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은 겨울에 ‘제 맛’…3면 바다, 지역마다 특색있는 생선 풍성
왜 겨울 생선인가?
겨울이면 내륙뿐만 아니라 바다, 바닷가도 차가워진다. 바닷물도 마찬가지, 차가워진다. 모든 동물은 날씨가 추워지면 몸에 지방분을 비축한다. 생선도 마찬가지다. 날씨가 추워지면 몸에 지방분을 비축한다. 지방분이 많은 생선은 회, 조림, 탕 어느 것으로 먹어도 맛있다. ‘맛’은 단백질과 더불어 지방분의 양으로도 정해진다.
다른 이유도 있다. 생선의 산란기는 봄철에 몰려 있다. 생선의 반 정도가 봄에 산란한다. 봄철 산란을 위하여 겨울에는 지방분을 몸에 모은다. 알이 꽉 찬 생선은 별 맛이 없다. 알에 모든 영양분을 축적한다. 알이 꽉 찬 생선의 살은 오히려 맛이 없다. 퍼석퍼석하고 무르다. 알이 생기기 전 혹은 알을 가지기 시작할 때의 생선이 맛있다. 몸에 지방분을 가득 모으기 때문이다.
겨울은 추위와 산란 전의 지방분, 이 두 가지를 모두 갖췄다. 생선에 지방이 가득하다. 당연히 겨울 생선은 맛있다.
과메기는 꽁치로 만든다. 예전에는 청어로 만들었다. 꽁치와 청어는 모두 등 푸른 생선이다. 두 종류 모두 겨울이 한철이다. 과메기도 겨울이 제철이다. 통조림 꽁치는 맛이 떨어진다. 찌개로 먹는 이유다. 생물 꽁치는 회, 찌개, 조림 등으로 다양하게 먹는다. 청어도 마찬가지. 회, 조림, 찌개 등으로 먹을 수 있다. 청어회가 귀한 이유는 신선한 청어를 구하고 유통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등 푸른 생선 특유의 비린내가 강하다.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면 쉬 상한다.
겨울철 동해안은 대게(竹蟹, 죽해), 홍게가 제철이다. 홍게는 ‘붉은 대게’로 부르기도 한다. 얼핏 보면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았다. 홍게는 배 부분도 붉은 색인 반면 대게는 배 부분이 흰색, 노란색에 가깝다. 비싼 대게 대신 가격이 눅은 홍게를 선택하는 이유다.
겨울이면, 남쪽으로는 부산, 포항으로부터 북쪽으로는 주문진, 속초 일대까지 대게, 홍게가 한창이다. 울진 죽변, 후포 지역이나 영덕, 포항 지역에도 대게, 홍게가 흔하게 나온다. 현장에서 바로 쪄서 팔고 찐 대게, 홍게를 배송하기도 한다. 대게, 홍게 모두 다리가 길다. 가정에서 찌기는 불편하다. 현지에서 찐 것을 배송 받는 것도 좋다. 해
대게의 역사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이 있으나 정확한 근거는 없다. 고려 태조 왕건이 대게를 먹었다는 주장도 있지만 역시 정확한 근거를 가진 이야기는 아니다.
조선시대 기록에는 ‘자해’가 자주 등장한다. ‘자’는 자줏빛이다. 자줏빛은 지금의 꽃게가 지닌 색깔과 비슷하다. 꽃게는 갈색, 회색, 검은색 등이 뒤섞인 색깔이다. 붉은 색 혹은 분홍빛과는 거리가 있다. 꽃게는 삶아야 붉은 색이 된다. 대게, 홍게는 가열처리하기 전부터 붉은 색이다.
좋은 게는 속이 꽉 차 있고, 게딱지 속의 ‘장’이 누런색이어야 한다. 게의 속 내장을 흔히 ‘장’이라고 부른다. 속 내장 색깔이 누런색이 가장 좋고, 녹색과 누런색의 혼합-검은 색의 순서로 가른다. 누런색은 귀하고, 대부분이 누런색, 녹색이 뒤섞인 경우다. 검은 색의 장은 ‘흑장’이라고 부르고, 하급품으로 여긴다.
아귀는 1980년대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먹기 시작했다. 아귀의 존재는 오래 전부터 알았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도 아귀에 대한 설명이 있다. 다만 널리 식용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 아귀는 살이 무르다. 살 뿐만 아니라 연골 조직이나 대가리 속의 살들은 흐물거린다. 먹기 곤란하다. 보관과 유통도 곤란하다. 마산의 아귀찜은 말린 아귀다. 겨울철 생산되는 아귀를 바람 통하는 곳에서 말린다. 흐물거리는 살이나 연골조직들은 겨울바람에 ‘몸’을 만든다. 마른 아귀를 적당히 물에 불린 다음 된장 등 각종 양념으로 조리한 것이 원형 마산 아귀찜, 탕이다.
마산, 통영, 부산, 울산, 포항 등지에서 생물 혹은 반 건조, 건조 아귀를 이용한 겨울철 음식을 제대로 맛볼 수 있다.
남해안의 대구와 볼락
통영을 가는 이들은 겨울철이면 고민스럽다. 졸복도 좋고, 아귀, 대구, 볼락 등 먹을거리가 지천이다. 건조 대구 혹은 반건 대구도 겨울이 제철이다. 대구 대가리 부분을 갈라서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말린다. 현지에서는 1미터 언저리의 대구를 ‘메다(미터) 대구’라고 부른다. 이 정도 크기의 대구는 칼로 자르기 힘들다. 작은 톱 등으로 마른 대구 몸체를 잘라서 탕을 끓인다. 고춧가루를 넣은 것도 좋지만 고춧가루나 매운 양념, 강한 맛을 더하지 않고 무 등으로 맑게 끓인 대구탕이 겨울에는 제격이다. 맛이 단 대구 고유의 풍미도 느낄 수 있다.
볼락도 겨울이 제철이다. 역시 겨울철 통영에서 제대로 된 볼락을 맛볼 수 있다. 제법 큰 볼락은 구이 혹은 조림, 찜 등으로 먹는다. 볼락구이도 진미지만 다른 곳에서 만나기 힘든 볼락김치도 압권이다.
볼락김치는 작은 볼락과 무를 더한 것이다. 일반적인 양념에 무, 작은 볼락을 더해서 삭히면 볼락김치다. 오래 삭혀도 볼락은 몸체가 흐트러지지 않는다. 잘 삭은 볼락은 통째로 씹어도 뼈가 씹힌다. 채소, 양념의 맛과 발효의 깊은 맛까지 더한 볼락김치는 겨울철 최고의 김치 중 하나다.
여수 삼치와 딱돔
다른 생선회는 맛있는데 맛은 잘 모르겠다는 이들이 많다. 삼치는 회, 구이, 조림 모두 맛이 강하지 않다. 연하다. 고등어, 방어 등 동종의 등 푸른 생선에 비해서도 맛이 강하지 않다. “맛을 모르겠다”고 표현하는 것은 “맛이 떨어진다, 약하다”는 뜻이다.
겨울 삼치를 권한다. 를 수준급으로 내놓는 집들은 일정시간 숙성을 시킨다. 이른 아침에 횟감을 구한 다음, 가게에서 자연스럽게 숙성을 시킨다.
딱돔은 돔의 일종이다. 크기가 작고 마치 돌돔처럼 줄무늬가 있다. 일상적으로 ‘금풍셍이’ 혹은 ‘금풍쉥이’라고 부른다.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서대도 겨울철이 좋다. 서대는 여수 서민들의 식재료였다. 많이 잡히고 가격이 싸다. 날 것으로 조리해도 좋고 말려서 조리해도 좋다. 회, 찜, 조림, 탕이 모두 가능하다. 맛도 수준급이다. 서대가 대도시로 진출하면서 가격이 올랐다. 현지에서는 여전히 싼 가격으로 서대회, 찜, 구이 등을 먹을 수 있다. 겨울철 여수가 서대 먹기에도 좋다.
문어도 겨울이 한철이다. 문어를 좋아하는 이들은 문어로 끓인 문어국이나 문어탕도 즐겨 찾는다. 삶은 문어, 즉 문어숙회도 즐겨 찾는다.
문어는 다리가 여덟 개라서 ‘팔초어(八稍魚)’라고 불렀다. 일본인들의 타코야키는 문어로 만든 것이다. 일본인들은 문어를 즐겨 먹는다.
중국의 남방 사람들은 문어를 먹지만 북방은 해산물이 귀하고 문어를 먹지 않는다.
겨울 생선 맛집4곳
월성소주코너/여수
각산식당/거제
고흥집/여수
통영맛집
글ㆍ사진= 황광해 음식칼럼니스트 dasani8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