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조원강 ‘시선과 명화’개인전, 5월 23일~6월 22일, 갤러리 마크
세계미술중심지 뉴욕. 주말마다 열리는 소호프리마켓엔 모자를 팔고 사는 또 지나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 아래 분주하고 밝은 표정들이 활력을 선사한다. 그런가하면 어느 날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그리스 로마관(館) 내, 세 명의 미의 여신들 옆을 무심히 지나가는 시크한 표정의 남자는 그야말로 위트의 한 장면 같다.
뉴욕 맨해튼에 오랫동안 살았던 작가는 미술관회원권을 사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아다녔었는데 그러다보니 미술품 외에도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보고 만나는 가운데 작업 모티브가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화백의 작품은 박물관에서 보아지는,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룬다. 직접 촬영한 세계유수미술관 사진들을 토대로 관찰자의 흥미로운 시점을 고스란히 화폭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예술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대체로 5초, 길어야 30초를 넘지 않는다. 처음엔 경이로움으로 감탄하다가 나중엔 지쳐 작품 앞을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작품 앞을 너무나 가볍게 걸어가는 것에 놀라움과 함께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나는 하루에 한 곳을 머물면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빛의 조화나 환경을 보는 등의 관찰시간을 가졌었는데 그런 속에서 정반대의 시선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회화는 미술전반의 터전
한편 이번 열일곱 번째 개인전 ‘시선과 명화’전(展)은 3년여 동안 작업한 500호를 포함하여 20여점을 선보이며 서울시 서초구 서래마을, 갤러리 마크에서 5월 23일 오픈하여 6월 22일까지 전시 중이다. 미국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화백에게 후학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학생들이 순수회화를 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시대 흐름이라고 할까. 디자인 방향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술전반에 대한 기초라는 관점에서 회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