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특별전, 4월 16일~6월 2일, 국립중앙박물관

영광풍경도
“酒興墨緣 日夕源源乃, 辛卯夏日事也. 今吾園兄 已歸道山. 追題此畵 不覺淚然. 光武己亥冬日 心田安中植題. 술의 흥취와 묵연이 밤낮으로 이어졌으니 신묘년(1891) 여름날의 일이다. 지금은 오원이 이미 저 세상으로 갔다. 이 그림에 늦게나마 제발을 적으니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는구나. 광무 기해년(1899) 안중식.” <아홉 마리의 게의 역동성이 담긴 장승업 ‘해도(蟹圖)’에 스승을 그리는 애틋한 마음을 담은 제발(題跋). 1891년 이서정의 집에서 만나 시회(詩會)를 즐기며 남긴 그림이라는 경위도 있다.

1876년 조선은 개항한다. 서양의 지식과 문물이 빠르게 수용되던 시기, 화단엔 근대서화의 거장 심전(心田) 안중식(安中植, 1861~1919)과 소림(小琳) 조석진(趙錫晋, 1853~1920)이 있었다. 두 사람은 1902년 고종즉위 40년을 기념하는 어진제작에 참여하는데 마지막 궁중화가로서 당대 화단을 이끌었다. 안중식은 영선사(領選使)로 중국에 다녀오고 난 뒤 지방군수로 일하며 관직에 몸담고 있었다.

조선말기의 대가 오원 장승업(1843~1897)과 매우 가까운 관계였지만 그의 호방한 필치와는 다른 정교하고 섬세한 필치로 꽃과 새, 동물, 인물화를 많이 그렸다. 중국과 일본을 수차례 오갔던 안중식 작품에는 조선의 전통뿐만 아니라 당시 유행하던 중국, 일본화풍의 영향이 나타난다.

안중식 초상
안중식의 대표작 백악춘효(白岳春曉), 도원행주도(桃源行舟圖), 탑원도소회지도(塔園屠蘇會之圖, 간송미술문화재단 소장)를 비롯해 (靈光風景圖,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와 같이 실경에 대한 근대적 시각을 보여주는 기념비적 작품은 그의 사후 신진세대들이 시도한 혁신에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 100년 전, 안중식의 죽음은 20세기 전환기 화단을 이끈 한 세대가 퇴장하고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는 한국미술사의 중요한 분기점을 의미한다. 동양과 서양, 옛것과 새것이 공존했던 혼돈의 시대에 그가 남긴 유산과 근대 서화가들이 모색했던 길을 만나는 것이다.

6월 1일 학술심포지엄개최

전시장은 모두 6부로 구성되었다. ▲1부-서화의 신세대 ▲2부-계몽의 붓=안중식은 오세창의 계몽 활동에 동참하는 선구적인 면모를 보였고 두 제자인 고희동과 이도영 역시 각종 계몽소설과 잡지에 표지, 삽화를 그렸다. ▲3부-저항과 은둔의 서화 ▲4부-서화가들의 결집과 확산=1911년 서화미술회 설립, 1918년 서화협회결성. ▲5부-거장과 신예=1910년대 안중식의 전성기화풍과 이를 계승한 이상범 산수화, 이한복 기명절지도 등을 비교 조명한다. ▲6부-새로운 도전과 모색=일본화에 영향을 받은 김은호, 최우석, 이도영, 변관식과 이용우, 노수현의 작품은 안중식 사후 새롭게 변모하기 시작한다.

한편 이번 ‘근대서화, 봄 새벽을 깨우다-심전 안중식 100주기 특별전’은 4월 16일 오픈하여 6월 2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관장 배기동) 기획전시실에서 성황리에 전시 중으로 관람자의 발길이 이어지는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고 있다. 근대서화가들의 그림과 글씨, 사진, 삽화 등 100건의 작품을 선보이는데 일본 사노시(佐野市) 향토박물관소장 한국근대서화류 중 일부도 공개되고 있다.

이와 함께 6월 1일 한국근현대미술사학회와 공동으로 ‘여명과 황혼:19세기말~20세기 초 한국근대미술사 서술의 쟁점’학술심포지엄을 소강당에서 개최한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작품·인물사진 제공=국립중앙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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