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숙 작가 초대전, 4월 17~30일, 돈화문갤러리

“내가 불러 낼 사람과 사물의 모습, 여전히 설익은 그 생김새를 마음에 품고, 꿈결 위로 마법의 거울을 비추어라. 그리하여 생각 속 거미줄을 활짝 펼치려무나, 펜 끝에서 나오는 유려한 나선의 궤적으로.”<파이, 줄리오 토노니 지음, 려원기 옮김, 쌤앤파커스 刊>

Before and After, 116×110㎝ Acrylic, Mother of Pearl on Canvas, 2018

캔버스에 자개와 크리스털조각을 붙여나간 작업이다. 바탕의 아크릴 색채 위 자개와 크리스털이 얹어지면서 발현되는 독특하고 독창적인 미감이 어우러져서 나타나는 성과물이다. 회색과 검정, 노랑과 초록 등의 다양한 컬러를 서로 조화되거나 또는 상반되게 대비시킴으로써 얻어지는 아우라를 보여준다.

재료가 갖고 있는 자체에서 발현되는 자연성의 색깔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소재를 대·중·소 등 다양한 크기와 여러 종류를 함께 쓰는데 그렇게 함으로써 강약이 강조된다. 마치 꽉 모여졌다가 풀어지는 욕망의 통로, 리좀(rhizome)의 운율, 응결과 와해 그 자연의 변화라는 뉘앙스를 풍긴다. 재미난 것은 그들 스스로가 문양을 만들어 간다는 것인데 마치 시끌벅적한 세상사를 암시하는 듯하다. 물론 그것은 자개라는 한국의 전통소재를 현대적으로 변환시킨 열정과 몰입의 결정체와 다름이 없다.

130×130㎝

이처럼 ‘역사에 빛을 더하다’라는 의미를 함의한 ‘Before and After’시리즈의 신작은 평면작업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식성의 도달이라는 추상회화로서 각광받고 있다. 재료를 다양한 굵기로 시각적 효과를 한층 자아올렸다. 또한 거기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한국성과 현대성이라는 거대담론을 품고 시간의 간극을 뛰어넘어 새로운 미래에 대한 융합의 지평을 열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작가는 “나의 작업은 빛과 색이 핵심이다. 부연하자면 자개와 크리스털이 발현하는 자연의 빛이 화합된 그것을 단색조의 미니멀회화로 이끌어 내고 있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박장식그림을 그린 구스타프 클림트(Gustav Klimt) 등 아르누보예술에 대해서 많이 사유한다. 그런 영향으로 내가 추구하고 싶은 것은 단색조와 장식성의 지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일생 놓을 수 없는 직업

는 이화여자대학교 미술대학 서양화과 및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교 미술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대진대학교 미술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 파리, 오사카, 도쿄, 뉴욕, 시애틀, 베를린 등지에서 다수 개인전을 가졌다. 지난해 화랑미술제와 키아프(KIAF)를 통해 발표한 단색조 시리즈가 대중들에게 가까이 갈 수 있는 작품으로 호평받으며 폭발적 관심을 끌었다. 이번 초대개인전은 서울시 종로구 돈화문로, 돈화문갤러리에서 4월 17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이전 구상작업인 백자 달항아리, 조선백자 수반의 꽃과 나비 등 연작을 비롯하여 최근 단색조 비구상 작업에 이르는, 10년 동안의 변화를 30여점을 통해 관람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정현숙 작가

한편 작가와 경기도 포천시 선단동, 대진대에서 인터뷰했다. 본관 앞 백목련이 단아하게 피어올라 봄소식을 한껏 전하고 있었다. 말미에 ‘화가의 길’은 무엇인가 물어보았더니 다음과 같은 답변이 되돌아왔다. “일생동안 끊임없이 연구하고 변화를 추구하는, 놓을 수 없는 직업이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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