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가 차장섭… ‘한옥의 천장’ 개인전, 3월 19일~4월 6일, 온그라운드 갤러리

정읍 김동수 가옥, pigment print 80×60㎝, 2018
“원래 한국 사람들은 자연풍광 속에 집 한 채 멋지게 들여세우는 뛰어난 천분을 지녔다. 조그만 정자 한 채는 물론 큰 누대나 주택에 이르기까지 뒷산의 높이와 앞 뒷벌의 넓이, 그리고 거기에 알맞은 지붕의 높이와 크기에 이르기까지 조선인들의 형안은 상쾌하다고 할 만큼 자동적으로 이것을 잘 가늠하는 재질을 지니고 있었다.”<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최순우 지음, 학고재 刊>

전시장엔 서애 류성룡의 형인 겸암 류운용 선생이 1583년 건립한 깊은 숲 속 우뚝 선, 낙락장송의 기품을 느끼게 하는 안동 하회마을 빈연정사(賓淵精舍)와 정읍 김동수 가옥안채는 단아한 어머니 품안 같은 따사로움이 전해온다. 충북 증평군 독립애국지사 연병호 생가는 자연 그대로의 천연덕스러움과 소박함으로 유년시절 외가에 갔을 때 드러누워 바라보던 그 천장의 푸근함에 스르르 잠이 들 것만 같다.

선대로부터 전승된 체험과 육감(六感)의 총체적 센스가 녹아든 목재선택은 첨단 과학도구들의 정형화와 매끄러움에서 맛볼 수 없는 그 무엇이 있다. 목수의 능숙하고도 절제된 손길의 예민한 감각이 만들어낸 숨결은 자체로써 지혜로움을 드러내 보인다. 나무의 천연한 곡선은 격동의 세월을 건너온 숨 가쁜 시간의 기록들을 은밀히 껴안은 채 간결미의 얼개와 명료한 기운의 영원성을 소망하듯 사통팔달 부각되고 있다.

안동 빈연정사, 85×80㎝, 2018
“곡선으로 나무를 다룬다는 것은 본성을 해치지 않는다는 장인의 정신성과 같은 의미맥락이다. 나무를 ‘나’의 상태에 맞춘 것이 아니라 ‘내’가 나무가 되어야 가능한 것과 다름이 없다. 선조들이 천장구조를 엮은 것을 보면 주변의 환경, 집을 짓는 소재 등 자연과의 조화라는 의식이 강했다는 단초에 전율하게 된다.”

우리 문화의 본질

사진작가 차장섭 (車長燮, Photographer CHA JANG SUP)
차장섭 작가는 경북 포항 출신으로 경북대 사학과 및 동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현재 강원대 교수로 한국사, 한국미술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사진집 ‘한옥의 벽’(열화당, 2016)이 있다. 이번 ‘韓屋의 天障-누워서 보는 풍경’개인전은 작가가 원형의 천장을 찾아 3년여 동안 전국의 400여 고택을 발로 뛴 땀의 결실이다.

촬영이미지는 흑백으로 전환해 한지위에 프린트함으로써 수묵화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용인 장욱진 생가초옥, 서울북촌 백상정사, 안동 퇴계종택, 합천 호연정, 병산서원 만대루, 상주 양진당, 예천 삼강주막, 제주 조천가옥, 김해 시례리 염수당 등 40여점으로 서울 종로구, 온그라운드 갤러리에서 3월 19일 오픈하여 4월 6일까지 열리고 있다. 전시장은 관람객들로 붐벼 뜨거운 관심을 반영하고 있었다. 이 테마는 오는 10월 8일부터 13일까지 강릉아트센터전시로 이어진다.

한편 인터뷰 말미에 작가에게 작업소명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촬영하기 위해 누워서 천장을 바라보면 숲속에 파묻혀 있는 나와 순리에 순응하면서 살아갔던 조상들의 안온한 심성이 동시에 전해온다. 인간이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이 가슴으로 들어올 때 나의 맥박이 뜨거워지고 바로 그것이 한국인의 심성이라고 확신하게 된다. 결국 내 작업은 우리 문화의 근본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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