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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운당(花雲堂) 박종용 화백의 ‘민화예술세계(民畵藝術世界)’ 고찰

전통 민화에 근원하면서도 창조적 기법으로 독보적인 ‘민화예술세계’ 구축
전통의 특장 위에 현대 예술로 승화시킨 독창적 책가도(冊架圖) 걸작 평가
  • 책가도, 각 30x130cm,닥종이 ㆍ 당채 컬러, 1990년대 중반, 박종용
화업 60년에 이르는 화운당(花雲堂) 박종용 화백은 어렸을 적부터 초상화, 산수화, 정물화, 영모화, 불화, 민화, 만화 등 각종 분야 그림을 다재다능하게 표현한 풍상과 고난으로 얼룩진 운명적 예술가이다. 지난 1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 · 진행된 추상표현주의 작품 ‘결’은 수많은 관람객이 방문해 찬사를 보내고 미술전시 기록을 갈아치우면서, 한국미술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박종용 화백 예술의 뿌리인 ‘민화(民畵)’의 예술세계를 살펴보고자 한다.

‘민화’의 역사적 배경 및 전개ㆍ발달 과정민화란 “민중 속에서 태어나고 민중을 위하여 그려지고 민중에 의해서 구입되는 그림”(야나기 柳宗悅)으로서, 한 민족이나 개인이 전통적으로 이어온 생활 습속에 따라 제작한 대중적인 실용화이다. 인류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었고, 한국의 민화는 신석기 시대의 암벽화(巖壁?), 신라 솔거(率居)가 황룡사 벽에 그린 단군(檀君) 초상화, 고구려 벽화의 사신도(四神圖), 각종 장생ㆍ수렵도, 백제의 산수문전(山水文塼)의 산수도 등, 우리 민족 역사와 더불어 시작되어, 한국회화사의 변천과 궤를 같이하면서 변천ㆍ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불로장생(不老長生)ㆍ부귀영화(富貴榮華)ㆍ수복다남(壽福多男)과 수호신에게 민족의 평화ㆍ안녕 등을 기원하기 위한 민화로는, 송학도(松鶴圖)ㆍ군학도(群鶴圖) 등 각종 장생도와, 방위신(方位神)ㆍ십이지신상(十二支神像)ㆍ호랑이ㆍ계견사호(鷄犬獅虎) 등과 신선도, 산신도, 용왕도 등이 대표적이다. 불교계통의 각종 탱화(幀?)들과, 유교계통의 행실도(行實圖)ㆍ효자도(孝子圖)ㆍ문자도(文字圖)ㆍ평생도(平生圖) 등의 민화들은 꾸준히 전승되어 지고 있다. 더불어 산수화, 화훼o영모(翎毛)o초충(草蟲)ㆍ어해(魚蟹)ㆍ사군자 계통 민화, 풍속화ㆍ인물화, 책거리도(冊架圖) 정물화(靜物?) 등 수많은 장식용 민화 등은 조선 후기로 내려오면서 더욱 발전하였다.

민화에는 순수함ㆍ소박함ㆍ단순함ㆍ솔직함ㆍ직접성ㆍ무명성ㆍ대중성ㆍ익살ㆍ멋 등과 동일 주제의 반복과 실용성, 생활 습속과의 연계성 등, 특성이 잘 나타나 있다.

이러한 전통 민화에 근원하면서도 창조적 기법으로 현대적 의미의 독보적인 ‘민화예술세계’를 구축한 박종용 화백의 민화예술을 조망해본다.

박종용의 ‘민화예술(民畵藝術)’_ ‘책거리도(冊架圖)’

책거리도 또는 책가도(冊架圖)라 함은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하여 각종 문방구와 골동품, 화훼, 기물 등을 그린 그림으로서, 18세기 후반 정조 재위 시에 궁중회화로 유행하여 19세기 이후 민화로 확산되었다. 중국 청대(淸代)의 다보각경도(多寶閣景圖) 또는 다보격경도(多寶格景圖)에서 연원을 찾을 수 있으며, 색조의 조화가 아름다워 민화 가운데 가장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책가도(冊架圖)의 유래 및 일반적 내용과 특징

18세기 후반에 청나라 사신으로 간 부연사(赴燕使) 일행을 통해 다보격경도풍의 그림들이 조선에 유입된 뒤, 조선의 책가도(冊架圖)가 출현하였다.

‘책가도(冊架圖)’는 원래 책장과 서책을 중심으로 하여, 화면 전체를 채운 책장 모양의 격자 구획 안에 책갑으로 묶인 서책과 향로ㆍ필통ㆍ붓ㆍ먹ㆍ연적ㆍ도장 등의 문방구를 비롯해 선비의 격조에 맞는 도자기ㆍ청동기ㆍ화병ㆍ화분ㆍ부채 등을 주요 소재로 다루었다. 또한 선비의 여가생활과 관련된 술병ㆍ술잔ㆍ담뱃대ㆍ담배함ㆍ악기ㆍ도검ㆍ바둑판ㆍ골패ㆍㆍ시계ㆍ안경 등도 등장하게 되었다.당시 정조의 책가도 장려에 힘입어 양반 집안마다 책가도 설치가 유행하던 중, 19세기 이후 민간으로 확산되면서 병풍의 크기가 작아졌고, 위 전통 책가도 대신 책장이 없는 형식이 더 많이 그려졌다. 책장 대신 규모가 작은 탁자나 사랑방 가구가 활용되고 작은 화면에 많은 것을 담기 위한 방편으로 서책을 비롯한 물품들이 한 덩어리로 표현되었으며, 서책보다는 다양한 기물과 화훼 및 과물(果物) 등에 더 비중을 둔 그림들이 등장하였다.

전문 화가들이 그린 초기 책가도 들은 책장으로 구획된 화면에 소재들이 좌우 대칭을 이루며 정확히 균형을 이루고 있으며, 원근법과 명암법을 잘 소화하면서 서가를 입체적으로 표현하였다. 그러다 민간으로 확산되면서 점차 정물화처럼 자유로운 배치 구도를 취하고 색채도 화려하게 구사되었다. 상대적으로 서책보다 기물 등에 중점을 두면서 역원근법과 평면화법이 사용되었다.

  • 책가도, 각 30x130cm,닥종이ㆍ당채 컬러, 1990년대 중반, 박종용
전통의 특장 위에 현대 예술로 승화시킨 박종용의 독창적 책가도(冊架圖)

10폭 병풍용으로 창작된 박종용의 책가도(그림)는 조선시대 초기 책가도와 후기 책가도의 특장들을 절묘하게 배합하면서도 자기 예술로 승화시킨 걸작(傑作)이라 할 수 있다. 특히, 필력의 정교함과 생동감은 등은 조선 시대 책가도 궁중 화가에게서도 찾아보기 어렵다. 경지에 오른 독보적 작품이라 평하지 않을 수 없다.

박종용의 책가도에서 보여지는 책과 꽃, 각종 문방사우(文房四友)들이 절묘하게 조합되어진 화면들과 입체적 환상을 불러오는 평면 화법 등은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전통을 뛰어넘는 독창성이 단연 돋보인다. 더하여 색감의 화려함, 필선의 정교함, 구성의 완벽함 등은 전통적, 일반적 책가도에서 완전히 탈피하면서 독창적 자기예술로 승화시킨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작가 박종용은 책가도 창작과 관련해 “전통적, 일반적 책가도에서 완전히 탈피한 독창적인 책가도를 창작하기 위하여 보통 한 작품 당 10∼20번 정도 밑그림을 그려 본 후 한 점씩 창작하였으며, 상호간의 반대편 색상을 사용하여 생동감과 안정감 및 중량감이 독보이도록 노력하였다. 특히 책가도는 조선시대 대표적 민화이기 때문에 세밀감을 극대화시키면서도 전통적 책가도와는 다른 독창적 작품 창작을 위하여 노력하였다”면서 책가도 창작과정의 어려움을 솔직하게 전달하기도 하였다.

작가의 표현처럼 박종용의 책가도는 서양화의 투시도법과 명암법, 특유의 섬세한 세부 묘사를 통하여 사진보다 더 정교할 정도로 실제와 흡사한 사실적이고 입체감이 뛰어난 작품이다. 더하여 청색, 갈색, 황색, 백색, 회백색 등의 원색의 당채 컬러가 뿜어내는 향기와 각종 서책, 주전자, 화병, 꽃, 향로, 쟁반, 붓 등 각종 기물들의 절묘한 조화들은 독창적 책가도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려는 노력의 결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변함없는 정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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