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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용 화백의‘불교 예술(탱화 幀畵)’의 경지

일반ㆍ전통 넘어 고유의 독창적 ‘불화(佛畵,탱화) 예술세계’ 확립
  • 한국불교음악의 태동지인 지리산 불낙사(佛樂寺)의 산신각(山神閣)에 모셔져 있는 산신도(山神圖). 치수는 230cm x 110cm(가로x세로), 재료는 통나무ㆍ화선지ㆍ당채컬러.
지난 1월 19 ∼ 27일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ㆍ진행된 박종용 화백의 추상표현주의 작품인 ‘결’ 은 전시기간 내내 수많은 관람객이 방문해 찬사를 보내고, 미술전시 기록을 새롭게 쓰는 등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주면서 한국미술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겼다. 박종용 화백은 50여년의 화업(畵業) 초기, 불화(佛畵)에 심취해 최고의 ‘불화 작가’가 되고자 하였다. 이후 수많은 사찰의 불화를 관찰하고 창작에 전력한 결과 불교 예술인 ‘탱화(幀畵)’ 에 탁월한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종용 화백의 독창적인 ‘佛畵(탱화 幀畵) 예술’을 살펴본다.

‘한국 佛畵(탱화 幀畵)’의 기원 및 변화 과정 등

‘한국 佛畵(불화, 탱화ㆍ幀畵)’는 중국 육조시대(六朝時代, 221∼589) 불화양식(佛畵樣式)에 기원하고 있다. 4세기 말 삼국시대에 불교와 함께 도입된 후 통일신라를 거쳐 고려시대에는 수월관음도 등 ‘佛畵(탱화幀畵)’의 전성시대를 이루기도 하였다.

‘탱화(幀畵)’는 본존의 신앙적 성격을 구체적으로 묘사한 후불탱화(後佛幀畵)와 불교의 호법신들을 묘사한 신중탱화(神衆幀畵)로 나눠지고, 신중탱화는 다시 사천왕(四天王)탱화, 칠성탱화(七星幀畵) 등으로 분화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 ‘佛畵(불화, 탱화ㆍ幀畵)’는 일반대중 속으로 스며들면서 내세의 소망을 기원하였고, 이에 관련된 각종 불화 등이 활발하게 제작됐다. 특히 후기에는 감로탱(甘露幀)이 탄생하였고, 지옥계 불화 시왕탱(十王幀)과 영축산 법회라는 뜻을 가진 영산회상탱(靈山會上幀)이 활발하게 제작되기도 하였다. 이렇듯 ‘한국 佛畵(탱화 幀畵)’는 고대부터 현재까지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박종용 화백의 ‘불화(佛畵, 탱화ㆍ幀畵)’ 창작 과정 및 특이 사항

12살 때부터 각종 그림을 다재다능하게 그렸던 박종용은 17∼18살 무렵 고향인 경남 함안 인근 사찰에 걸려 있는 불화를 보고 감동 받아, 최고의 ‘불화(佛畵)) 작가’ 가 될 것을 결심하면서, 본격적으로 ‘佛畵(탱화 幀畵)’를 그리기 시작하였다. 이후 인사동, 삼각지 화실에서 각종 그림을 그리던 과정에서 ‘탱화’ 창작은 큰 비중을 차지하였다. 조계사와 사찰의 불화 등을 관찰하면서 수많은 ‘탱화’를 창작하기도 하였다. 약 40년 이상 불화를 창작하는 과정에서 갖가지 후불탱화(後佛幀畵)와 신중탱화(神衆幀畵) 등을 수없이 창작해 불교음악의 발원지인 불낙사(佛樂寺) 등, 유명 사찰(寺刹) 등에 보시(布施)하기도 하였다.

창작 과정에 고려ㆍ조선시대 ‘불화(佛畵)’인 후불탱화(後佛幀畵)와 신중탱화(神衆幀畵) 등의 전통적 특장들을 수용하면서도, 전통 ‘佛畵’에서 찾아 볼 수 없는 고유의 독창성이 담겨 있는 독보적인 ‘불화 예술세계(佛畵 藝術世界)’ 구축하기도 하였다.

몇 년 전 제작해 한국불교음악의 태동지인 지리산 불낙사(佛樂寺)의 산신각(山神閣)에 모셔져 있는 산신도(山神圖), 독성도(獨聖圖), 변상도(變相圖)를 통한 ‘박종용 불화 예술’의 특징들을 살펴본다.

첫째, 전통 산신도(山神圖)의 경계를 넘어 독창성이 더욱 돋보이는 특이한 산신도이다. 일반적으로 산신도라 함은 산의 신령인 산신(山神)을 그린 ‘불화(佛畵)’로 산신각(山神閣)에 봉안되며, 산신탱화(山神幀畵)로 불려 지기도 한다. 민간신앙인 산신 숭배사상은 불교의 토착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다.

산신도의 기본 도상은 깊은 산과 골짜기를 배경으로 수염이 길고 백발이 성성한 인자한 산신이 호랑이와 함께 그려져 있고, 이때 등장하는 호랑이는 백발이 성성한 산신(山神) 옆에 고양이처럼 귀엽고 친근한 모습으로 그려지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산신도에 등장하는 호랑이는 산신의 사자나 화신격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또한 산신은 할아버지 모습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전통적인 산신도(山神圖)에 비춰 볼 때, 박종용의 산신도에 등장하는 산신은 희귀한 할머니 산신이며, 산신의 사자격인 호랑이는 귀엽고 해학적인 호랑이가 아니라 위엄과 기품이 서린 호랑이다. 심산유곡 무릉도원의 소나무와 천도복숭아 나무아래 山神이 강림하여 근엄한 표정으로 산을 지키고, 사찰을 수호한다. 붉은색 옷을 입고 좌ㆍ우 손에 깃털부채와 지팡이를 잡은 할머니 산신의 왼쪽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표효하면서 위엄을 보이는 가운데 오른쪽 한 마리의 호랑이 옆의 시자들은 공양물로 천도복숭아, 그릇, 꽃 등 길상(吉祥)의 의미를 지닌 것들을 들고 있으면서 산신을 경배하고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산신의 성격을 명확히 드러내는 상징물의 역할을 한다.

이는 전통적 산신도의 여러 불화적(佛畵的) 기반에 근거하면서도, 전통적인 산신도의 경계를 넘어 산신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한 특이한 산신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더하여 용솟음치는 독창성까지 가미해 영험함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 불락사(佛樂寺) 산신각(山神閣)에 봉안돼 있는 독성도(獨聖圖). 치수는 230cm x 110cm(가로x세로), 재료는 통나무ㆍ화선지ㆍ당채컬러.
둘째, 세련미와 생동감이 흘러넘치는 독자적 화풍의 독성도(獨聖圖)이다.독성도(獨聖圖) 또는 독성탱화(獨聖幀畵)라 함은 남인도 천태산에서 수행하는 석가모니의 십육나한 제자들 중 첫 번째 존자인 독성존자(獨聖尊者)의 모습을 묘사한 불화(佛畵)이다. 독성(獨聖), 수독성(修獨星), 나반존자(那般尊者)로 불려지기도 한다. 특히 독성존자(獨聖尊者)는 소원 성취를 하는데 효험 있는 신이라 하여 많은 불자(佛子)들로부터 경배(敬拜) 대상이 되었다. 조선후기 등장한 특유의 불교 신앙으로 산신도와 함께 많이 제작되어진 불화이다.

일반적인 독성도(獨聖圖)는 천태산을 배경으로 독성존자(獨聖尊者)가 석장(錫杖)을 짚고 앉아있거나, 뻗어 나온 소나무 가지 아래 독성존자가 원형돗자리를 깔고 앉아 있는 모습이다. 독성존자의 오른쪽 무릎은 세워 그 위에 팔을 걸친 채 염주(念珠)를 굴리고 있으며, 왼손으로는 땅을 짚어 비스듬히 앉아 그윽한 표정으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는 모습이 대부분이다. 나아가 붉은색, 녹색 등으로 배색되어진 의복을 입은 독성존자의 좌측 뒤로는 동자, 동녀가 복숭아와 석류 등을 들고 있거나 차를 달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며, 우측 뒤에는 깎아지른 것 같은 절벽 끝에 놓인 향로(香爐)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 등이 일반적인 독성도이다.

이러한 일반적인 독성도에 비해 박종용의 독성도는 일반적ㆍ전통적인 독성도에 기초하면서도 반대색의 변화무쌍한 색채와 사실감을 돋보이게 하는 독자적 화풍으로 전개해나가면서, 진청색의 당채 컬러를 사용하여 무게감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다. 나아가 묘선(描線)을 한 번에 돌려 세련미와 생동감을 극적으로 표현하였다. ‘충격적 감동’이라 아니할 수 없다.

군청색 바탕 위에 붉은색, 녹색, 청색, 갈색 등으로 오묘하게 배합된 박종용 화백의 독보적인 독성도(獨聖圖)는 전통의 특장 위에 세련된 독창성이 두드러진다. 마치 독성존자(獨聖尊者)가 현존하고 있는 것 같은 생동감을 느끼게 한다. 가히 ‘불후의 명작’이라 평가할 만하다.

  • 불락사(佛樂寺) 산신각(山神閣)에 봉안돼 있는 변상도(變相圖). 치수는 230cm x 110cm(가로x세로), 재료는 통나무ㆍ화선지ㆍ당채컬러.
셋째, 전통을 넘어 불후(不朽)의 ‘불교예술’을 개척한 변상도(變相圖)이다.변상도는 불교 경전의 내용이나 교리적 의미를 한 폭의 그림 속에 요약ㆍ묘사하는 불화(佛畵)이다. 이러한 변상도를 통해 광활한 불교 경전의 세계에 쉽게 접근하고 이해할 수 있도록 일깨워 주기 위한 목적에서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종류의 변상도가 수없이 제작되기도 하였다.

그림(佛畵)에서 묘사되는 박종용의 변상도는 호법신들을 묘사한 전통적 신중탱화(神衆幀畵)에서 분화한 칠원성군(七元星君)을 묘사한 칠성탱화(七星幀畵)의 한 종류처럼 보여 지기도 하고, 아미타여래도(阿彌陀如來圖), 영상회상탱(靈山會上幀)의 일종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등 전통 변상도 개념에서 약간 비켜나 있는 독특한 변상도의 일종이다. 이는 불교의 여러 가지 진리 내용에 대해 독창성을 가미시켜 도상적(圖相的)으로 묘사한 것으로서, 역설적으로 전통 불화의 경계를 넘어 박 화백 고유의 독창성이 숨 쉬고 있는 ‘불화(佛畵,탱화) 예술세계’를 확립하였음을 알리는 징표이다.

특히, 박종용의 변상도(變相圖)는 존상(尊像) 및 좌ㆍ우 10명, 9명의 관음과 지장보살 등의 각종 도상을 경건하면서도 장엄하게 묘사되도록 노력한 점이 우선 돋보인다. 이는 전통 불화에서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특이한 형상으로서 고려불화와 조선불화의 특장들을 합성시킨 박종용 고유의 독특한 변상도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전통 불화의 모든 요소와 특장 등을 체득한 이후에만 이와 같은 독특한 변상도가 창작되어질 수 있는 것이다.

존상(尊像)을 묘사한 후불탱화(後佛幀畵)와 경전에 근거한 변형된 신중탱화(神衆幀畵)가 절묘하게 조합되어 있으며, 안정감 있는 구도 속에 적ㆍ녹ㆍ청ㆍ백색 등의 선명한 당채 컬러가 뿜어내는 기운은 신묘(神妙)함을 더해주고 있다. 그야말로 전통 불화의 특장 위에 독창성을 더함으로써 박종용 ‘불화(佛畵,탱화) 예술’의 궁극적 지향점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위대한 독창성이 살아 숨 쉬는 불후의 변상도란 점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산신도(山神圖), 독성도(獨聖圖), 변상도(變相圖)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박종용 화백의 ‘불화 예술(佛畵 藝術)’은 모두 전통 불화의 특장 위에 특유의 독창성을 가미하여 영험(靈驗)하게 창작되었다. 특히, 기술적 세련미와 신필에 가까운 묘사력 등은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화업(畵業)에 정진하여 광대무변(廣大無邊)의 예술세계를 펼쳐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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