.0㎝ 비단o삼베에 먹.
이광사의 삶을 들여다 보면 유년의 풍요롭고 따사로운 삶은 잠깐이었을 뿐 풍전등화의 연속이라는 말이 떠올려진다. 1755년 영조의 치세를 비판하는 나주벽서사건이 일어난다. 직접적 관련이 없었지만 연루, 체포되는 과정에서 부인 문화 유씨가 자결하는 참혹한 소식을 듣게 된다. 그러나 아내의 마지막 가는 길조차 보지 못하고 함경도 부령으로 유배되었고 다시 전라도 신지도로 이배(移配)되어 그곳에서 15년을 살다 생을 마감한다.

전남 구례군 지리산천은사 일주문, 해남 대흥사대웅전 편액 등 그의 글씨는 오늘날에도 산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 정약용(1762~1836년)은 탐진촌요(耽津村謠)에서 이렇게 썼다. “촌아이의 서법이 정말 지루하니 붓놀림 하나하나 비뚤기만 하네. 그 옛날 신지도에 글씨 서당 열었기에 아전들은 다 이광사 글씨를 배웠네.”<여유당전서 권4. ‘절해고도에 위리안치 하라’ 中>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

  • 원교 이광사 초상(국립중앙박물관 소장). 혜원 신윤복의 아버지 신한평(申漢枰)이 그렸다. 1774년 겨울, 이광사 나이 70세에 신지도에서 그렸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한편 서울 종로구 평창동 소재, ‘화정박물관 소장 조선시대 서화특별전-서여기인(書如其人)’은 지난해 9월 4일 오픈해 오는 2월 24일까지 전시 중이다. 효종의 어제시첩, 석봉 한호의 석봉진적, 우암 송시열 글씨, 다산 정약용의 친필서첩, 추사 김정희의 발문, 수운 유덕장의 묵죽 등 서화작품 55건 60점이 공개되고 있다.

전시작품을 사적 배경과 해설을 곁들여 설명해 준 장종선 학예연구사는 “예로부터 글씨를 쓴다는 것은 의미를 전달하는 차원을 넘어, 내면과 정신이 겉으로 드러나게 되는 인격 수양의 결과로 보았다. ‘글씨는 그 사람과 같다’는 서여기인의 전통적 관념을 통해 그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를 기원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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