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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체스판의 ‘퀸’이 되어 주변 4강국을 움직여라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 / 김택환 지음 / 김영사 / 1만5800원
북한의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사이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세계의 관심이 한반도에 쏠리고 있다. 지난 2월말 북미 양국 정상은 베트남 하노이에서 비핵화 담판을 벌였지만 아무런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하노이 담판은 결렬됐지만 추가 협상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어차피 애초부터 쉽게 끝날 게임은 아니었다.

지난해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 대표팀이 참가한 것을 기점으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남측을 향해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그 후 지난 1년 동안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과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등 세계의 시선을 모은 대형 외교 이벤트가 잇달아 열렸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직접적인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다. 하지만 한국이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매우 중대한 지렛대 역할을 하고 있고, 중국은 북한의 맹방이자 뒷배로서 막후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에 큰 불안감을 가진 일본, 사회주의 종주국이자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도 북한 비핵화 협상의 간접적인 당사자들이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싸고 이른바 4강 국가들이 모두 어떤 식으로든 개입하고 있는 셈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대목은 4강 국가의 정상이 모두 자국 이익을 철두철미하게 고집하는 ‘스트롱맨’들이라는 점이다. 4강 정상들은 성향상 한반도 문제에서도 자국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강한 스탠스를 취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입장에서는 현 시점의 4강 외교가 그만큼 복잡미묘한 스킬을 요구하는 셈이다. 자칫 어설픈 외교정책을 펼쳤다가는 국익에 큰 손상을 입을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세계 경제질서를 움직이는 양대 축인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경제적 이익을 지키기 위해 첨예하게 맞붙고 있다. 외견상 무역분쟁이지만 실질적인 측면에서 세계 질서의 주도권을 잡으려는 패권경쟁의 성격이 강하다. 미중 무역전쟁은 글로벌 시장 전체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가운데, 양국과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엮여 있는 수출 주도형 경제의 한국에도 심상찮은 파장을 끼치고 있다.

한반도를 넘어 전 세계 차원의 문명 전환기가 도래하고 있는 점도 우리에게는 중차대한 도전이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그것이다. 인공지능, 로봇,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기술 등을 아우르는 4차 산업혁명은 세계 경제 주도권의 재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전통 수출산업을 통해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한 한국 입장에서는 4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선진경제로 확고하게 편입하느냐, 아니면 중진국의 함정에 갇히느냐가 결정될 것이다.

이런 세계사적 대전환기를 맞아 우리나라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 것인가. 어떤 길을 걸어야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를 이룩하고 지속적인 경제발전으로 선진국에 이를 것인가. 이 책은 바로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우리가 어떻게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혜안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는 <넥스트 코리아>, <넥스트 리더십>, <넥스트 인더스트리: 21세기 대한민국 국부론> 등 일련의 ‘넥스트 시리즈’ 책으로 유명한 학자이자 언론인이다. 넥스트 시리즈는 우리나라가 지향해야 할 미래에 대한 청사진과 해법을 담고 있다. 특히 저자는 유럽의 리더 국가인 독일과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문가로서 국가 비전과 전략 연구에 몰두해 왔다. 이 책의 정식 제목은 <넥스트 월드 & 코리아: 세계 경제패권전쟁과 한반도의 미래>다. 저자의 넥스트 시리즈 중에서 여섯 번째에 해당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반도 주변 4강 국가의 현주소와 함께 그들의 국가 전략과 정치적 리더십을 심도 있게 파헤쳤다. 먼저 4강 국가의 속셈을 제대로 알아야 우리나라의 미래 전략도 정교하고 치밀하게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한반도의 지정학적 가치를 적극 활용해 한반도 문제를 우리의 주도하에 풀어나가자고 제언한다. 특히 북한의 경제발전을 위한 ‘퀀텀점프’ 전략과 함께 남과 북이 경제공동체 단계를 거쳐 성공적인 평화통일로 나아가는 실천적인 로드맵도 제시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저자는 고대 그리스부터 20세기 미국에 이르기까지 신(新)문명의 역사를 되짚으면서 “동아시아에서 신문명을 꽃피울 수 있는 조건 혹은 가능성을 갖춘 나라가 있다면 대한민국”이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한반도가 모든 대립이 충돌하는 ‘경계’의 지역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즉 한국은 서양과 동양, 산업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대륙과 해양,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경계선에 있기 때문에 신문명을 이룩하는 데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이를 실현하려면 먼저 주변 국가들과 분열하지 않고 전략적 협력을 이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특히 저자는 평화와 번영의 한반도 시대를 열기 위해서는 남과 북의 단결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독일 통일의 사례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저자가 말한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서독은 주도적인 플레이어가 되어 미국과 프랑스를 든든한 ‘기사’로 활용하고 소련과 체코, 헝가리 등을 ‘말’로 활용해 평화통일이라는 목표를 이룩했다. (중략) 2019년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와 관계 개선을 실질적으로 이루는 원년이 될 수 있다. 이는 동북아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이다.이때 남과 북은 단결해야 한다. 다시는 역사에서 퇴행의 길로 가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 남북 단결은 이념과 체제를 넘어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최고의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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