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의 근원, 영원한 ‘생명예술’을 노래하다
KBS 춘천방송총국, 3월 23∼31일

화운당 (花雲堂) 박종용 화백의 초대전 ‘결의 교향곡’ 이 KBS춘천방송총국에서 3월 23일부터 31일까지 개최된다. 박종용 화백은 지난 1월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결’의 연작들을 전시해 수많은 관람객이 뜨거운 갈채를 보내는 등 전시기록을 갈아치우고,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던지면서 한국미술사에 커다란 족적을 남기기도 하였다. 이번 ‘결의 교향곡’이란 KBS춘천방송총국 전시는 다시 한 번 예술가의 ‘진정한 삶의 가치’를 보여 주면서 ‘예술은 감동’이라는 진리를 재확인시켜 줄 것으로 기대된다.

설악의 아틀리에서 생명미학 ‘결’을 탄생시키다

화업 60년에 이르는 박종용 화백은 인물(초상)화, 정물, 산수화, 영묘화, 각종 민화, 불화 등 각양각색의 그림을 능수능란하게 묘사하면서 독창적 예술세계를 열어왔다.

어릴적 ‘그림신동’으로 불린 박 화백은 20세에 상경해 그림에 정진하던 중 부친의 작고로 가족들의 생계유지 등을 위해 인사동, 삼각지 등의 화실에서 초상화, 산수화, 극장 간판 등 각종 상업용 그림을 그려야 했다. 그야말로 풍찬노숙 속에 눈물의 시간들을 보낸 것이다. 박 화백의 화가로서의 광폭 행보는 자연스럽게 화단에 알려져 내고(乃古) 박생광, 풍곡(豊谷) 성재휴, 남농(南農) 허건, 운보(雲甫) 김기창 화백 등 당대 거장들이 그의 화실이나 전시장을 찾아와 격려하거나 자신의 화실에 초대하여 같이 그림을 그리기도 하였다.

박 화백은 2006년부터 인제군 북면 용대리에서 백공미술관 건립 작업을 맡으면서 수시로 미술관 아틀리에서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을 쳐다보며 그토록 어려웠던 시절에 그렸던 수많은 그림들이 산천에 흩어져 사라져 버린 안타까움에 상심하며 영원이 살아 숨 쉬는 ‘생명예술’을 갈구하였다. 이때부터 박 화백은 10여년에 걸쳐 자연이 생성되는 원리를 찾아 이를 물성 언어로 풀어내기 위하여 모진 수행과 노동을 거듭하였다. 이런 수행과 노동 과정에서 크고 작은 ‘결’의 오브제들이 탄생되었다.

이런 수행과 노동 과정에서 크고 작은 ‘결’의 오브제들이 저절로 탄생되어 지난 1월 예술의 전당에서 전시되어 전율적 감동을 선사하였다. 공간, 평면, 설치예술이 환상적으로 교합하는 ‘결’은 사물의 근원에 대한 탐험이며, 노동으로 잉태된 ‘점의 미학’으로서, 영원을 갈구하는 ‘생명예술’의 또 다른 표현이다.

무제, 130x160cm, 캔버스에 고령토, 석채, 2019
‘결의 교향곡’이 전하는 영원한 생명예술

KBS춘천방송총국에서 전시되는 ‘결의 교향곡’이란 초대전은 2점의 공간예술, 2점의 설치예술 및 15점의 평면예술로 구성된 ‘결’의 교향곡(Symphony)과 1점의 대형 호랑이 그림 등 21점(신작 및 기존 전시작)으로 구성돼 있다. 경계를 넘어 동양화까지 어우러진 종합ㆍ 융합미학의 결정판인 것이다.

사물의 이치에 근접하려는 ‘결’의 교향곡은 ‘여백의 미’ 속에 오브제를 형상화시키는 과정인 공간예술과, 우주를 향하여 갖가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하는 평면예술, 철판과 돌을 활용한 설치예술로 구성되면서 ‘영원한 생명의 빛’을 염원하는 교향곡을 울려 퍼지게 하고 있다.

무제, 돌, 철판, 2019
나아가 마대, 흙, 나무, 돌, 철판 등의 소재로 연출된 ‘결의 교향곡’은 공간, 평면, 설치예술이 환상적으로 교합하면서, 우주의 원리가 작품 속에서 변화무쌍하게 흘러가는 것을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만다라’와 ‘영원’을 연상케 하는 각가지 색상의 ‘결의 교향곡’에서 천년고찰과 같은 원로한 선원의 미를 연상케 하면서 오브제들이 수많은 시간들 속에서 생명을 유지에 주길 바라는 몸부림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더 나아가 경계를 넘어 동서양의 만남이란 종합ㆍ융합미학의 구현을 위해 특별전시 된 5000x1500mm(가로x세로)에 이르는 초대형 호랑이 작품은 세계 최고 기량의 호랑이 작가로서의 필력을 입증시켜 줄 것이다.

호랑이, 5000x1500cm 가로x세로, 수묵화
10여년 각고의 노력 끝에 탄생한 박종용 화백의 새로운 추상표현주의 작품 인 ‘결의 교향곡’은 무한을 향한 세밀한 관찰과 천착을 거듭한 애절한 물성언어이자 노동의 결실로서 생명의 운율을 시각화하려는 작가의 열망과 미의 진리를 향한 외침이 들려오는 눈물겨운 육필언어이다.

예술가로서의 운명에 순응하면서 자신의 작품들이 영원히 생명의 의미성을 간직하길 바라는 꿈을 꾸면서 치열한 예술혼을 불태워 창작한 ‘결’의 교향곡 한 점, 한 점 마다에 경건함과 함께 향기가 피어오르면서 관람자들에게 형언할 수 없는 영감을 안겨주게 될 것이다.



박종진 대기자 jjpark@hankook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