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 뛰어 넘은 명작…더 큰 스케일로 돌아온 ‘벤허’

“요즘 많이 느낍니다. 우리나라는 역경을 극복하는 힘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굴하지 않는 의지와 집념으로 희망을 바라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의 무대는 많은 생각들을 안겨다 줄 겁니다. 저 역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뮤지컬 ‘벤허’에서 주인공 ‘벤허’역을 맡은 배우 한지상이 전한 말이다. 그는 자신의 캐릭터를 통해 고난과 역경, 사랑과 헌신 등 숭고한 가치들을 관객들이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뮤지컬 '벤허'가 오는 10월까지 관객들을 만난다.
시대를 뛰어 넘은 명작, 뮤지컬 벤허가 2년 만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이전보다 훨씬 웅장한 스케일, 짜임새 있는 전개로 관객들을 맞이한다.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에서 오는 10월 13일까지 장대한 여정에 나서는 이 뮤지컬은 ‘한국 뮤지컬 신기원’으로 불리며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서기 26년 제정 로마의 박해에 신음하는 예루살렘. 명망 높은 유대의 귀족 벤허는 로마의 장교가 되어 돌아온 친구 메셀라와 오랜만에 재회한다. 숱한 전쟁을 겪으며 살아남은 메셀라는 벤허에게 유대의 폭도 소탕을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그러나 벤허는 이를 거절한다.

다음 날. 벤허의 여동생 티르자가 집 옥상에서 그라투스 총독의 행군을 구경하다 기왓장을 떨어뜨린다. 이에 메셀라는 벤허 가문 전체에 반역죄를 씌운다. 그렇게 억울한 누명을 쓴 벤허는 로마 군황의 노를 젓는 노예가 되고 만다.

3년 후, 벤허가 탄 군함이 해적과의 전투 중 난파된다. 사령관 퀀터스의 목숨을 구한 벤허는 자유의 신분을 얻었고 로마의 귀족까지 된다. 이에 자신의 모든 것을 앗아간 메셀라에게 복수할 것을 결심한다.

한편, 그 시기 예루살렘은 나사렛에서 유대의 새로운 왕이 온다는 소문에 술렁인다. 마침내 고향으로 돌아온 벤허는 메셀라에게 맞서 전차경주장의 출발선 앞에 그와 나란히 서게 된다. 두 사나이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이 작품은 숱한 화제를 낳은 바 있다. 한국 뮤지컬 사상 초유의 흥행작 ‘프랑켄슈타인’의 왕용범 연출, 이성준 작곡가가 의기투합하면서 지난 2018년 ‘제2회 한국뮤지컬어워즈’ 대상을 포함한 11개 부문에서 수상을 거머쥐었다.

재차 무대에 오른 벤허는 한층 업그레이드 됐다. 섬세하면서도 역동적인 스토리 라인, 그 외 구성을 유지하면서도 총 14곡의 음악 더해 서사가 한층 풍성해졌다. 자연히 작품의 깊이 역시 더해졌다.

올해 공연에 에스더 역으로 합류한 김지우 배우는 “앙상블 배우들이 보여주는 그 웅장함이 연습할 때에도 감동을 안겨줬다”며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펼쳐지는 화려한 스케일에 관객들도 감탄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공연에서 새로 추가된 ‘살아야 해’ 파트가 압권이다. 벤허가 자유를 얻기 위해 검투 경기에 출전하는 과정, 자신의 목숨과 맞바꾸면서까지 지키려 했던 가족의 비보를 접한 뒤 벤허가 느끼는 절망과 슬픔, 그 순간 무대를 꽉 채우는 벤허의 심장소리는 몰입도를 높인다.

문성우 안무가가 연출한 강렬한 군무도 마찬가지다. 선이 굵고 각이 살아있는 춤의 향연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삶의 고통을 느끼게 한다. 창과 방패, 칼을 사용한 역동적인 안무를 통해서는 짜릿한 카타르시스마저 전달한다.

올해 벤허 역할에는 안정된 연기력과 가창력을 자랑하는 민우혁이 합류해 눈길을 끈다. 그는 옛 공연 당시 벤허를 배신하는 메셀라 역을 맡은 바 있다. 카이 역시 초연임에도 벤허를 완벽히 소화해 눈길을 끌고 있다.

뮤지컬 ‘시카고’ 등 여러 작품을 통해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한 김지우는 에스더 역을 맡았다. 에스더는 현명하면서도 벤허에 대한 변치 않는 사랑을 간직한 여성이다. 김지우는 굴곡진 삶에도 자신을 잃지 않는 에스더의 모습을 훌륭히 녹여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밖에도 초연 당시 폭발적인 가창력과 섬세한 연기로 ‘믿고 보는 배우’로 인정받은 박민성은 두 번째 시즌을 맞은 만큼 한 층 더 깊어진 메셀라를 연기한다. 또 뮤지컬 ‘레미제라블’ 등 대형 뮤지컬에서 선 굵은 연기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무대를 압도하는 카리스마를 선보여온 문종원도 메셀라의 양가적 면모를 오롯이 보여준다.

벤허 가문의 옛집사이자 부호인 ‘시모니테스’ 역은 뮤지컬 ‘삼총사’ 등에서 활약한 홍경수가 맡는다. 로마 총독이자 퀸터스의 오랜 친구인 ‘빌라도’ 모습은 초연 당시 개성 있는 연기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구축한 이정수가 보여준다.

주최측 관계자는 “지난한 삶을 딛고 일어서는 벤허의 삶의 과정이 다양한 연령층의 관객들에게 공감대를 형성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초연에서도 그랬듯 올해 역시 역동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공연으로 한국 뮤지컬 저변 확대에 도움이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공연은 뉴컨텐츠컴퍼니 등이 주최하고 카카오페이 등이 협찬했다. 인터파크에서 예매 가능하며, 월요일을 제외한 매일 무대가 펼쳐진다. 자세한 사항은 뮤지컬 벤허 공식 홈페이지 등을 통해 확인 가능하다.

주현웅 기자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