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화·라이프

보는 이에게 힐링이 되는 ‘유년의 추억’

서양화가 손미라 ‘내 마음의 풍경’개인전, 9월 18일~25일, 한전갤러리
  • Landscape My mind, 145.5×112.1㎝ Acrylic on canvas, 2016
“조선 총독부가 있을 때 청계 川邊 10錢 均一床 밥집/거지소녀가 거지장님 어버이를 이끌고 와 서 있었다/주인 영감이 소리를 질렀으나 태연하였다 /어린 소녀는 어버이의 생일이라고 10錢짜리 두 개를 보였다.”<掌篇^2, 김종삼 시 연구, 김화순 著, 도서출판 월인刊>

  • 손미라 작가.
그 강가의 모래사장엔 흐르는 물살이 가까울수록 더 보드라운 잔모래가 쌓여 있었다. 완만한 능선처럼 쌓인 모래언덕은 한 여름 정오가 지나고 노을이 질 때면 물가엔 바람에 흩어지는 희뿌연 한 물안개가 피어오르곤 했다. 그럴 때면 바닥이 훤히 보이는, 무릎까지 잠기는 물줄기는 더욱 맑고 푸른 투명한 색채로 살색(色) 모래를 적시는 것이었다. 그 경쾌한 찰랑거림이 오랫동안 기억 깊은 곳으로 잦아들었다. 그리고 어느 날, 차고 매끈한 물의 성실은 잔모래를 적시고 강둑아래 작은 웅덩이 옆으로 크고 작은, 검고 하얀 각양각색의 잔돌들을 실어다 놓곤 했다. 그런 고요한 움직임이 선사하는 잔잔한 풍경을 데려온 듯 화면은 유년의 회상들로 가득하다. 나무와 나무 사이 흐르는 구름, 강과 산, 들녘과 언덕 그리고 흙먼지를 일으키며 산허리를 휘돌아 가던 버스차창에 얼핏 보이던 소녀의 앳된 얼굴…. “나의 작업은 한 번쯤 공상해 보았을, 지상에서 볼 수 없는 유토피아 세계를 펼친다. 새는 자유의 상징이자 새를 통해 음과 양, 가족의 소중함을 전하고 싶다. 점은 크고 작은 자연의 여러 기호적인 요소들을 함의하고 원은 우주 속 살아있는 모든 생명성의 메타포로 표현된 것이다. 나의 작품이 보는 이로 하여금 힐링이 되어주기를 소망한다.”

캔버스 보면 행복하다

15년여 동안 ‘내 마음의 풍경’테마에 천착하고 있는 손미라 작가는 세종대학교 회화학과 졸업했다. 세종갤러리 등에서 개인전을 14회 가졌고 이번 열다섯 번째 ‘내 마음의 풍경’개인전은 서울 서초구 효령로, 한전갤러리에서 오는 9월 18일부터 25일까지 8일간 열린다. “평면보다 마티에르가 있는 표현이 재미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꽤 오랜 시간 테라코타 작업을 병행했었다. 그런 맥락에서 아크릴물감을 조약돌 쌓듯이 올려 마티에르를 만들어가는 화면은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이다. “나는 깊은 산과 나지막한 강물이 흘러가는 곳에서 자랐다. 자연스럽게 그곳이 놀이터였다. 산에 들어가면 꿩이 날아가고 이름 모를 새들이 지절거렸다. 우리 집이 강변에 있었기 때문에 친구들과 소꿉놀이는 늘 조약돌을 가지고 놀았다. 돌을 쌓아올리며 집, 담, 꽃모양도 만드는 등 여러 형태의 그런 재미에 푹 빠져 시간가는 줄 몰랐었다. 그렇게 유년시절을 보낸 모든 서정이 뼈 속 깊이 스며들었는지 내 작업테마의 근원이 되고 있다.”

한편 서울 조계사 인근 조용한 카페서 인터뷰한 작가에게 화업40년 ‘화가의 길’에 대한 고견을 청했다. “흰 캔버스를 보면 행복해지고 작업실에 많이 준비해 두면 굉장히 부자가 된 느낌이다, 그래서 한 번에 대량으로 사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작업적으론 딜레마에 빠져 고뇌의 시간을 보내기도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 그리는 시간이 제일 행복하다. 젊은 날의 여행이 지금의 나에게 에너지와 풍성한 작업소재를 건네고 있음에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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