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양화가 조원강 ‘시선과 명화’개인전, 5월 23일~6월 22일, 갤러리 마크

“나는 그림자다. 슬픔의 도시를 뚫고, 나는 달아난다. 영원한 비애를 뚫고, 나는 비상한다.” <인페르노Ⅰ,댄 브라운 著, 안종설 옮김,문학수첩 刊>

(위)Hatters, 130.3×324.4㎝, 2019 (아래)Ways of Seeing-The Three Graces, 72.7×116.8㎝ Oil on canvas, 2018

세계미술중심지 뉴욕. 주말마다 열리는 소호프리마켓엔 모자를 팔고 사는 또 지나가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여름날의 뜨거운 태양 아래 분주하고 밝은 표정들이 활력을 선사한다. 그런가하면 어느 날 메트로폴리탄미술관 그리스 로마관(館) 내, 세 명의 미의 여신들 옆을 무심히 지나가는 시크한 표정의 남자는 그야말로 위트의 한 장면 같다.

뉴욕 맨해튼에 오랫동안 살았던 작가는 미술관회원권을 사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돌아다녔었는데 그러다보니 미술품 외에도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보고 만나는 가운데 작업 모티브가 형성된 것이다. 이처럼 화백의 작품은 박물관에서 보아지는, 작품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룬다. 직접 촬영한 세계유수미술관 사진들을 토대로 관찰자의 흥미로운 시점을 고스란히 화폭에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예술품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은 대체로 5초, 길어야 30초를 넘지 않는다. 처음엔 경이로움으로 감탄하다가 나중엔 지쳐 작품 앞을 주마간산(走馬看山) 격으로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게 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작품 앞을 너무나 가볍게 걸어가는 것에 놀라움과 함께 묘한 재미가 느껴졌다. 나는 하루에 한 곳을 머물면서 작품을 감상하거나 빛의 조화나 환경을 보는 등의 관찰시간을 가졌었는데 그런 속에서 정반대의 시선을 표현해 보고 싶었다.”

회화는 미술전반의 터전

조원강 화백 ▶
조원강 작가는 홍익대학교 회화과 및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1990년 제13회 중앙미술대전 입선, 91년 제10회 대한민국미술대전 서양화부문 대상을 수상하며 일약 화단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94년 도미(渡美), School of Visual Arts 대학원에서 컴퓨터아트(Computer Art)를 전공 졸업했다. 맨해튼에서 생활했고 2010년 귀국했다. “시대가 바뀌면 감상하는 법도 바뀌는 법이다. 요즘은 미술을 대다수가 보는 것보다 듣는 것에 의존하고 재빨리 스마트폰으로 찍는다는 것이다. 나의 작품에 그림을 촬영하는 사람, 예술품들 속에서 그림을 그리는 사람 등의 풍경으로 대비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열일곱 번째 개인전 ‘시선과 명화’전(展)은 3년여 동안 작업한 500호를 포함하여 20여점을 선보이며 서울시 서초구 서래마을, 갤러리 마크에서 5월 23일 오픈하여 6월 22일까지 전시 중이다. 미국서 오랫동안 활동해 온 화백에게 후학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학생들이 순수회화를 하는 것에 두려움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디지털시대 흐름이라고 할까. 디자인 방향으로 치우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미술전반에 대한 기초라는 관점에서 회화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람이 없다.”

권동철 미술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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